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만큼 확실한 홍보효과! 골프대회 후원하는 자동차제조사들

골프는 이제 상당히 대중화된 스포츠다. 그러나 아직 골프를 즐기는 이들은 중산층 이상이다. 그런 점에서 골프팬들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유망 고객이다. 또한 1라운드 경기 시간이 평균 4~5시간이라고 볼 때 경기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광고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TV 광고는 두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전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타이틀 스폰서십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골프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본전 이상의 가치,
타이틀 스폰서십

타이틀 스폰서십이란 대회 자체의 상금 전액과 제반 운영비용을 후원하는 것을 말한다. 타이틀 스폰서로 부담하는 비용은 대략 총상금액의 2.5~3배로 알려져 있다. 지난 6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치러진 제32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총상금이 10억 원 수준인데 여기에 해당 비율을 곱하면 전체 운영 비용이 추산된다. 참고로 프로야구의 타이틀 스폰서십 비용이 1년에 약 6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대회의 타이틀 스폰서십 비용은 배우 높은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고의 흥행을 누리고 있는 KLPGA 대회의 경우, 단일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십 대회의 상금 액수와 운영 비용이 공동 타이틀 스폰서십 대회보다 더 높다. 단일 스폰서를 맡은 기업의 자금력이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단일 스폰서십 대회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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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의 우승자 오지현이 우승컵에 키스하고 있다

KLPGA의 경우, 신뢰할 만한 통계가 구축된 2000년 이후 타이틀 스폰서로 참가한 업종은 백화점 및 유통대기업, 에너지 및 중화학 공업, 건설업, 금융보험업, 음료주류, 요식업, 대형언론, 레저, 보안 등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메이저 및 메이저에 준할 만큼 상금액수가 큰 대회의 경우에는 역시 건설업과 중화학공업, 금융보험업, 자동차 등 매출 규모가 큰 기업들이 단독 스폰서를 맡는 경우가 많다.

‘美心’을 얻어라!
미국 골프대회 후원 자동차 제조사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라면 단독 타이틀 스폰서가 되어 누리는 홍보효과가 더욱 크다. 물론 규모가 크고 상금 액수도 많으며, 참가 선수들의 몸값 역시 천문학적 수준인만큼 운영에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다음은 미국에서 골프대회를 후원 중인 자동차 제조사들이다.

혼다, 2021년까지 혼다 클래식 타이틀 스폰서 연장

PGA(전미 프로골프협회) 투어의 혼다 클래식은 1972, 애초 재키 글리슨 인베러리 클래식이라는 대회명으로 시작되었다. 재키 글리슨은 1940년대 이후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국민적인 인기를 끈 배우이자 코미디언, 가수, 극작가이다. 이후 1981년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AMC가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가 1년 뒤인 1982년 혼다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혼다는 2018년초, 해당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십을 2021년까지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혼다가 단독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첫 대회의 우승자는 100야드 이내 쇼트 게임의 달인으로 시대를 풍미한 헤일 어윈으로, 우승 상금은 72,000달러였다. 혼다 클래식 하면 한국 골프팬들에게는 2009년 양용은 선수의 우승을 잊을 수 없다. 이 해 양용은은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혼다 클래식의 우승 및 각 홀에서의 홀인원 등 부상 차종은 시대에 따라 어코드, 시빅의 각 세대, 1세대 NSX 등 다양했다. 또한 대회 갤러리들에게는 클래식카 전시 및 혼다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의 소장품 전시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혼다는 미국이 꽁꽁 얼어붙는 동절기, 아시아 지역에서 치러지는 LPGA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 대회도 후원한다. 선수들을 모두 혼다 차량으로 공항에서부터 골프 코스까지 이동하게 해주는 의전 서비스도 유명하다. 양희영 선수가 2015년과 2017년 두 번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여제박인비 선수는 2014년에 우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해설가로도 활동 중인 한희원 선수는 2006년 우승했다. 이외에 국내외 모두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전인지는 2016년 준우승을 거두는 등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의 우승컵 텃밭으로도 알려져 있다.

추억속으로 사라졌지만 큰 획을 그은 뷰익과 캐딜락

2000년대 후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GM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산하 브랜드들의 운명도 갈렸다. 뷰익과 캐딜락은 다행히 중국 시장에서의 인기로 인해 살아남았지만 과거와 같은 영광을 누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시절에는 각자 기업의 이름으로 개최한 골프대회도 있었다.

특히 뷰익 인비테이셔널은 타이거 우즈가 가장 사랑했던 대회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기량이 최전성기이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골프대회뿐만 아니라 뷰익의 자동차도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2004년에는 컨버터블 콘셉트카인 벨리트의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참고로 이 자동차는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와 GM이 합작한 것으로, 현재 현대자동차의 상무로 있는 이상엽이 디자인을 맡은 자동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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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일의 벨리트 콘셉트카 옆에 선 타이거 우즈. 이 자동차는 현재 현대자동차 스타일링 담당 상무인 이상엽이 디자인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후원하는 대회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바로 워터해저드 위에 떠 있는 자동차다. 중계화면으로 등장한 그래픽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이는 실제 자동차 아래 부양 기구를 넣어 정교하게 띄워 놓은 것이었다. 그 시초가 바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월드골프챔피언십(WGC)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캐딜락이었다. 이후로 자동차를 물에 띄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기간 동안 캐딜락은 자사의 주력 기종인 ATS를 비롯해 고성능 기종인 V시리즈의 차종들을 두루 선보이며 큰 홍보효과를 누렸다.

역시 유럽! 고성능차 제조사의
타이틀 스폰서십

포르쉐도 유러피언 투어 대회 중의 하나인 포르쉐 유러피언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십을 맡고 있다. ‘포르쉐 유러피언 오픈’ 2017년 대회의 경우 총상금 2백만 유로(한화 약 26 2,280만 원)로 상당한 최상급 수준의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제조사가 제조사인만큼 부상도 휘황찬란하다. 2017년 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인 마르셀 짐의 4번 홀 티샷 공은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린에 한 번 닿지도 않은 채였다. 이로써 그는 이 홀에 걸려 있던 부상인 파나메라 터보 스포츠투리스모를 받았다.

해당 자동차의 가격은 한화로 16만 유로(한화 약 2 950만 원)인데, 이는 거의 우승 상금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그의 경기 성적이 종합 38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확이다. 한편 마르셀 짐은 현재 세계 랭킹 400위 정도의 선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후원하는 대회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다. 2014 BMW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남아공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는 까다로운 홀에서 이글을 기록해 볼보를 부상으로 받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공식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대회가 아니라도 홀인원 경품, 우승 부상 등을 제공했다. 140여 년 전통의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과 미국 PGA 챔피언십 후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리키 파울러(세계 랭킹) 7위 리키 파울러 등 세계 주요 유명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여제박인비를 3년 연속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해 차량을 후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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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회 ‘디 오픈’에 출전한 리키 파울러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후원하는 대표적 골프 스타다

한국 골프대회 후원하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

국내에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후원하는 대회가 펼쳐진다. 그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KLPGA 투어에는 기아자동차와 BMW가 후원하는 대회가 매년 열린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대회는 내셔널타이틀(국적을 대회명으로 하는 대회) 대회로 인기가 매우 높다. 지난 6 14일부터 18일까지,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진행된 제32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을 찾은 갤러리의 수는 나흘간 4 1,000명 이상이다.

선수들을 위한 경품도 화려했다. 4개의 파3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에게는 K7, 스팅어, K9이 걸려 있었고, 3홀 연속 버디를 달성한 선수에게는 스팅어가 제공되었다. 첫 날에는 조윤지 선수가 7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스팅어를 가져갔고, 박유나 선수는 3라운드 3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K7을 받았다. 또한 정윤지 선수는 13홀부터 15홀까지 연속 버디를 기록해 역시 스팅어를 받았다. 그리고 이 대회 최초로 4일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17언더파로 우승한 오지현 선수는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받았다. 실제 오지현은 자동차 마니아로 2017년 한 해 상금으로 자동차를 구입할 정도의 자동차 마니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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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기아자동차 한국 여자오픈 우승자 오지현의 10번 홀 티샷. 이 홀에는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2세대 K9이 걸렸다

참고로 기아자동차는 미국 LPGA 대회에서도 기아 클래식 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국내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선수는 이 대회 초청 자격이 주어지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2017년부터 국내 남자대회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개설하고 흥행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방송 중계 중 선수 뒤쪽에 보이는 리더보드를 들고 다니는 임무도 제네시스 임직원 중에서 지원자를 받고 선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미국 PGA에서 역사가 깊은 LA 오픈을 인수해 제네시스 오픈으로 치르고 있기도 하다. 이 대회는 과거 닛산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골프대회는 팬층과 자동차의 유망 구매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자동차 제조사들로서는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다. 또한 그 자체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사업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자동차 제조사의 골프대회 후원은 오히려 비용 대비 높은 효과를 구현하는 홍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후원하는 다양한 대회에서, 골프 경기 외적인 어필 요소도 구현하며 보다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