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징하는 거대 기업 제국 포드와 맥도날드가 이색 협업을 진행한다. 포드는 자사 미디어 사이트를 통해 맥도날드 커피용 원두의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백만 파운드의 껍질을 엄선해 포드의 차량에 들어갈 부품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식물성 소재인 콩으로 시트의 폼을 만드는 등 여러 친환경 소재들을 사용한 바 있는 포드지만, 커피 껍질을 이용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로 포드의 연구팀은 원두 껍질을 저산소, 고온으로 가열하고 다른 플라스틱 및 첨가물과 함께 합성하면 내구성 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는 20%의 경량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성형 시에 들어가는 에너지 역시 25% 저감할 수 있어 자동차의 주행과 제작 과정 모두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포드의 분석이다.
포드의 데비 밀류스키 기술담당 이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맥도날드의 헌신적인 노력과 연구는 포드에도 큰 영감을 주었다”며 이번 협업 프로젝트의 취지를 밝혔다. 또한 맥도날드의 이언 올슨 이사는 “포드 역시 맥도날드처럼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보다 먼 목표를 향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며 협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올슨 이사는 원두껍질을 이용한 포드와 맥도널드의 협업이, 향후 기업들 간의 순환 경제 협업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드는 점차 확장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소재 라인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재생 및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자동차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포드의 연구 방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동참하지 않으면 자동차 제조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포드가 지난 12월 11일 발표한 ‘포드 2020트렌드 리포트(FORD’S 2020 LOOKING FURTHER WITH FORD TRENDS REPORT)’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7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가 환경과 기술의 상호 모순 없는 조화를 말하는 ‘그린 패러독스(The Green Paradox)’이기도 하다.
또한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는 20회차의 ‘지속가능성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통해서는 재활용 및 재생 플라스틱만 사용해 차량을 제작한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파리 기후 협약에 대한 준수를 명확히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파리 기후협약 탈퇴 선언을 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참고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11월에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지속가능성 면에서 다양하고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포드와 맥도날드의 협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협업은 이제 지속가능성은 자동차 제조사의 부가적 이슈가 아니라 기본 전략이 되어야 하는 시점임을 의미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