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연막탄과 함께 환호한 레드불-혼다, 막스 페르스타펜 대기록 향연

오스트리아 현지 시간으로 7월 5일, 슈필베르크 레드불 링에서 진행된 2021 포뮬러 원 오스트리아 그랑프리(이하 ‘GP’)에서 레드불-혼다의 막스 페르스타펜(#33, 23)이 다양한 대기록을 쏟아내며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혼다 역시 아일톤 세나 시대 이후 처음으로 5연속 그랑프리 우승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의 루이스 해밀턴은 2023년까지의 계약 연장 소식 이후 GP에서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한편 맥라렌의 머신 안정성과 약진도 돋보였다. 

3연속 폴 투 윈,
최연소 50 포디움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된 오스트리아 GP는 페르스타펜의 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시간 23분 54초 543의 기록으로 우승한 막스 페르스타펜은 경기 내내 압도적이었다. 초반부터 패스티스트 랩을 여러 차례 화면에 찍었고 62랩째에 1분 6초 2로 가장 빠른 시간을 기록했다. 패스티스트 랩 시 타이어는 C3n(하드 컴파운드 재사용)이었다. 평균 속력은 234km/h. 

한 번도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2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의 발테리 보타스(#77, 32)와는 17초 이상 차이가 나, 거의 혼자 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초반에 SC 상황으로 인해 뒤따르던 차량들과 격차가 좁혀졌던 것도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페르스타펜은 이번 레드불 링에서의 폴 투 윈으로  지난 프랑스 GP부터 3연속 폴 투 윈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우승을 통해 최연소로 50회의 포디움 입상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됐다. 페르스타펜은 최연소 GP 우승을 비롯해 다양한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다. 심지어 그는 공식 운전 면허를 받기 전에 F1 라이선스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초창기 과격한 주행 스타일과 경솔한 언행 등으로 실력과 가능성에도 호오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페르스타펜은, 최근 수 경기를 통해 한층 원숙한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 폴 포지션을 자주 점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기도 한데 그만큼 경기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기도 하다. 데뷔 초, 루이스 해밀턴의 루키 시절과 닮았다는 평을 들은 그는 해밀턴보다 빨리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이날 페르스타펜이 체커기를 받자 열성적인 네덜란드 응원단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렌지색 연막탄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1988년 이후 첫 5연승,
혼다 파워트레인

혼다는 아일톤 세나가 활약했던 1988년 이후 처음으로 GP 5연승을 거뒀다. 모나코부터 페르스타펜-세르히오 페레스-페르스타펜-페르스타펜-페르스타펜으로 이어지고 있다. 팀 챔피언십 포인트는 286포인트로 242포인트의 메르세데스 대비 44 포인트 앞선다. 1게임에서 역전하려면 레드불 혼다가 완전한 노포인트, 메르세데스는 원투 피니시가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특히 세르히오 페레스(#11, 31)와 막스 페르스타펜의 팀워크가 돋보이는 순간들이 종종 보인다. 이번 GP에서 예선 3 그리드를 받은 세르히오 페레스의 적극적인 역주와 방어가 아니었다면 초반 페르스타펜의 독주는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장면이 초반에 연출됐다. 결국 페레스는 약간의 컨택과 함께 코스를 이탈해 한때 10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탱크가 된 레드불 머신답게 다시 코스로 들어와 결국 6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드라이버 포인트는 104 포인트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오렌지 연막탄과 함께 환호한 레드불-혼다,
막스 페르스타펜 대기록 향연
막스 페르스타펜(오른쪽)과 건배하는 타나베 토요하루 테크니컬 디렉터

해밀턴은 지난 주 메르세데스와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잭슨 기타와 시그니처 8현 기타 계약도 맺었다. 그 후 첫 GP에서 포디움을 놓쳤다. 물론 지금의 결과만을 갖고 그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판단하긴 이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오렌지 연막탄과 함께 환호한 레드불-혼다,
막스 페르스타펜 대기록 향연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의 발테리 보타스

2021 시즌 들어 약진이 두드러진 팀은 맥라렌이다. 만 21세의 드라이버 랜도 노리스(#4)가 스티리안 GP에 이어 포디움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거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챙겨 받은 노리스는 현재 세르히오 페레스에 3포인트 뒤진 101 포인트로 드라이버 챔피언십 4위에 올라 있다. 

맥라렌 메르세데스의 랜도 노리스

페라리는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리드 자체도 카를로스 사인츠(#55)가 10번, 샤를 르클레르(#16)가 12번을 받았다. 샤를 르클레르는 한창 순위를 끌어올리려다 41랩에서 브레이크가 과열된 세르히오 페레스와 약간의 컨택이 생기면서 순위가 떨어져 8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페레스는 르클레르에게 미안함을 전했고 르클레르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고이며, 잊어버릴 것”이라고 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오렌지 연막탄과 함께 환호한 레드불-혼다,
막스 페르스타펜 대기록 향연
세르히오 페레스(앞)와 샤를 르클레르(뒤)

한편 이 날 레드불 링을 객석을 메운 관객의 수는 6만 명에 달했다. COVID-19의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관객들은 환호하고 서로를 얼싸안았다. 유럽 국가들은 봉쇄를 풀고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선택했다. 봉쇄를 통해 발생하는 피해가 감염병으로 인한 위험을 넘어설 수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토착화된 바이러스와 공생하고 있는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은 현재도 이어지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소멸되지 않는 한, 봉쇄를 통한 감염자 숫자 줄이기는 방역이 아닌 인류의 후퇴일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오는 19일, 영국에서는 다양한 봉쇄 조치가 사라질 예정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