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북미 가전제품박람회(CES)가 현지 시간 1월 8일 개막했다. 수년 전부터 자동차 제조사들은 1월의 북미 오토쇼 대신 CES를 통해 신기술 및 신차까지도 발표해오고 있을만큼 CES는 또 다른 자동차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모터쇼에서 조연이었던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사 및 협력기업들이 당당히 주연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연급 조연이었으나 CES에서 더욱 존재감을 발하는 기업들의 2019년 CES 비전을 살펴보았다.
IoT와 AI 결합으로 구현하는 뉴모빌리티,
보쉬
보쉬는 기계, 전장, 소프트웨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동차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보쉬의 부품이 한 가지라도 들어가지 않는 자동차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2019년 CES에서 보쉬가 선보이는 솔루션의 범위 역시 일상 생활의 편리를 위한 도구에서 모빌리티까지 매우 넓다. 마치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는 혼다를 보는 듯하다.
보쉬 그룹의 마르쿠스 하인 부회장은 “우리는 10년 전부터 IoT(사물인터넷)의 세상을 만들어오고 있다”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보쉬의 자사 클라우드 기반 디바이스 수가 약 850만 개에 이르렀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약 40%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솔루션 제공 분야 역시 스마트홈부터 농업 분야까지 가리지 않는다.
하인 부회장은 2019년 CES에 선보이는 보쉬의 솔루션에서 IoT와 AI의 결합을 중요한 화두로 삼았다. 즉 커넥티드 기술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학습하는 AI의 딥러닝 기술이, 일상생활에서의 시간, 보안, 효율성과 편의성 등 모든 면에서 구체적인 개선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하인 부회장은 전했다.
또한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기술적 가능성을 공유∙확장하는 것도 보쉬의 전략이다. 그 예로 보쉬는 최근 캐나다의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모지오(Mojio)와 제휴하여 만들어낸 커넥티드카용 통합 IoT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 보쉬의 알고리즘은 사고 발생 시간 및 장소 그리고 사고의 정도 등을 긴밀히 파악할 수 있으며 긴급 구조 서비스센터로 구조 연락을 취할 수도 있다.
보쉬는 또한 2019년 CES에서 자체 개발한 컨셉트 셔틀을 선보인다. 이 차량을 통해 보쉬는 차량들의 자동화(automation),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전동화(electrification)를 위한 솔루션을 소개한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세계 주요 도시들의 도로에서 곧 보게 될 무인 셔틀(driverless shuttle)을 미리 경험하게 한다. 하인 회장은 “배출가스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모빌리티에 대한 보쉬의 비전”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모빌리티를 위해, 보쉬는 부품과 시스템뿐만 아니라 예약, 공유, 커넥티비티 플랫폼, 주차, 충전 서비스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전체적인 범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하인 부회장은 밝혔다. 실제 이러한 무인 셔틀 모빌리티에 대한 시장 수요는 증가일로다. 2017년 470억 유로(한화 약 60조 3,100억 원)에서 2022년 1,400억 유로(한화 약 179조 6,494억 원) 규모로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쉬는 이러한 무인 셔틀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보쉬는 2019년 하반기에 다임러와 손잡고 실리콘 밸리 새너제이(San José)를 무대 삼아 완전 자동화 무인 공유 서비스를 테스트한다. 보쉬와 다임러 그리고 새너제이는 이미 관련 의향서에 서명한 단계다. 디젤 게이트의 한 원인 제공자로 추궁당했던 보쉬가 이러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을 통해 도약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통합 솔루션 제시,
하만
지난 2017년 3월 삼성전자가 인수 완료한 하만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전장 분야에서 그 존재감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인터내셔널 CEO는 “이제 모빌리티(Shared Mobility) 및 차량용 기술의 인기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이제 차량의 가치 평가는 사용자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고 업계에 대한 진단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팔리월 CEO는 “다양한 세그먼트 차량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더욱 향상된 커넥티드 사용자 경험 솔루션을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하만의 비전을 밝혔다.
하만은 2019년 CES를 통해 확장형 커넥티드카(Scalable Connected Car)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우선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운전자가 높은 수준의 커넥티드 카 및 자율주행 차량의 경험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인포테인먼트 기술들이 다른 기능들과 단절되어 작동되고 이로 인해 운전 경험이 산만해지며 정보의 과부하를 느껴 결국 커넥티드카에 대한 불신을 느끼는 것에 대한 하만의 해결책이다.
하만은 디지털 콕핏 솔루션들을 개발하면서 보급형 모델부터 프리미엄 럭셔리 모델까지 확장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보급형 디지털 콕핏은 차량의 디스플레이 레이아웃을 단순화시켜 직관적이고 응집된 레이아웃으로 중요 정보 및 보조 정보를 제공한다. ADAS(지능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 기능 정보, 단계별 탐색, 멀티 미디어 재생 정보, 기능 메뉴 등을 표시할 수 있는 보급형 디지털 콕핏은 사용자의 스마트폰과 통합된다. 이를 통해 구글, 알렉사, 삼성의 빅스비 등 여러 가상 비서 플랫폼과 연결되며, 어떤 클라우드든 상관없이 하만의 운전자 관련 기술들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 하만의 확장형 커넥티드카 비전이다.
또한 프리미엄 디지털 콕핏 및 안드로이드 컴퓨트 플랫폼은 차량의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안전 기능을 완벽하게 통합한 엔드–투–엔드 패키지도 선보인다. 이는 하루 중 어느 시간에든 상관없이 최적의 색상 표현을 위해 선명하고 생생한 QLED 및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하만의 운전자 안면 인식 및 모니터링 기술인 뉴로센스(Neurosense)를 이용한다.
하만은 음향 기기 및 회로 분야의 기술 축적은 잘 알려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거의 모든 대중음악 프로세싱에는 하만 산하의 렉시콘, 디지텍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관여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만은 스마트 오디오와 음향 신호 처리 분야의 최신 기술들을 통해 개인 맞춤 음향 환경을 구축하고, 음성 비서 및 전화 통화 상대, 그리고 차량 탑승자들 사이에 명확하고 방해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 솔루션을 선보인다.
오픈 네트워크 개발 플랫폼으로 하만의 특허 기술인 오디오웍스(AudioworX)를 기반으로 하는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는 콤팩트카에서 럭셔리카까지 모듈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이러한 기능을 갖춘 차량의 가격 상승도 통제할 수 있다. 프리미엄 커뮤니케이션즈는 크게 차내 커뮤니케이션, 원단(Far-end) 소음 제거 기능 적용 클리어챗, 개별커뮤니케이션 영역, 다수의 음성 비서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폰 및 음향 처리 기기를 만들어 온 하만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소음 제거, 음향 구분 기술 등이 적용된 결과이다.
하만 측은 이러한 모든 기능들을 하만의 차량용 클라우드 플랫폼인 이그나이트 (Ignite Automotive Cloud platform)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IoT (사물인터넷) 기능뿐 아니라 ADAS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응용 프로그램 및 기능들을 사용하여 일정 통합 및 스마트씽스(SmartThings)같은 홈 제어 시스템과의 통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만은 5G 통신 시스템을 활용하여 자동차와 주변 사물간의 IoT 연결 시스템인 V2X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ES에서 자동차 제조사들도 바쁜 행보를 보이지만, 전장 분야와 관련된 부품 제조사들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이는 기존 자동차용 전장 제조사들이 새로운 모빌리티 변화를 맞아 저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영역을 찾고 고용을 확장해간다는 점에서 세계 경기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 할 수 있다. 향후 수년 간 CES에서 주요 자동차 부품의 활약은 보다 연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