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시빅 타입-R, 양산 FF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경신

차체 경량화와 서스펜션 시스템의 정교화로 FF(앞 엔진, 전륜 구동) 레이아웃의 자동차 서킷에 불리하다는 것도 옛이야기가 됐다. 지난 해, 화제 속에 등장한 혼다의 시빅 타입-R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혼다는, 지난 4월 3일 신형 시빅 타입-R이 12.9마일(약 20.77km)의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세운 7분 43.80의 랩타임 기록을 공개했다.

시빅 타입-R은 미국에서 선보이기 2개월 전부터 전륜 구동 양산차 중 가장 빠른 자동차임을 자처해 왔다. 그리고 이를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증명했다. 혼다가 기록한 7분 43.80의 랩타임은 전륜 구동 양산차의 이전 랩타임 기록을 3초 이상 단축한 기록이다. 그 전의 기록은 골프 GTI 클럽스포츠S가 기록한 7분 47.19의 기록이다. 당시 골프 GTI 클럽스포츠는 2.0리터(1,984cc) 가솔린 터보 엔진(EA888)에 6단 수동변속기 파워트레인, 가변 흡기밸브와 듀얼 캠샤프트를 갖추었으며 306hp의 최고 출력과 38.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했다. 당시 불필요한 장치들을 모두 탈거한 골프 GTI 클럽스포츠S의 공차중량은 1,285kg으로 알려졌다.

혼다의 시빅 타입-R에는 오하이오의 공장에서 2.0리터(1,996cc)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미국에서 생산되었지만 엔진 부품은 글로벌 엔진 파츠와 공유한다.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306hp(6,500rpm)으로, 골프 GTI 클럽스포츠S와 같다. 그러나 최대 토크가 40.8kg∙m(2,500~4,500rpm)으로, 골프보다 발휘 대역은 좁지만 큰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를 결합해 파워트레인을 구성했다.
구동 계통과 서스펜션에서 있어서의 구성은 평범하다. 언더스티어 경향을 줄이고 조향성을 개선하기 위해 LSD(차동 제한 장치)를 적용했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 어댑티브 댐퍼를 적용한 멀티 링크 방식이며, 전륜 서스펜션은 로어 암을 알루미늄으로 구성해 무게를 줄였다. 이는 선회 시 관성에 의한 언더스티어 경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제원상으로는 여느 FF 자동차들의 구성과 다를 바 없다. 결국 세팅 시의 정교함과 개별 부품의 경량화 및 안정성이 좋은 랩타임의 동력인 셈이다.

신형 혼다 시빅 타입-R의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은 2015년 시빅 타입-R의 기록을 6초 이상 줄인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쟁쟁한 후륜 구동 머신들의 기록보다도 앞서는 랩타임으로, 최고 출력이 70hp 가까이 높은 BMW의 M2 쿠페를 7초 가까이 앞서는 기록이다.

한편 혼다는 지난 3월부터, 새로운 시빅 타입-R을 혼다의 글로벌 생산 허브인 영국 스윈든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양산형의 혼다 시빅 타입-R은 2016년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프로토타입과 큰 차이가 없어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국내 고성능 자동차 마니아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