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같지 않은 최초 공개, 제네시스 GV80

2020년 1월 1일을 기해 제네시스가 현재 최상위 SUV인 GV80의 내외관 디자인을 전격 공개했다. 제네시스 측은, GV80가 브랜드 최초의 후륜구동 기반 대형 SUV로 초대형 세단인 G90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어갈 플래그십 SUV라고 소개했다. GV80의 차명은 제네시스(Genesis) 브랜드가 제시하는 다재다능한(Versatile) 럭셔리 차량의 의미에 대형 차급을 뜻하는 숫자 ‘80(에이티)’을 붙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급격한 방향 전환은 없었다,
고급스럽고 친숙한 디자인

GV80의 콘셉트카는 2017년 뉴욕국제오토쇼에서 처음 선보였다. 그 이후 잦은 위장막 사진과 예상도  노출 등으로 거의 디자인은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완전히 베일을 GV80 역시 급격한 디자인 방향 전환은 없다. 제네시스 측은 브랜드 최초의 SUV로서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확립하는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전면부는 브랜드 고유의 품위와 당당함을 표현한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을 중심으로 좌우에는 4개의 얇고 날카로운 광채가 빛나는 것과 같은 쿼드램프를 적용, 제네시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더욱 강조했다.

또한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요소인 지-매트릭스(G-Matrix)를 라디에이터 그릴 문양뿐만 아니라 헤드램프와 리어 램프, 전용 휠, 내장 등 곳곳에 적용했다. 지-매트릭스는 다이아몬드를 빛에 비추었을 때 보이는 아름다운 난반사에서 영감을 받은 제네시스만의 고유 문양이라고 제네시스 측은 소개했다. 

측면부는 쿼드램프에서 시작돼 전륜 휠하우스와 도어 상단부를 거쳐 후륜 휠하우스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완만한 포물선인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과 그 아래 마치 야생마의 탄탄한 다리 근육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느낌의 ‘애슬래틱 파워 라인(Athletic Power Lines)’의 극적인 대비를 활용, 차체의 볼륨감과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후면부는 전면 램프와 동일하게 상하 2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슬림형 쿼드 리어램프를 적용해 전체적인 디자인 통일성을 높였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해 오히려 더욱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을 포현했다. 

여백과 부감 강조한 인테리어
안락감과 조작성 기대할 만

제네시스는 GV80의 내장 디자인은 운전자 및 승객의 안락감과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특유의 미적 요소인 ‘여백의 미(Beauty of White Space)’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시트 높이는 물론, 주조작부(센터 콘솔; Center Console)와 팔걸이 부분(암레스트)을 상향시킨 구성을 통해 운전자가 높은 곳에 위치해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커맨드 컨트롤(Command Control)’ 배치를 구현함으로써 운전자에게 안정적인 시야와 플래그십 SUV에 걸맞은 우월감은 전하고자 했다고 제네시스 측은 밝혔다. 

날렵한 형태의 송풍구는 양측 문과 만나는 지점부터 전면부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어 넓고 안정적인 공간감을 구현했다. 또한 액정표시장치(LCD: Liquid Crystal Display) 터치패드 적용을 확대해 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 개수를 최소화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센터페시아의 주요 조작부에서는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을 얹어놓은 것 같은 다이얼 방식의 전자식 변속기가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적용해 단순함과 화려함의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 지-매트릭스 문양을 활용해 조작 시 미끄럼을 방지하는 동시에 디자인 통일감을 높였고, 손끝에서부터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고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문 손잡이 안쪽에는 부드러운 소재를 입히고 앞좌석 승객의 무릎 바깥쪽이 닿는 부위에도 퀼팅 패턴의 가죽을 더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탑승자의 신체가 닿는 모든 부위에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HDAⅡ 비롯 첨단 반자율주행 기술 적용

 GV80는 구현 가능한 최고 수준의 능동형 안전기술과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술을 대거 탑재해 더욱 진보된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하다. 강화된 전방 충돌방지 보조 기술이 적용돼 교차로 좌/우측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 위험이 있는 경우 제동을 지원하고, 주행 중 전방에서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이 감지되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회피 조향을 도와준다.

GV80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해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흡사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항속 기술(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Smart Cruise Control-Machine Learning) 정밀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 진출입로 자동 감속, 방향지시등 작동 만으로 차로 변경을 지원하는 고속도로 자동 차로변경보조, 근거리 차로변경차량 인식 기술 등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II) 등이 적용됐다.

여기에 측면 충돌 시 머리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탑승자들 간의 2차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또한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은 독자 기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볍게 개발됐다. 이를 통해 승객 간 충돌 사고로 인한 머리 상해를 약 80%(현대자동차그룹 자체 실험 결과) 감소시킬 수 있어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AR 내비게이션·제네시스 카페이 등
첨단 편의기능 더해

GV80는 첨단 IT 편의사양을 제네시스 최초로 선보인다. 우선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제네시스 카페이(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인식 조작계), 강화된 음성인식 기술 등이 포함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먼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길 안내 시 실제 주행영상 위에 정확한 가상의 주행 안내선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로, 차량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띄우고 그 위에 차량의 움직임 감지와 정밀 지도 정보 등을 바탕으로 예측한 주행 경로를 가상의 그림으로 표시해 운전자가 쉽고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주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2019년 CES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기술이다. 

제네시스 카페이(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주유소나 주차장 등에서 비용 지불을 해야 하는 경우 내비게이션 화면에 나타난 명령어를 눌러 결제가 가능한 기술로, 국내 주요 주유·주차 회사 및 카드사와의 협업을 통해 결제 체계를 구현했으며 향후 대형 간이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이 서비스는 주요 커피전문점과 카드사 등이 협업해서를 차량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자동차 자체의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편의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GV80에는 기존의 화면 터치 방식 외에도 필기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인식 조작계)를 도입했으며, 오목한 형태로 구현해 잘못 입력하는 것을 방지하고 자동완성 기능과 자세에 따른 각도 조절 기능 등을 더해 편의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진보된 음성인식 기술도 도입해 운전자의 각종 기능에 대한 조작 편의성을 높여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자연어에 기반한 음성인식 제어 범위를 확대해 선루프·창문·트렁크 개폐, 카카오톡 메시지 발신 등도 가능해졌다.

또한 GV80에는 세계 최초로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해주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이 적용돼, 소재와 차체 구조 등 물리적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의 소음 제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제네시스 측은 전했다.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은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킴으로써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제네시스는 이처럼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신기술을 바탕으로 고급스럽고 편안한 공간을 구현해낸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이자 최고급 SUV 차종인 GV80를 이달 중으로 국내에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출범 이래 4년간 G90ᆞG80ᆞG70 등 차별화된 고급감과 뛰어난 상품성을 갖춘 고급차를 출시하고 세계적인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지만 그 동안 동급 SUV 차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급감과 안락함,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한 차종인 만큼 기존 SUV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 및 각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져나간 예상도 등으로 GV80의 신차 화제성은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다. 제네시스가 굳이 1월 1일을 택해, 공식 출시도 아니고 전체 디자인 공개를 택한 것도 상징적인 날짜를 통해 다소 덜해진 이슈의 신선도를 제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 자체의 디자인이나 신기술은 충분히 주목할만하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