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주문이 딜러에게, BMW & 알리바바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MOU

중국 시장에서 BMW와 알리바바의 협력 관계는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아마존 알렉사의 알리바바판이라 할 수 이는 티몰 지니(Tmall Genie)와 BMW의 협업부터 BMW 콘셉트카의 음성 어시스턴스 서비스까지 커넥티드 기능이 그 대상이었다. 이제 두 기업의 디지털 전환 협업은 보다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다. 알리바바와 BMW는 지난 10월 26일,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광범위한 차원에서 각자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협력할 것이라 밝혔다. 

디지털 전환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개별적인 서비스 환경이나 특성은 지역적 현상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협업 디테일은 업의 성격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온라인 주문이 딜러에게, BMW & 알리바바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MOU
왼쪽부터 BMW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의 션 그린 부사장, 알리바바 부사장 제트 징,중국 사업부 사장 제트 징, 링위 디지털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CEO 앨리스 메이

딜러십이 참여하는 온라인 영업

우선 까다로운 문제인 온라인 커머스와 딜러십의 연결이다. BMW는 알리바바그룹과의 MOU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중 최초로 딜러가 참여하는 온라인 영업 및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직까지 딜러십은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법인은 유통 과정 생략을 통해 비용과 고객 부담을 줄여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하지만, 딜러십은 그간 대면, 대인을 중심으로 한 영업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 구축에도 기여했다는 점을 들어 이제 와서 토사구팽하려는 것이냐는 반발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알리바바와 BMW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주문이 딜러에게 바로 제공되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알리바바그룹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브랜드 회원 서비스와 마케팅 캠페인을 펼쳐 BMW MINI의 고객 충성도 강화와 활동 증대, 사업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의 원스톱화

BMW와 딜러들은 알리바바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시스템(Alibaba Business Operating System, ABOS)을 활용해 중국 내 딜러 네트워크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한다. 중국 고객에게 프리미엄 맞춤형 서비스와 강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은 차량 온라인 구매 서비스,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전용 혜택을 이용하고, 자동차 시승, 수리 등 각종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딜러들과 협력해 타오바오(Taobao), 티몰(Tmall), 알리페이(Alipay), 에이맵(Amap) 등 알리바바그룹 생태계 내 여러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를 고르고, 구매하고, 유지하는 모든 과정을 통합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중국에서 알리바바가 진행하고 있는 플랫폼 통합 및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물류 서비스 혁명과도 무관치 않다. 이러한 통합 혁명은 아마존과의 대결 양상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플랫폼 통합의 과정이 얼마나 매끄럽고 효율적일지가 관건이고, 그 과정에서 BMW 딜러십의 존재 가치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도 고려 대상이다. 

상생을 위한 디지털 협력,
시작하는 연인들의 밀어

2019 BMW 그룹은 중국 내 디지털 전략 실행 및 BMW의 옴니채널 마케팅, 영업관리, 고객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위해 링위 디지털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LINGYUE Digital Information Technology)를 설립했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사용자와 고객의 관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 알리바바 측은 나아가, 프리미엄 고객 경험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딜러들과 BMW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기반이 되는 것은 역시 앞서 언급한 ABOS다. 알리바바그룹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11대 주요 사업 요소로 꼽고 있는 브랜딩, 제품, 영업, 마케팅, 채널, 제조, 서비스, 재무, 물류 및 공급망, 조직, IT 등에 초점을 두고 완성도 높은 디지털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요헨 골러(Jochen Goller) BMW 중국사업부 사장 겸 CEO는 “이종(異種) 산업 간 협력과 오픈 이노베이션 교류는 BMW 가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이다. 이번 알리바바그룹과의 협력을 계기로 중국 고객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총체적인 디지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응당 화답이 있다. 제트 징(Jet Jing) 알리바바그룹 부사장 겸 알리바바 디지털 경제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비서장은 “BMW는 자동차 제조 업계에서 최초로 ABOS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ABOS는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걸쳐 높은 품질의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정성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MOU는 결혼도 아니고 연애의 시작과 같은 단계다. 시작은 항상 달콤하다. 사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체질과 문화를 아예 바꾸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외부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알리바바는 플랫폼 통합이라는 과제가 실제 고부가가치 상품에 얼마나 먹힐지를 BMW를 통해 시험하고자 하는 것이고 BMW는 디지털 전환과 딜러십, 시장과 고객 관리라는 과제를 최소한의 시행 착오로 해결하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IT 기업들도 이와 같은 모델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IT 분야의 다양한 서비스 발달과 달리 자동차 경험의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는 영역에서는 글로벌 표준에서 다소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중국의 이 사례는 한국의 자동차 기업과 IT 비즈니스 필드에 어떤 레퍼런스가 될까? 결국 소비자들의 욕구에 답이 있겠지만 그 욕구는 안개처럼 눈 앞에 있으면서도 모호하다. 


한명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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