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산과 국산 제조사를 막론하고 차량화재사건이 연일 화제다. 차량 내 결함을 인정하고 기자회견을 연 제조사도 있지만 그 설명이 충분치 않았고, 의혹 해명이 더딘 제조사도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의 대응은 전문성의 부족을 노출하고 있다. 비단 엔진 결함뿐만이 아니더라도 여름철 차량 내 온도 상승으로 인화성, 폭발성 물질에 대한 화재는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골든 타임을 벌어줄 수 있는 자동차용 소화기를 살펴보았다.
고성능차의 ‘필수템’,
내장형 소화기
모터스포츠 대회 중 사고가 화재로 번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높은 엔진 출력과 빠른 속도로 인해, 사고 시에 큰 충격이 발생하면 화재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대부분의 모터스포츠 대회에서는 소화기의 탑재부터 엔진룸 소화 장치의 장착까지 화재 대비 규정이 매우 상세하다. 국내의 경우 3.3kg의 분말기 장착이 의무이다. 또한 국제 대회 차종에는 실내와 엔진, 연료통에 부착된 노즐을 통해 소화장치가 분사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레이싱카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말 소화기가 아닌 유류나 화학약품으로 인한 불을 끄는 데 특화된 거품 소화기가 장착된다. 작동 방법은 발화 시 차량 내부의 버튼을 누르거나 외부의 고리를 잡아당기면 소화기와 연결된 관을 통해 엔진룸과 연료탱크 등 불이 나기 쉬운 곳으로 분사되는 방식이다. 이는 해당 레이싱팀에서 전자적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또한 레이싱경기에 출전하는 차량은 강한 동력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차에도 소화기가 탑재된다.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주요 기종들에는 선택사양으로 소화기가 장착된다. 또한 의전용으로 사용되는 고급 세단에도 소화기가 적용된다.
국산차 차량용 소화기,
7인승 SUV부터는 기본?
고성능차나 레이싱카가 아니더라도,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현행법상 7인승 이상의 승용차와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에는 소화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1인승은 같은 용량으로 2개를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차량 어느 곳에 소화기가 장착되어 있는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보통 대부분의 7인승 SUV의 경우 트렁크의 바닥 부분에 소화기가 장착된다. 트렁크 바닥 덮개를 열면 비상용타이어 혹은 경정비 킷이 수납되어 있는데, 좌, 우 측면이나 입구 안쪽에 소화기가 장착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다, 소화기 위치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화재 진압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운전석 시트 아래에 소화기를 장착하는 차종도 있다. 현대차 더 뉴 그랜드 스타렉스의 경우 운전석 아래 덮개를 열면 차량용 소화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SUV의 경우에도 애프터마켓을 통해 차량용 소화기 탑재 위치를 캐빈 안쪽으로 바꿀 수 있다. 추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소화기를 차량 내 비치할 수 있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차량화재의 예방대책으로, 5인승 이상의 차량에 소화기 설치를 규정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차주들 역시 화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차량용 소화기를 따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자인부터 사이즈, 소화기능까지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쉬운 사용법과 감각적 디자인! 스프레이형 소화기
최근에는 애프터마켓을 통해 다양한 차량용 소화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레이싱카나 고성능차에 사용되는 타입뿐만 아니라, 실내 비치나 사용이 간편한 스프레이형으로 제작되며, 디자인도 감각적인 제품이 많다.
이러한 애프터마켓 차량용 소화기는 완성차 제조업체의 애프터마켓 사업부나 안전제품 전문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기아자동차의 애프터마켓 브랜드 튜온의 경우, 스프레이 방식으로 사용이 쉽고 사이즈가 작아 휴대가 편한 소화기를 판매하고 있다.
애프터마켓 안전 제품 중에는 보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미니 사이즈의 소화기도 보인다. 2018년 서울오토살롱에 참가한 한 제조사는 각 자동차 제조사의 엠블럼을 적용한 미니 사이즈 스프레이형 소화기를 선보였다. 이는 차량만이 아니라 건물 내 화재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디자인소화기 중에는 분말 타입이 아닌 강화액 타입의 제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강화액의 경우 어는점이 -20도 이하이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사용이 가능하며, 분말타입과는 달리 별도의 관리가 까다롭지 않아 차량용으로 적합하다. 또한 이러한 타입의 소화기는 주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용유화재(K급)까지 대응이 가능해 최근 가정용 소화기로도 보급되고 있다.
차량용 소화기의 관리요령은 가정용 소화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1개월에 한번씩 지시압력계의 바늘이 정상위치에 있는지 확인해주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제에 대비한다. 일반적으로 소화기의 수명은 정상적인 조건에서 약 5년 가량이며 이후에는 2년마다 검사 및 확인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우와 달리, 소화기는 내부약제를 방출한 후 다시 충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의 첨단 안전 사양은 한 번만 작동해도 ‘본전’을 뽑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동차는 일련의 사고와 무관하다는 생각을 불태우고,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해 차량용 소화기를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양완선 기자
사진
김민주 기자·브알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