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도 LG 엔솔과 미국에 합작 배터리 공장 짓는다

한국 시간으로 8월 29일, LG 에너지 솔루션과 혼다가 북미에서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합작 법인 설립 체결식을 가졌습니다. 체결식은 서울 여의도의 파크원에서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 혼다 CEO 미베 토시히로(Toshihiro Mibe)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아직 공장 부지는 검토 중입니다. 투자 규모는 44억 달러, 한화로 5조 1,000억 원 정도이며 연산 규모는 40GWh(기가와트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을 시작하여 2025년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 및 모듈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생산된 배터리는 혼다 및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어큐라(Acura) 전기차 모델에도 공급될 예정입니다. 어큐라는 지난 주 페블비치에서 열린 몬테레이 카위크 행사에서 전기 SUV 콘셉트카인 프리시전(Precision)을 선보인 바 있으며 해당 차종은 2024년 공식 데뷔할 예정입니다. 

서울을 찾은 혼다 미베 토시히로(Toshihiro Mibe) CEO는 “혼다는 2050년까지 모든 제품과 기업활동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할 것”이라는 혼다의 비전을 전하는 한편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권영수 부회장은 “높은 브랜드 신뢰도 구축한 혼다와의 이번 합작은 북미 전기차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고객과 긴밀한 협력 통해 전동화에 앞장서 고객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실 혼다와 LG 에너지 솔루션은 간접적으로 인연이 있었습니다. 2021년에 이미 혼다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투자한 얼티엄셀즈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형, 소형 전기차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를 반대하던 임원들에게 미베 토시히로 CEO는 “생존을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말해보라”며 이를 강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미베 토시히로 CEO는 1987년 입사한 이래,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인물인데, 다른 혼다 출신의 인물들과는 달리 혼다라는 기업을 상당히 ‘자유롭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우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양사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 일본 자동차 기업의 첫 전략적 제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전기차 생산 확대 및 배터리의 적시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미국 내에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합작공장을 함께 건설하기로 한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완성차 업체에 처음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품질, 기술력 등 고객가치 혁신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라며 “이를 통해 고객 포트폴리오 및 북미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미래 경쟁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는 또다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참고로 LG 에너지 솔루션은 북미 지역 중 캐나다에서 스텔란티스그룹과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진행 중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북미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전기차 연구 부서를 만들었던 혼다는 전기차 연구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2차 전지를 실험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태어난 하이브리드의 효율이 너무나 우수해, 이를 주력으로 하면서 BEV(순수전기차) 시장 진입이 조금 늦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배터리에 기반한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약간 늦었습니다. 그래서 혼다는 글로벌 각 권역에서 현지 배터리 기업을 통해 배터리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2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LG 에너지솔루션은 가장 매력적인 배터리 서플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미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EV+PHEV 기준) 배터리 시장은 2021년 46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중국보다 전기차로의 대전환 시점이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북미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훨씬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동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대기아차에 조금 밀렸지만 여전히 시빅, 어코드, CR-V, HR-V, 오딧세이 등 해당 세그먼트에서 경쟁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판매량을 보여주는 혼다는, 북미 사람들이 품질 면에서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기업과 LG 에너지 솔루션의 협업이 배터리 공장 설립 이후 어떠한 시너지를 낼지 기대됩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