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현재 국내 E 세그먼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몰이 중인 기종이라면 세대 교체를 통해 나온 제네시스의 G80가 꼽힌다. 이 영역에서 견고했던 수입 브랜드들의 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G80가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부족함 없는 멋진 자동차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교묘한 옵션 전략을 활용한 가격 상승 그리고 너무 긴 인도 대기 기간 때문에 대안을 찾게 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경쟁 기종은 2개 트림으로 심플한 선택지에, 안전 기능의 차별이 없는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라 할 수 있다.

브랜딩이 녹아 있는 정상급 ADAS의 위엄,
파일럿 어시스트 Ⅱ

최근 수 년 사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볼보의 브랜드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요인으로는 외관과 실내에 적용된 혁신적인 디자인 진화를 꼽을 수 있겠지만 역시 일등공신은 파일럿 어시스트라 할 것이다. 개선을 통해 파일럿 어시스트 로 업그레이드된 이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와 조향 제어, 그리고 차선 유지(LKA) 기능이 더해진 지능형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시스템이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과 조향 제어 그리고 차선 유지기능이 결합된 볼보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다

사실 ADAS 기능은 최근 나오는 주요 제조사의 신차에 대부분 적용되기에 그 자체가 특별할 것은 없다. 따라서 이 기능이야말로 브랜딩이 녹아 있어야 한다. 볼보는 파일럿 어시스트라는 명칭을 통해 이 첨단 기능을 브랜딩하고 있다. 최저 15km/h부터 최고 140km/h까지 일정하고 안정으로 차량의 위치를 유지하며 사고의 위험을 예방하는 기능으로 종합되는 파일럿 어시스트는 이름처럼 능동적 제어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보조를 구현한다. 자율주행이라는 이상의 밑그림을 슬쩍슬쩍 내비치되 운전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①단독 크루즈 컨트롤 ②파일럿 어시스트 대기 ③파일럿 어시스트 활성화 ④파일럿 어시스트 표시

파일럿 어시스트 는 조작 시 직관성과 용이성으로도 정상급으로 꼽힌다. 스티어링휠 스포크 왼쪽 가운데의 속도계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파일럿 어시스트 작동 대기, 우측 화살표를 누르면 활성화된다. 이 때 계기반 아래 스티어링 휠 아이콘이 밝은 녹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다.

물론 현재 어느 제조사도 레벨 3 자율주행의 벽조차 쉬이 넘지 못하고 있다. 볼보는 이런 한계 앞에 겸허하다. 일부 차종의 ADAS처럼 공사 등으로 지워지거나 변경된 차로의 흔적 등에까지 반응해 오히려 조향을 불안하게 하는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또한 운전자의 주의가 필요할 경우 내보내는 신호도 높은 시인성과 직관성을 자랑한다. 기호의 지시성과 판독성은 짧은 시간에도 머리에 콕콕 박히듯 들어오는데, 스웨덴을 포함 북유럽 산업디자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볼보 S90

S90에 적용된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트림 차별이 없다.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두 트림에 파일럿 어시스트는 공히 적용된다.

인텔리세이프,
누적된 사고 연구 경험과 치열한 상상의 결과물

볼보는 브랜드 경험의 확장 차원에서 시승차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 덕분에 온갖차 역시 현재 시판되는 볼보의 전 라인업을, 거의 전 트림에 가깝게 시승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위기에 선제 대응하는 능력 면에서 볼보를 최상급으로 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볼보는 안전시스템 역시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시스템이라는 명칭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자동차의 안팎에서 모두 사람을 보호하는 첨단 안전 시스템으로서의 인텔리세이프는 볼보가 최초로 개발한 긴급제동과 조향 지원, 다양한 인식 기능의 센서를 결합한 시티 세이프티, 충돌 회피 등으로 구성된다. 파일럿 어시스트도 이 인텔리세이프 안에 포함된다.

이처럼 복잡한 안전 기능의 조화로 구성된 인텔리세이프는, 결국 자동차 안전 시스템의 질을 가르는 것은, 연구 단계에서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시간의 문제다. 볼보는 1970년대부터 별도의 교통사고 연구팀을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분석한 사고 건수는 4 3,000건 이상에 달한다. 사고 시 차량의 탑승자는 7만 명 이상이다. 이들로부터 축적된 데이터는 결코 단숨에 추월할 수 없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볼보의 자체 교통사고 연구팀

특히 플래그십 세단에 있어 안전은 차라리 자존심의 영역이다. S90에는 접근 차량 충돌 경감 제동이라는 기능이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충돌 저감 시스템은 통상 운전자 차량의 부주의로 인한 충돌 예방에 집중되는데, 반대로 전방의 차량이 운전자를 향해 달려올 때도 불가피한 사고를 막기 위해 자동 개입한다. 걷는 속도인 4km/h 이상에서 작동하며 시티 세이프티 자동 개입메시지가 계기반에 뜬다.

인텔리세이프에 적용된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은 부득이하게 도로를 이탈해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탑승자의 신체를 충돌 반대 방향으로 고정시키고 좌석에 적용된 충격 흡수 장치가 작동해 요추를 보호한다. 물론 경험할 기회가 없도록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먼저임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불가피한 충돌 시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볼보의 도로이탈 완화 기능(run off mitigation)

이러한 인텔리세이프 시스템 역시 S90의 모멘텀과 인스크립션 트림에 차별 없이 적용된다. 안전 사양에서 가격 차별화 정책을 쓰지 않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자 품격이다.

B&W 스피커의 트위터,
왜 대시보드 중앙에 있을까?

통상 자동차용 오디오 시스템은 오디오파일들로부터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자동차의 NVH(노이즈, 진동, 거슬림) 환경은 소리 정보를 왜곡시킬 수밖에 없는 조건이고 그 상황에서 세팅된 오디오 시스템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자동차 NVH 시스템 속에서도 꽃 같은 사운드를 피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성과다.

그래서 고급차 제조사 및 주요 브랜드의 플래그십 차량에는 세계 오디오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이하 ‘B&W’)의 제품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로 제작한 노란색 진동판이 트레이드마크인 B&W 오디오 시스템은 매우 고가에 속하는 스피커로 유명하다. 특히 노틸러스라는 제품은 1억 원이 넘는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볼보에 적용된 B&W의 오디오 시스템. 6,000만 원대의 차급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볼보 S90 7,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서 이를 적용했다. 차량 개발 단계부터 B&W의 사운드 디자이너가 음향 환경 설계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트위터다. S90은 물론 XC90을 포함한 볼보의 플래그십 라인업을 보면, 고주파 대역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대시보드 중앙에 있다. 이는 윈드실드의 음향 반사 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탑승객의 귀에 전달되는 신호의 비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물리적 계산이 담겨 있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를 통한 인테리어 상품성 강화를 진행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오디오의 상표를 넘어선 소리의 즐거움을 면밀하게 계산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억대 가치를 품은 6,000만 원대의 플래그십, 볼보 S90
전면 대시보드 상단에 있는 트위터. 윈드실드의 음향 반사 기능을 통해 탑승객에게 최적으로 튜닝된 사운드를 전한다

도로를 달리는 나만의 트렌디한 방,
S90의 인테리어

볼보의 디자인을 널리 알린 것은 역시 SUV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디자인의 근원은 세단처럼 차고가 낮은 콘셉트카인 콘셉트 쿠페에 있다. 대시 투 액슬의 거리를 연장해 비례감과 조종성이라는 기능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한편, 양립하기 어려운 직선의 가치와 쿠페의 선을 융합했다.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DRL(주간주행등)은 시그니처이지만, 패밀리룩은 차급마다의 개성을 살려 SUV, 세단 ‘대짜·중짜·소짜’가 되는 것을 지양했다. 

볼보 측은 S90의 디자인을 ‘젠틀맨’이라고 표현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는 깔끔한 캐주얼 정장이 어울리는 30대 초중반의 댄디 가이에 가깝다. 그래서 일상에 부드럽게 잘 녹아든다. 고급스럽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디자인은 아니다. 시그니처를 갖고 있되 전체 속에 숨겼다. G80를 비롯해 과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신형 세단들의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면 S90은 확실한 대안이다. 

볼보의 인테리어는 많은 여성 유저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심플한 배치 속에 견고하고 깔끔한 마무리로 구현된 우드 트림의 조화 덕분에 트렌디한 가구가 놓인 방 같다는 감상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댄디한 남자의 평안한 일상이 녹아 있는 방을 연상케 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한 번쯤 훔쳐보고 싶은 멋진 남사친의 방 정도랄까.

이런 가치를 갖춘 자동차라는 점을 보면 가격은 무척 합리적이다. 인스크립션 트림이 6,590만 원(개소세 적용 전), 모멘텀 트림이, 5,390만 원이다. 할인 폭이 큰 BMW의 경우 530i x드라이브(4륜 구동) 7,400만 원대에서 시작한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4륜 구동,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옵션에서 S90의 사양에 대응되는 사양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이 들어간 파퓰러 패키지만 적용해도 6,000만 원 이상이다. 충돌 시 운전자 보호 기능인 프리액티브 시트벨트가 포함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를 적용하면 6,800만 원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