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긴급 기자회견, 더 준비했어야 할 것들

201886일 오후 4, 서울시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BMW는 주요 언론과 자동차 관계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BMW는 최근 2.0리터 디젤 엔진 장착 차종에서 발생한 일련의 화재의 원인 및 향후 대처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자 했으며 독일 본사의 담당자 등을 참석시켰다. BMW 그룹은 기자회견에 앞서 2시간 30분 전에 메일을 보냈는데, 이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당 차종 운행 자제 담화문 발표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이어진 화재 등에 대한 긴급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과 함께 요한 에벤비클러 수석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효준 회장은 먼저 국민들께 죄송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사과 인사를 전했으며, 요한 에벤비클러 부사장에게 기술적인 설명을 넘겼다. 이후 기자회견은 준비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리젠테이션 자료는 화재 원인에 대한 규명이었다. 결론적으로 BMWEGR 쿨러 냉각수 누수로 인한 침전물 생성과 이로 인한 냉각 성능 저하 그리고 파이프가 녹아 구멍이 뚫리는 천공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화재의 원인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조사에서, 냉각수의 에틸렌글리콜이 흡기 매니폴드에 쌓였고 여기에 불이 붙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참고로 EGR 즉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는 디젤 터보차저 장착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장치다. 스파크 플러그에 의한 불꽃 점화 방식인 가솔린 엔진과 달리, 디젤 엔진은 300 정도인 경유의 착화점을 이용해 실린더 안을 고온 고압 상태로 만들고 여기에 연료를 분사하여 폭발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이 때 실린더 안에서는 상온에서 반응하기 어려운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질소산화물인 만들어지게 된다. 이 때 배기가스 일부를 재순환시켜 실린더로 보내는데, 배기가스 내 질소(N2), 이산화탄소 등이 산소와 잘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해 질소와 반응하는 산소의 양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EGR은 크게 저압 방식과 고압 방식이 있다. 터보차저를 통과하기 전의 고압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것이 고압 방식, 터보차저를 통과해 압력이 낮아진 배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저압 방식이다. 전자는 터보 차저에 주는 부담이 적지만 낮은 엔진회전수의 과급 효율이 떨어져 발진 가속 시의 다이내믹함 등은 기대할 수 없다. 환경 관련 규제가 까다로운 프랑스 국적의 PSA 그룹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제조사의 디젤 엔진이 저압식 EGR을 선택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BMW 긴급 기자회견, 더 준비했어야 할 것들
BMW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의 EGR 시스템과 최근 일련의 화재 원인을 설명하는 요한 에벤비클러 부사장

그런데 저압식 EGR은 쿨러가 필연적으로 배기가스 성분에 의해 쉽게 오염된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에벤비클러 부사장이 설명한 대로 냉각수 누수가 일어났다면 화재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에벤비클러 부사장을 비롯한 독일 기술진들의 기자회견 메시지도 이러한 기계적 결함 즉 하드웨어 문제를 화재 사태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이 설명이 합당하다고 전제한다면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우선 냉각수 누수 및 파이프 부분의 발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했다. 물론 채 파악이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의 엔진 제작 기술과 기법은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는 BMW의 설명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2.0리터 디젤 엔진 장착 차종의 누수에 관련된 불만 사항이 유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까닭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BMW 측이 화재의 원인을 위와 같이 분석했다면 그전에 보고된 사례들은 무시할 수 없는 예후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화재가 320d520d에 국한된 것이고 추후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면, 인화가 이루어진 부분의 소재적 문제, 열화도 등에 대한 설명도 있었어야 했다.

또한 소프트웨어나 전장 부분 계통의 문제에 대해서 강하게 부정만 한 부분도 아쉽다. BMW 디젤 엔진의 EGR 시스템의 구조는 다른 제조사와 달리 EGR 밸브와 냉각 유닛이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이 역시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과급 압력 강화 효과가 있고 엔진 유닛을 콤팩트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밸브 개폐와 관련된 센서 오작동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이 시스템의 전장 계통에 대한 오류 가능성도 조사했어야 하고, 조사했다면 그 결과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이 외에 국토교통부가 83일에 발표한 해당 차종 운행 자제 담화문 및 각종 카쉐어링 서비스의 해당 차종 서비스 중단 등에 대해, 사후 교감이나 협의 등이 진행되고 있는지의 여부도 상세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디젤 엔진이 장착된 BMW 5시리즈와 3시리즈의 국내 시장 인기는 웬만한 국산차 이상의 판매량과 인기를 자랑한다. 재론의 여지 없이 우수한 연비 덕분이다. BMW 측이 전한 바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은 사후 진행되는 여러 보상보다도, 먼저 정확한 내용과 원인의 사회적 공유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BMW에 대한 자동차 유저들의 사랑은 아직 식지 않았지만, 여기에 언제까지 분노의 불이 붙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한명륜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