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우디의 인기 전기차 Q4 e-트론과 Q4 스포트백 e-트론의 런칭 행사 및 미디어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2019년 콘셉트카 공개, 2021년 4월 월드프리미어 공개 후 약 1년 반 만의 한국 도입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니 높은 디자인 완성도가 눈길을 끌었고, 그것만으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도 좋을 프리미엄 소형 전기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보조금 수급 여부 그리고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로 인한 독일 현지 내 공장의 어려움이 향후 제품 수급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다소 무거운 의문 부호도 붙어 있습니다.
MEB 플랫폼 중엔 내가 제일!
프리미엄 소형 전기차
테슬라나 다른 전기차 전문 브랜드에 비해 배터리의 효율, 완충 시 주행 거리는 다소 못 미치지만 오랫동안 내연기관차로 축적한 섀시 동역학만큼은 아우디와 같은 브랜드들이 양보하지 못할 영역입니다. 폭스바겐AG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는 배터리와 파워유닛을 주축으로 하는 전기차 유니폼도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법, 즉 스포티하고 정확한 주행성능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Q4 e-트론과 스포트백 e-트론은 10.2미터의 짧은 회전 반경을 자랑합니다.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을 적용함으로써 조향각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물론 이것이 기존 아우디의 방식인 멀티링크와 비교해 어떤 주행 질감을 보여줄지는 시승을 통해 판단해 봐야겠습니다만, 적어도 해외 리뷰를 통해서 봤을 때 조향이나 선회 안정성에서는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MEB 플랫폼으로 나오는 전기차는 폭스바겐 ID.4, 요건 오는 16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죠. 그리고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낮지만 스코다의 엔야크(Enyaq)가 있습니다. 동일한 플랫폼을 갖지만 아무래도 주행 감각 면에서 조금 더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발휘한다는 것이 외신의 평가이기도 합니다.
디자인만 봐도 MEB 기반 차종들 중에서는 가장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적 전기차로서의 면모가 강한 ID.4와 달리 내연기관에 대한 향수가 큰 기존 고객들의 향수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ZKW로부터 공급받는 디지털 라이트 시그니처 기능은 4가지 디자인의 LED 라이트 기능으로,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빼곡한 모듈 기반의 매트릭스 LED 기술을 디자인적으로 해석한 것이죠. 특히 헤드램프 유닛 역시 매끈한 디자인으로 차체가 0.26cd의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측면에서는 20인치 5-V 스포크 휠이 눈길을 끕니다. 전기차들은 마찰 저항을 줄이고 구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체급 대비 큰 직경의 휠과 상대적으로 좁은 단면폭의 타이어를 채용합니다. 기본형은 19인치 직경에 단면폭 235㎜, 편평비 50%입니다.
인테리어에서도 브랜드 최초 요소가 있습니다. 상하 더븙컷 스티어링 휠이죠. 여기에 앰비언트 라이트, 앞좌석 도어 엔트리 라이트가 적용돼 있고, 스포트백e-트론은 ‘S’ 로고 가죽 스포츠 시트 블랙 헤드라이닝,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 매트 브러시 다크 알루미늄 인레이, S 로고 발광 도어 실 플레이트가 기본 적용됩니다. 이 밖에도, 운전자가 모든 차량 정보를 통합적이고 직관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네비게이션, 통화, 음악 등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아우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아우디 사운드 시스템, 무선충전 등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아우디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막대한 연구 비용을 투입해 내재화, 플랫폼화해가고 있습니다.
e-트론과 GT가 던진 아우디 전동화 비전
Q4가 이어받다
아우디의 전동화는 철저히 브랜드의 가치를 따랐습니다. 1억이 넘는 e-트론과 e-트론 스포트백의 50, 55라인업, 포르쉐와 함께 개발된 J1 플랫폼 기반의 e-트론 GT가 압도적인 성능과 스타일, 안락감, 극강의 조향 성능 등으로 다른 전기차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가치를 제시했다면, Q4 e-트론과 스포트백 e-트론은 보다 넓은 대중과의 교섭을 통해 전동화의 가치를 전합니다. Q4의 전장과 휠베이스는 각각 4,590㎜, 2,764㎜로 내연기관 컴팩트 SUV인 Q3 정도입니다. 아우디도 BMW처럼 동 세그먼트의 짝수를 쿠페로 두는 경우가 많은데 아우디의 Q4가 전기차가 되면서 족보가 다소 애매해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인기를 누릴 만한 장르와 세그먼트이고 여기에 전동화를 적용해야 하므로 구식의 체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Q4 e-트론과 스포트백 e-트론 공히 82kWh입니다. 공차 중량도 2,160kg으로 동일합니다. 상당히 무거운 편인데 최고 출력이 150kW(204ps), 최대 토크 31.6kg∙m 수준으로 0→100km/h 가속 시간 8.5초라는 것은 준수한 기록입니다. 브랜드가 브랜드인만큼 달리기 실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죠. 다만 최고 속력이 160km/h로 2세대 전기차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급속 충전은 최대 135kW로 가능합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Q4 e-트론 기준으로 복합 368km, 도심 393km, 고속도로 338km, 스포트백 기준357km, 378km, 332km입니다. 사실 전기차 주행 거리가 300km 초중반대에만 접어들어도 도심이나 장거리 모두 큰 불편 없이 탈 수 있습니다. 특히 관공서나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급속 충전 인프라가 확충돼 있기도 하고, 그 수가 적긴 하지만 아우디 자체의 충전 인프라도 마련돼 있습니다. 물론 고속도로 휴게소의 급속충전 시설은 포터와 봉고 EV 세상이라는 푸념도 있는데, 이는 전기차와 물류 시스템에 대한 공공적 재설계가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참고로 이날 현장에서는 Q4 e-트론은 스포트백과 달리 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느냐는 날 선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우디코리아 측의 답변은 동절기 주행거리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환경부 테스트 기준 중 영하 7도 내외의 저온 주행에서 난방을 최고 온도로 설정하고 주행하는 방식인데, 아우디를 포함해 유럽 일부 제조사 차종들은 이 상한 온도가 국산 차종보다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