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습니다. 그건 신앙인이든 아니든 간에, 지금 이 순간 누구나 바라는 되살아남의 보편적인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통해 들려드릴 수 있는 이 음악 덕분에, 전 세계 곳곳에서 기도하는 손으로, 우리 모두 상처받은 지구의 심장을 끌어안고 전 세계가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탈리아인의 자긍심입니다.”
지난 4월 12일은 부활절이었다. COVID-19로 인해 이탈리아에서는 역대 가장 슬픈 부활절이기도 했다. 이 날, 가장 작은 어둠으로 세상을 크게 밝혀 온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텅 빈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에서 19세기부터 애창되어 온 부활절의 찬송가, “생명의 양식(Panis Angellicus)”를 부르는 장면을 녹화하여 내보내며, 그 영상의 앞머리에 전한 메시지다. 멋진 수염과 적당한 볼살이 여유로워 보였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수척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이는 모습으로 ‘우리를 긍휼히 여기고 먹이소서’라고 처연히 노래하는 모습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가슴이 먹먹할 만한 장면이었다.
이탈리아는 COVID-19로 인해 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각종 산업이 멈췄고 경제에는 암운이 드리워졌다.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F1 시즌이 절반 가까이 날아간 것도, 세 개 팀에 엔진을 공급하는 페라리가 더 이상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가 컸다. 이들 두 브랜드는 물론 주요 고성능 차량의 인테리어 소재를 공급하던 알칸타라 역시 공장 문을 한동안 닫았다.
그러나 드디어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공장을 가동한다. 지난 5월 4일, 두 브랜드는 공식적으로 공장을 가동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지난 4월 26일, 이탈리아의 주세페 콩테 총리는 COVID-19 봉쇄의 해제 2단계에 대한 행정명령을 전했다. 이 조치에 따르면 5월 4일부터 술집이나 식당도 테이크아웃에 한해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페라리는 7일간, 페라리 본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Back on Track”에 맞춰 전체 생산 작업으로의 복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Back on Track” 프로젝트는 COVID-19 방역과 관련한 바이러스학자 및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페라리 직원들의 업무 복귀 시 안전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가동을 재개한 페라리 공장에 처음으로 완성된 차량은 스페셜 시리즈 라인 모델인 페라리 몬자 SP2(Monza SP2)다. 회색과 검정색의 상징색을 입힌 해당 차량은, 최종 완성 직전에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가 7주 만에 작업의 끝을 보게 됐다. 이어, 회색빛 그리지오(Grigio) 컬러의 812 GTS와 로소 코르사(Rosso Corsa) 컬러의 F8 트리뷰토가 각각 12기통과 8기통 엔진 라인에서 완성됐다.
람보르기니 역시 5월 4일부터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다. 람보르기니는 지난 3월 13일 노사 공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생산을 잠정 중단한 이래, 지역 병원에 사용할 마스크 및 플렉시 글라스 보호장구 등을 생산했다.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의 회장 겸 CEO인 스테파노 도메니칼리는 “임직원의 안전을 위해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최초로 공장 운영을 일시 중단했으며, 재개 시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번 COVID-19 사태는 아직 해결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정부의 시책을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람보르기니는 지난 7일, 온라인을 통해 후륜 구동 기반의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를 공개했다. 이 차량에는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오픈 에어링 시스템 및 후륜 구동의 짜릿한 운전 재미를 더욱 적극적이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P-TCS(Performance Traction Control System) 기술이 적용됐다. 우라칸 에보 쿠페와 동일하게 5.2리터(5,204cc) V10 엔진이 들어가 있으며 최고 출력 610ps, 최대 토크 57.1kg∙m를 발휘한다. 0→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3.5초이며 최고 속력은 324km/h에 달한다. 도메니칼리 CEO는 우라칸 에보 후륜 구동 스파이더에 대해 “원초적 드라이빙의 즐거움과 오픈 에어링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운전의 재미가 두 배가 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하며 “전자적 개입이 최소화된 후륜 구동 세팅을 통해 차량과 교감하면서 오픈 에어링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두 브랜드는 예술품과 같은 고가의 자동차를 만든다. 어쩌면 COVID-19 사태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이들의 공장 재개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환란의 시기일수록 일반적인 민생과 다소 무관한 아름다운 예술작품의 제작은,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고 희망을 이끌었다. 서두에 언급한 안드레아 보첼리의 메시지처럼,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공장 재가동은,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일상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