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의 파워는 이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베이징 모터쇼(Auto China)의 위상 제고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수 년전부터 주요 제조사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략형 기종을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발표해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이번 2018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중국시장 맞춤형의 전략 기종들을 선보였다.
L세단으로 거듭난 A∙C 클래스
각 제조사들의 중국형 전략 차종은 주로 휠베이스를 늘인 롱휠베이스 차종인 경우가 많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해치백인 A클래스의 롱휠베이스 세단형과, C클래스의 롱휠베이스 차종인 L세단을 공개했다. L세단의 A클래스의 휠베이스는 해치백보다 60㎜ 긴 2,789㎜이며 트렁크 공간이 420리터에 달한다. C세단의 경우 노멀 휠베이스의 C클래스보다 80㎜가 길다. 각각 원래 속했던 세그먼트를 훌쩍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유저들은 한국 유저들 이상으로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한 까닭이다.
그러나 디자인 면에서는 각기 원래 차종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메르세데스 벤츠 측의 설명이다. L 세단 A 클래스는 기존 A클래스의 감각적 순수함(sensual purity)이라는 콘셉트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세단이며 휠베이스도 늘인 차종이지만 짧은 전후 오버행을 적용해 A클래스 본연의 스포티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낮은 보시과 2피스 테일램프를 통한 전후면의 로우 앤 와이드 디자인도 살아 있다.
인테리어와 편의 면에서도 기존 A클래스 대비 강화되었다. 최대 64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무드 조명)이 적용되는 한편, 사용자 학습 능력 기반의 MBUX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시스템은 위챗마이카(WeChatMycar) 앱이 통합되어 있으며 두 명 이상의 사용자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또한 광동어를 포함한 다양한 중국 지역어에 대응하는 음성 제어는 물론 증강 현실(AR) 기술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C클래스는 2014년부터 중국 시장에 판매되고 있고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인기를 견인한 것은 노멀 휠베이스보다 80㎜ 긴 롱휠베이스 C클래스라 할 수 있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L세단 C클래스라는 이름으로 L세단 A클래스와 함께 일종의 하위 브랜드를 이루어 체계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파워트레인면에서는 터보랙을 줄이고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48V의 EQ 부스트 시스템도 함께 적용되어 펀드라이빙을 지향한다. 이외에 인테리어 면에서는 L세단 A클래스에서도 선보인 64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 대형 터치스크린 등이 적용된다.
다임러 AG의 중국 경영책임자인 휴베르투스 트로스카(Hubertus Troska)는 프리미엄 콤팩트 세그먼트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롱 휠베이스 모델임을 강조하며, 2열 공간의 확장은 중국 소비자들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다”고 전했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세계 최대 럭셔리카 시장 맞춤 콘셉트카
중국 시장은 S클래스 글로벌 판매량의 60%를 책임지는 최고의 최대의 럭셔리카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마이바흐는 이런 중국 시장의 성향에 맞춘 메르세데스–바이바흐 얼티밋 럭셔리 콘셉트카(이하 ‘얼티밋 럭셔리’)를 공개했다. 얼티밋 럭셔리는 일반적 SUV와는 달리 3박스 구조의 측면 윤곽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하이엔드 세단과 SUV의 성격을 결합한 것이다.
얼티밋 럭셔리의 차체 크기는 전장 5,260㎜, 전폭 2,110㎜, 전고 1,764㎜에 달한다. 전면부에는 핀 스트라이프 슈트 스타일의 라인이 강조된 크롬 도금 그릴이 돋보인다. 이 새로운 그릴 디자인은 2016년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Vision Mercedes-Maybach 6)에 처음 적용되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3개의 램프 유닛으로 구성된 헤드램프, 크롬 블레이드가 장착된 공기흡입구가 로우 앤 와이드의 전면 이미지를 구현한다.
측면 디자인에서는 과감함이 돋보인다. C필러는 직각에 가깝지만 리어의 테일게이트 라인은 유선형의 노치백 스타일을 지향한다. 터빈 모양의 휠은 그 직경이 무려 24인치에 달한다. 후면부에서서는 가운데 구획을 중심으로 2분할되어 있는 리어 윈드실드가 눈에 띈다. 이 구획선은 선루프를 분할하는 선과 이어지면다. 중앙부 헤드램프와 닮은 리어 램프와 윈드실드가 조화를 이룬 후미의 인상은 매우 진보적이다.
외형은 크로스오버지만 활용도 면에서는 쇼퍼드리븐에 가깝다. 따라서 후측 탑승객의 안락함과 편의성의 구현에 중점을 두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처럼 조절 기능이 있는 좌석이 적용된다. 부드러운 무릎 쿠션과 위치 조절이 가능한 종아리 받침대도 있다. 백색의 나파가죽은 로즈골드의 다이아몬드 스티치로 마무리했으며 센터콘솔이 뒤쪽까지 이어진다.
인테리어에서 특히 눈을 끄는 것은 2열 좌석 가운데 차를 즐길 수 있는 트레이가 제공된다. 이 트레이는 ‘매직우드(Magic Wood)’라고 불리는 흑단으로 제작됐다. 이 트레이는 가열 기능까지 갖추고 있고, 버튼을 누르면 슬라이딩 커버 아래로 수납된다.
1열의 인테리어도 2열 못지 않다. 크롬 파츠와 LED가 조화된 화이트 톤의 스티어링 휠과, 각각 12.3인치 스크린으로 구현된 계기반이 미래적인 분위기를 구현한다. 이 스크린은 동일한 사이즈의 중앙 터치스크린과 이어진다. 이에 적용된 주요 기능들은 운전자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송풍구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닮아 있으며 광택이 강한 크롬으로 처리되어 있다. 전면엔 로즈 골드와 화이트 색상의 나파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다. 우드 트림은 역시 강한 대비를 이루는 흑단이 적용되어 단정하고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구현한다.
운전자 학습시스템 기반의 UX는 더욱 정교하다. S클래스로부터 이어진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Energizing Comfort Control)은 마사지, 향수, 조명 및 음악과 결합된다. 또한 다양한 정보는 홈화면과 기본 하위 메뉴에 구성되며 음성 콘트롤은 사용자의 음성에 맞춰 조정된다.
얼티밋 럭셔리는 전기차다. 4개의 소형 영구 자석 동기 모터로 750hp(550kW)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50㎞/h로 제어된다. 배터리 용량은 약 80㎾/h이며, 차체 하부에 배치되어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NEDC 기준 500㎞ 이상, 미국 EPA 기준 200마일(320km) 이상이다. CCS(Combined Charging System) 표준 DC 충전을 통해 최대 350㎾의 충전 용량이 제공되는데, 이를 통해 단 5분만에 100㎞ 주행 가능한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의 전기차 관련 인프라 확충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활용도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베이징 모터쇼는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 모터쇼로 자리잡았다. 중국 시장은 규모가 클뿐만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전략과 판단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베이징 모터쇼에 선보인 주요 차종들을 통해 이러한 요구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이러한 계획이 어떤 호응을 얻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김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