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의 반란을 즐겨라! TCR코리아 1·2라운드

지난 825~26, 전라남도 영암에 위치한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세계적인 유저 기반 투어링카 레이스 TCR이 더블 라운드로 진행되었다. 주중까지만 해도 별 이상 없었던 일기 예보가 갑자기 호우로 바뀔 조짐을 보였던 점 그리고 무엇보다 첫 행사인 점 등을 감안할 때 흥행 면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레이스의 세계적 위상과 가치를 알고 모여든 관객과, 한 명의 관람객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 레이서 및 스폰서들의 노력은 다음에 대한 믿음을 갖게 했다. 영암에서 살펴본 대회의 이모저모를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수준급 한국 드라이버의
국내 무대 귀환

825일과 26, 양일간 예선과 본선을 거쳐 더블 라운드로 진행된 TCR코리아 시리즈는 TCR아시아 시리즈와 함께 진행됐다. 경기는 혼주의 형태였고 시상은 TCR코리아와 아시아를 구분해 진행하는 형태였다. 이를 통해 총 17대의 차량이 함께 달리게 되었다. 순수 TCR코리아 시리즈 차량의 경우 쏠라이트 인디고, 드림레이서 등 국내 다른 대회에서도 활약 중인 팀의 차량을 포함해 6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여기에 11대의 아시아 시리즈 차량이 함께 달리며 레이스이 볼륨을 만들어주었다. 또한 투어링카레이스 부문에서 넓은 저변을 갖고 있는 아시아 시리즈 선수들의 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그런 가운데 한국인 드라이버 및 해외 대회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드라이버들의 활약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컬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뉘르부르크링 24시 등 내구레이스에도 출전한 강병휘 선수와 조훈현 선수(이상 현대성우 쏠라이트 인디고)를 비롯해, CJ 슈퍼레이스에서도 활약한 김병현(드림레이서), 이도현(이레인) 등이 역주를 펼쳤다. 여기에 블랑팡 GT 아시아 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앤드루 김이 관심을 모았다. 한편 조항우(아트라스 BX), 박동섭(금호타이어) 등 국내 주요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도 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우선 1라운드에서는 앤드루 김이 돋보였다. 그는 143546074로 코리아 시리즈 1위와 아시아 시리즈 통합 3위의 성적으로 포디움에 올랐다. 이 날 경기에는 아시아 주요 모터스포츠 매체가 취재에 임했는데, 앤드루 김은 블랑팡 GT 아시아에서도 활약 중인 만큼 관심을 끌었다. 주목받는 드라이버인 만큼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 이어 모터스포츠 용품 업체와의 엔도스먼트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해치백의 반란을 즐겨라!
TCR코리아 1·2라운드
브랜뉴 레이싱의 앤드루 김(가운데)

거세게 내리는 비와 갑작스레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한 습기로 드라이버들에게나 관람객, 취재진 모두에게 곤욕이었던 2라운드 레이스에서는 쏠라이트 인디고가 크게 웃었다. 국내 대회에 4년만에 출전한다는 강병휘 선수는 14 4330806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참고로 1전에서는 조훈현 선수가 3위로 포디움에 올라, 소속팀인 쏠라이트 인디고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레이스를 마쳤다.

2라운드 1위를 차지한 강병휘 선수의 i30 N TCR 차량(왼쪽)과 3위 조훈현 선수의 차량(오른쪽)

국내 공식 경기로 선보인
i30 N TCR

역시 대회장을 찾은 마니아들의 관심을 끈 것은 드라이버만큼이나 자동차였다. TCR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WTCC의 폐단을 해결하고, 전세계 각 지역에서 스타성 있는 선수를 발굴한다는 가치로, WTCC를 일궈낸 마르첼로 로티가 설립한 투어링카 레이스다. 실제 경기용 차량의 가격 역시 12,000~6,000만 원대로 비교적 합리적인 편이다. 유지비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투어링카 레이스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의 접근이 보다 용이하다. 차종 역시 각 제조사 대중적 기종 기반의 고성능 차량으로, 혼다 시빅 타입 R, 폭스바겐 골프 GTI, 세아트 레온 쿠프라 그리고 현대자동차 i30 N 등이 TCR 규정에 맞는 출력과 세팅으로 경기에 나선다.

그 중 국내 주행 장면을 거의 노출한 적이 없는 i30 N의 역주가 관심을 모았다. 이번 TCR 코리아시리즈에서 i30 N TCR을 이용한 팀은 현대성우 쏠라이트 인디고와 이레인, KMSA였다. i30 N TCR 201710, 중국 저장성 서킷에서, 데뷔전 우승을 구현한 이래 WTCR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또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도 완주하는 등 레이스카로서의 성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날 행사에는 특히 저장성 서킷에서의 데뷔 주행 당시 드라이버였던 가브리엘 타퀴니가 참석해 i30 N으로 관람객 택시타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WTCR 상반기에 i30 N TCR로 돌풍을 일으켰으며, 한국에 오기 직전 경기에서도 우승했다. 가브리엘 타퀴니의 선전으로 i30 N TCR에는 최고 수준의 BOP(balance of performance, 너무 성적이 우수한 차에 주는 핸디캡)이 걸려 있는 상태다. 그는 택시 타임 후 인터뷰에서 이 BOP 이후 경기 운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BOP는 난관이라기보다 그 자동차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팀과 드라이버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택시타임 이벤트를 진행한 세계적 드라이버 가브리엘 타퀴니(왼쪽)과 2전 우승 후 기자회견 중인 강병휘 선수(오른쪽)

참고로 WTCR BOP는 세계의 각 TCR 시리즈에 참가 중인 동일 차종에도 적용된다. 2전에서 포디움에 오른 강병휘 선수 역시 최고 수준의 BOP에 대응하기 위해 팀 미케닉들과 함께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i30N TCR에 걸려 있는 BOP는 핸디캡 웨이트를 비롯해 타 차량 대비 40hp의 출력 제한(340hp), 높아진 지상고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간 연습주행과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밝혔다.

진행프로세스의 정교화,
저변 확대의 키

영암 서킷은 악천후일 경우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은 편이다. 해외 모터스포츠 대회 관람객들은 변화무쌍한 일기 상황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이지만 아직 한국의 경우는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당 대회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 등으로 볼 때 향후 관객들의 관심도는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다음 일정인 9 29~30일 경기는 도로 개통 등으로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워진 인제스피디움에서 진행된다. 실제 지난 8, 인제스피디움에서 야간 경기로 열린 CJ 슈퍼레이스 5전의 경우, 대회 측 추산 8,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입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TCR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첫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더라도 놓친 부분은 있다. 특히 대회 진행 중기록과 관련되어 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야 하는 미디어 측의 문의에 대한 원활한 대처는 필수적이다. 또한 WTCC에 비해 복잡한 면은 줄어들었지만 TCR이 가진 룰이나 대회 특성의 콘텐츠화도 필요하다. 물론 제한된 인력으로 SNS를 비롯하여 다양한 홍보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한 부분이다. 특히 지역 기반의 기업 등과 업무 협약을 진행한 홍보도 그 시기가 적절했다. 다만 TCR은 대회 취지가 보다 많은 이가 참가하는 모터스포츠인만큼, 팀 참가를 독려할 만한 경기 진행 등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한 주목받는 기량을 보이는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조명으로 국제대회다운 면모의 강조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라고 하지만 조금씩 그 양과 질은 향상되고 있다. 반드시 구름 관객이 모이지는 않더라도,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전하는 완성차와 애프터마켓 산업에 지갑을 여는 밀도 있는 관객들의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TCR 코리아 시리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익숙한 양산형 차종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그간의 준비와 첫 두 대회의 결과를 기반으로 느리더라도 조금씩 아시아의 비중 있는 모터스포츠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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