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3월 18일, 현대자동차가 미국 L.A.의 할리우드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으로 처음 공개한 ‘올 뉴 아반떼’는 아반떼의 7세대 차종이다. 30여년 간 글로벌 베스트셀링 준중형 세단으로 인기를 누렸던 아반떼는 6세대 페이스리프트 디자인에서 지지와 거부가 극명하게 엇갈렸는데, 보편적인 지지가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준중형 세단에서 이는 분명한 타격이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준중형 시장의 파이도 결코 아반떼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올 뉴 아반떼의 디자인에는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설욕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현대자동차는 19일, 유튜브를 통해 3차원 VR로 구현된 올 뉴 아반떼의 디자인 소개 영상과 디자인 테마를 형상화한 짧은 비디오 클립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섰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행간에 녹아 있는 올 뉴 아반떼 디자인의 행간을 살펴보았다.
패턴에서 다이내믹스로,
파라메트릭 디자인
2019년 출시된 현대차의 더 뉴 그랜저(IG 페이스리프트)와 쏘나타 센슈어스(1.6 가솔린 터보)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란 매개변수 프로그램을 활용한 디자인인데 스케치를 통해 구현된 구상을 프로그램적 상상력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다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형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와 같은 개념적인 가치에 몸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이번 아반떼의 디자인에도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적용했다. 보다 넓으면서도 개개 요소들의 볼륨감을 살린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은 반사되는 빛의 각도와 밝기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그랜저와 쏘나타 센슈어스의 특징을 모두 이어받되, 세그먼트에 맞게, 그리고 완전한 신차라는 조건을 고려해 재창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반떼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은 패턴이라기보다 현대차가 전하는대로 ‘다이내믹스’(운동성)에 가깝다. 파라메트릭 디자인 요소가 차체 측면으로도 반영되어 파라메트릭 주얼 서피스라는 독특한 패널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3개의 면이 절묘하게 만났는데 사실 이는 전통적 캐릭터 라인의 개념을 거부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패널 성형 테크놀로지와 강성 구현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미국 IIHS(고속도로손해보험협회)나 NHSTA(도로교통 안전국)의 신차 안전도 검사를 통한 실질적 충돌 안전성만 확인된다면 이 디자인의 가치는 더욱 높이 평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자동차 측은 정면 충돌 성능이 향상된 3세대 신규 통합 플랫폼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밝혔다.
다만 측면에서 보기에 선이 다소 복잡해 보인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FF(프론트 엔진, 전륜 구동) 레이아웃이지만 전장과 휠베이스가 길어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시각적 무게 배분의 선두 쏠림을 막고자 하는 의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 올 뉴 아반떼의 전장은 4,650㎜, 휠베이스는 2,720㎜로 각각 전 세대 대비 30㎜, 20㎜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거의 과거 NF 쏘나타에 육박한다.
강렬한 후미,
철저한 기능에의 봉사 혹은 자의식 과잉?
후미 디자인은 전면과 측면 디자인에서 보여준 조형적 가치가 통합되어 표현되는 영역이다. 올 뉴 아반떼는 전면과 측면의 디자인 요소를 통합하는 것을 넘어 한 번 더 증폭시키고 있다. 측면에서 볼 때의 강렬한 볼륨감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H-테일 수평형 램프는 최근 유행하는 방식의 디자인이다. 자체 디자인이 그만큼 낮고 수평성이 강해, 지면에 대한 안정적인 밀착이 가능하고 스포티한 성능을 낸다는 의미로 적용된다.
올 뉴 아반떼는 여기에 더해 트렁크 리드 자체를 비교적 가파르게 들어올려 자연스럽게 후미 양력을 줄이는 스포일러의 형태를 나타낸다. 차고가 1,420㎜로 20㎜ 낮아졌는데 이로 인해 고속 주행 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후미 상단부의 양력 증가를 막아 후륜의 마찰력을 안정화시키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아반떼는 고성능 파워트레인의 추가가 예정돼 있는 만큼 기능에 따른 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콘셉트의 과잉으로 볼 소지도 있다. 후륜 혹은 4륜 구동을 기반으로 하고 0→100km/h 가속이 4초 미만이 되는 세단들의 경우도 트렁크 리드를 살짝 들어올리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앞이 무겁고 상대적으로 뒤가 가벼운 FF 레이아웃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기능의 영역을 조금은 넘어선다는 인상도 받게 된다.
운전자가 더욱 즐거워지는 인테리어
현대차의 다른 세그먼트도 마찬가지지만 아반떼 역시 세대를 거듭하면서 커졌다. 특히 공간 면에서 ‘동급 최대’를 외치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모토에 따라 6세대의 아반떼만 해도 뒷좌석 공간이 압도적이었다. 올 뉴 아반떼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한 현대자동차 북미 담당자는 레그룸 공간이 아우디의 A6 같은 상위 기종 차량마저 넘어선다고 전했을 정도다.
그러나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가치도 담고 있었던 6세대 아반떼의 디자인과는 달리 새로운 7세대의 디자인은 보다 운전자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를 갖고 있다. 도어에서 센터콘솔까지 낮게 연결되며 운전자를 착 감싸는 방식이다. 센터페시아 공간의 구획도 항공기의 콕핏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10.25인치의 미디어 패널과 클러스터를 연결시킨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로 보다 첨단의 분위기를 구현했다. 그런 한편 변속 레버는 버튼이나 다이얼이 아닌 레버 타입을 살렸는데 전체 구조 속에서 이 역시 항공기 콕핏의 느낌을 살려냈다. 여기에 주행 모드에 따라 바뀌는 앰비언트 무드 조명도 적용됐다.
이게 그냥 멋이라고?
클러스터 왼쪽의 이것
그런데 올 뉴 아반떼의 운전석 디자인에서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요소가 있다. 바로 클러스터 측면에 있는 전원 모양이다. 기능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어떤 기능의 활성화를 나타내는 것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스케치 단계에도 등장했던 만큼 이유가 있을 법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북미 법인의 담당자와 인터뷰한 한 외신을 통해 들려온 답은 의외로 썰렁하다. 말 그대로 디자인 목적이라는 것이다. 자동차의 외부나 실내에, 엠블럼이나 로고를 제외한, 어떤 기능적 목적 없이 단순히 장식을 위한 디자인 요소가 가능한 걸까? 물론 그 모양 자체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배치 위치가 클러스터 쪽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은 도어 미러를 없애는 대신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영상을 클러스터 측면에서 보여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멀리 나갈 것도 없이 미래차 분야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 현대차의 핵심 신차에서, 이 공간이 이렇게 장식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해당 외신 인터뷰의 내용은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북미 출시가 하반기인만큼 새로운 기능에 대한 내용을 전체적으로 공개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으로 정보가 흘러들어가, 현대차가 원하지 않는 시기에 한국 매체에서 해당 내용을 기사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또 한가지 경우는 디자인적 목적이긴 하되 아반떼의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연관된 부분일 가능성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올 뉴 아반떼를 소개하며 1.6리터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또 한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다. 파워트레인의 전동화 이행은 필연적인 상황이다. 엔진 시대에 인기를 누렸던 차종들도 신차를 출시하면서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비중을 늘리고, 또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푸조의 인기 소형 해치백 208의 2세대 모델의 경우도 전기차 버전의 인기가 높은 데서 이런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결국 아반떼 역시 완전 전동화를 피할 수 없을 때, 비슷한 체급을 가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라인업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이건 비슷한 체급의 엔진 기반 차종과 전동화 파워트레인 차종을 함께 생산하는 제조사들의 공통적 고민거리일 것이다.
물론 올 뉴 아반떼의 파워트레인 중 가장 먼저 출시될 것은 최고 출력 123ps, 최대 토크 15.7kg‧m의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최고 출력 120ps, 15.5kg‧m의 1.6리터 LPi 엔진 라인업이다. 스마트스트림 엔진 자체는 2018년 기아자동차 K3, 2019년 아반떼의 6세대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인 엔진이니 구식 엔진이라 할 부분은 아니다. 실용 영역대에서의 토크를 강조해 배기가스 배출량은 줄이고 연비는 높인 가솔린 엔진으로 나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력 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향후 1.6N라인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반떼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한 차종이었다. 그러나 지난 세대 페이스리프트부터 자동차 산업의 위축 등의 영향 등으로 그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갑작스럽게 터진 코로나바이러스 세계 대유행으로 인한 전세계 경제의 위축이 아반떼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 구매력이 부족해진 소비자들이 차를 사지 않을 수도 있고, 상위 기종을 사려던 이들이 아반떼로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현대차로서 후자의 상황이 더 좋겠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중형차급 소비자들이 구매를 포기하고 아반떼에 머무르기를 마냥 바랄 수도 없을 것이다. 당분간은 우산 장수 아들과 짚신 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혼란한 상황에 등장한 올 뉴 아반떼, 어쩌면 전 세대 말에 겪었던 굴욕을 갚는 것이 이상의 과제를 맞닥뜨리게 됐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