차세대 전기차의 전장이 된 2017 IAA

예상했던 대로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이하 ‘IAA’)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등 전동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양산차나 콘셉트카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각 제조사의 콘셉트카를 중심으로 각 브랜드 별 전기차 전략의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소형 도심 모빌리티, 혼다 어반 EV 콘셉트

혼다는 어반 EV 콘셉트라는 명칭의 새로운 전기차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스마트 비전 EQ를 포함해 각 제조사의 전기차 콘셉트카들이 곡면을 강조하는 데 비해, 어반 EV 콘셉트카는 1960~1970년대 혼다의 소형차를 연상케 하는 직선형 디자인을 과감히 사용했다. 낭비 없고 합리적인 혼다 소형차의 정신과 전기차의 이상을 결합시킨 셈이다. 전장은 3,895㎜로 혼다의 소형차인 재즈보다 100㎜ 짧은 수치다. 도어는 롤스로이스에서 주로 사용하는 코치 도어 방식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실내는 제법 콘셉트카와 같은 느낌을 준다. 시트는 자동차의 것이라기보다 패브릭 재질로 제작한 소파와 흡사하다. 센터페시아에는 스티어링 휠부터 조수석까지 가로로 길게 이어지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또한 혼다의 AI 시스템인 혼다 자동 네트워크 어시스턴트(Honda Automated Network Assistant)가 적용되었다. 이는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나 과거 행선지 등,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하고 상황에 대응하여 목적에 맞는 경로를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운전자의 표정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하고 안전운전을 돕는다.

타카히로 하치고 혼다 CEO는 미디어 행사에서, “어반 EV 콘셉트는 먼 미래의 비전이 아니라, 오는 2019년 유럽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년 이내 시장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치고 회장은 2015 CEO에 추대된 이래 두 번째 IAA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거와 주행의 통합? 르노 심비오즈 콘셉트

르노는 순수 전기차 콘셉트카인 심비오즈를 내놓았다. 심비오즈는 주행은 물론 주거공간의 역할을 아우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심비오즈라는 명칭은 그리스어로 함께 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르노는 모터쇼 부스에 미래형 주택을 설치하고 내부에 심비오즈를 전시했다. 심비오즈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가정 내의 가전제품들과 소통하고 전력도 공유할 수 있다.

심비오즈는 르노의 제로 이미션 전략(배출가스를 0%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에 따라 순수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구동된다. 차체 중앙에는 배터리가, 뒤쪽에는 2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르노는 심비오즈를 2017년 말부터 시험주행을 실시할 예정이며, 2023년까지 실물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르노는 심비오즈의 다양한 기능들을 위해 IT 분야의 각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을 진행 중이다. 휴먼머신 인터페이스 분야에서는 LG, 자율주행 모드에서의 가상 현실은 유비소프트, 자율주행 엔지니어링은 독일의 IAV와 협력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의 진화, 체리의 전기 SUV

IAA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는 비현실적인 고성능차 대신 실현 가능한 수준의 전기 SUV를 내세운 제조사들이 보이고 있다. 체리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기 SUV인 티고 쿠페 콘셉트를 전시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티고 쿠페 콘셉트는 최근 SUV의 주요 트렌드인 쿠페형 SUV를 따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곡선과 볼륨이 많이 적용되어 근육질적인 인상을 준다. 지상고와 보닛 등의 높이는 일반적인 SUV와 비슷하지만, 전면 및 후면 유리의 각도가 낮아, 차체를 더욱 길어 보이게 한다. 자율주행도 지원할 예정이다.

티고 쿠페 콘셉트의 전기모터는 120kW(161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7, 최고 속력은 200km/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500km이며, 급속 충전 시 2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완전 자율주행 EV 시대의 카쉐어링, 세드릭

폭스바겐은 첫 번째 자율주행 콘셉트카인 세드릭(SEDRIC, Self-DRIving Car의 약자)의 최신 버전을 선보였다. 세드릭은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순수 전기차이자, 폭스바겐 미래의 모빌리티 대표주자이다. 이번 IAA에서 공개한 세드릭은 카쉐어링을 목적으로 한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로, 세드릭의 사용자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세드릭을 집 앞까지 호출할 수 있다. 무인 택시와도 비슷한 개념이다.

도어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개폐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라운지 형태의 대형 윈도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승객을 맞이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인 만큼 스티어링 휠과 각종 페달이 없어, 공간의 활용도도 높다. 이외에도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통한 주변환경 식별, 대량의 데이터 처리 및 제어를 위한 하드웨어 등이 장착된다.

폭스바겐의 이사회 의장인 마티아스 뮐러는 “폭스바겐 그룹은 도심형 자율주행차부터 럭셔리 스포츠카, 자율주행 운송차량, 트럭에 이르기까지 이미 다양한 세드릭 패밀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 중” 이라며 세드릭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