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GT의 초현대적 재해석, 맥라렌 GT

GT라는 약어로 불리는 그랜드투어러 혹은 그란투리스모는 자동차 역사의 초창기, 귀족들이나 부자들의 장거리 여행용 차량을 의미했다. 태생답게, GT의 조건은 당대 기준으로 뛰어난 주행 성능과 안락감과 고급스러움의 조화라 할 수 있다. 물론 시대가 지나며 GT는 상징적인 용어로 바뀌고 있지만 아직 주요 슈퍼카 제조사들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의 GT를 제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27, 맥라렌이 이러한 GT를 첨단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라인업인 GT를 한국에 공개했다. 가격은 29,7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스피드테일 DNA 공유,
맥라렌의 새로운 영역 열다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깊숙한 공간에서 단 한 대만 공개된 GT는 아직 운전석이 우측에 있었다. 맥라렌의 GT는 지난 7월 영국의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이하 굿우드’)에서 완전히 공개됐다. 완전히 모스을 드러낸 지 불과 2개월만에 한국을 찾은 것이다. 국내 인도는 2019년 하반기부터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 시장에서 맥라렌은 가파르게 성장했는데 그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맥라렌 GT의 전장은 4,683, 휠베이스는 2,675에 달한다. 전폭이 2,095로 플래그십 세단급이며 전고는 1,213에 불과하다. 특유의 시저 도어를 열고 탑승할 때 안정된 스쿼트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동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차종은 2018년 굿우드에서 공개된 스피드테일이라고 맥라렌 측은 전한다. 전체 비례감에서 스피드테일의 유려함은 살리되 그보다는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맥라렌은 새로운 GT가 슈퍼, 스포츠, 얼티밋으로 운영되던 기존 시리즈를 넘어서 새로운 룰을 구현할 것이라고 전한다.

맥라렌 GT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 위 공간에 마련된 긴 수납공간인 러기지 베이다. 최대 적대 용량은 420리터에 달한다. 골프 캐디백을 뉘고 보스턴 백이나 위켄드 백(소형 여행가방)이 하나씩 수납될 수 있을 정도다. 맥라렌은 캐디백과 가먼트 케이스, 캐리어, 위켄드 백으로 구성된 러지기 컬렉션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섀시 구조의 개발로부터 나온 것이다. 카본 파이버 섀시로 유명한 맥라렌은 GT를 위한 GT용 섀시인 모노셀 -T를 별도 개발했다. T는 투어링(Touring)의 머릿글자다. 이 섀시는 기존 맥라렌 차량들의 섀시들과 달리 후미 부분의 별도 상부 구조가 없는 형태다. 지난 3월 공개한 맥라렌의 프로토타입 섀시인 PLT-MCTC-01의 구조를 생각하면 쉽다.

이 정도는 돼야 GT의 실내

맥라렌은 GT의 주요 정체성 중 하나로 모던 럭셔리를 꼽았다. 맥라렌 특유의 기술로 감성적 요소까지 커버하겠다는 의미인데 이는 선택사양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인테리어 트림은 총 3가지로 파이오니어, 럭스, 아뜰리에로 구성된다. 기본 적용된 나파 가죽 외에, 파이오니어와 럭스 트림에는 소프트 그레인 가죽과 알칸타라의 옵션이 있다. 또한 아뜰리에 트림에는 추후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초로 캐시미어가 적용될 예정이다.

후면 러기지 베이에는 맥라렌이 나사와 공동 개발한 슈퍼패브릭(SuperFabric®)이 적용되는데 이는 짐을 싣고 내릴 때의 스크래치를 예방한다. 우수한 방오 성능과 내구성이 강점이다. 특히 뜨거운 엔진 위에 있어도 변형되지 않을 정도의 내열성도 갖췄으며 미세한 돌기가 있어 충격을 완화한다. 통기성과 세척성도 우수하다.

C필러는 유리로 되어 맥라렌 특유의 360° 어라운드 뷰를 자랑한다. 또한 일렉트로크로믹 옵션을 선택하면 패널 터치를 통해 채광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720S에 적용된 사양이기도 한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총 5단계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12.3인치 TFT 스크린은 실제 항공기에 사용되는 스크린으로, 차량의 주요 정보를 우수한 시인성으로 제공한다. 후방 카메라를 적용하면 후진 시 후방 영상도 보여준다. 또한 주행 모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오디오 시스템은 바워스 앤 윌킨스를 적용했다. 서브 베이스 우퍼는 카본 파이버, 미드레인지 드라이브 유닛은 케블라로 구성되어 있다. 우수한 음질을 즐기되 자동차 특유의 배기음과 구동음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적절한 고성능,
물론 맥라렌의 기준에서

GT의 드라이빙은 여유로움을 지향하지만 그 여유는 힘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맥라렌 GT는 이러한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다. 적용되는 4.0리터(3,994cc) V8 트윈터보 엔진(M840TE) 720S에 적용되는 엔진(M840T)의 출력과 토크를 조금 낮춘 것이다. 최고 출력은 620ps(7,500rpm), 최대 토크는 64.2kgm(5,500~6,500rpm)에 달한다. 변속기는 7DCT로 컴포트, 스포츠, 트랙 모드를 지원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시간은 3.2, 200km/h까지는 9초가 걸린다.

서스펜션은 트랙에서의 명확성과 공도에서의 안락감을 모두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경량 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구조와 유압식 댐퍼가 결합된 프로액티브 댐핑 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 정도 급의 자동차들은 섀시 제어 소프트웨어도 승부 포인트인데, 맥라렌은 옵티멀 컨트롤 씨어리라는 자사의 새로운 알고리즘을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 이는 맥라렌의 극강 트랙용 머신인 세나에 적용되기도 했다. 해당 시스템은 도로 상황을 2/1000초 단위로 스캔하고 컴포트, 스포츠, 트랙 등 3가지 모드에 따라 파워트레인 반응과 서스펜션 세팅을 기민하게 조절한다.

맥라렌의 성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이 상향 평준화하는 가운데 보다 차별화된 머신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의 입맛을 잘 충족시킨 결과라 할 수 있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작하는 가격으로 봤을 때, GT 역시 큰 이변이 없다면 꽃길을 걷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