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의 이미지가 세계적인 상업 사진 및 비디오 관련 매거진인 <프로덕션파라다이스(productionparadise.com)>가 주최하는 ‘스포트라이트어워드2020(Spotlight Awards 2020)’의 자동차 사진 부문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거대한 홀 안에서 XC90와 빛이 어우러진 모습을 구현해 달라는 볼보 본사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그랜드 홀(Grand Hall)’로 작가는 스웨덴 ‘슈퍼스튜디오’의 작가 패트릭 욜(Patrik Johall)이다. 최종 후보에는 포르쉐 911을 담은 플로리안 뮐러, 레인지로버를 촬영한 시스코 퍼스터 등 쟁쟁한 인물과 작품들이 올라왔다.
패트릭 욜이 속한 슈퍼스튜디오는 유럽 주요 브랜들의 메인 이미지를 시쳇말로 ‘아도’에 가깝게 수주하여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광고 사진을 촬영하면서도 이미지의 순수성에 대해 탐구한다고 밝힌 패트릭 욜은 소니 픽쳐스를 포함해 메르세데스 벤츠, PSA 그룹 등 메이저 브랜드와 작업해 왔다. 그는 수년 전부터 자동차 브랜드에 보다 집중하고 있으며 스웨덴 남부 해안가에 자리 잡고 아름다운 자동차 사진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번 ‘그랜드 홀’ 프로젝트의 경우, 패트릭 욜은 볼보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사진 속의 구조물과 같은 세트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촬영했다. 기하학적인 공간과 풍요로운 계조 속에서 볼보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인 XC90의 환상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그는 차 한 대의 이미지를 크게 확대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배경과의 관계 속에서 자동차가 갖는 상징성과 브랜드의 철학을 녹여내는 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볼보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 역시 그의 그러한 이미지 철학을 선호한다.
그는 이러한 사진을 위해 왜곡이 적은 중형 프레임의 초고화소 카메라인 페이즈원(Phaseone)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디 한 대의 가격이 5,000~6,000만 원대로 볼보의 60클러스터 차종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짝하는 렌즈 역시 2,000만 원대에 달하며 사진과 같은 풍부한 계조를 위한 조명 시스템 역시 수천만 원에 달한다.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으며 소수의 개인과 스튜디오가 보유하고 있다.
패트릭 욜과 볼보의 협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볼보의 제품 이미지뿐만 아니라 컬렉션 사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그의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볼보를 보는 시선은 패트릭 욜의 페이즈원을 거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물들의 작품도 쟁쟁하다. 역시 페이즈원 유저이기도 한 독일의 플로리안 뮐러는 석양을 배경으로 한 강렬한 역광으로 911의 순수한 선을 표현해냈다. 푸조, 마쯔다, 캐딜락 등과 협업해 온 미국의 패트릭 커텟은 노르웨이 몰데의 대서양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사진으로, 영국의 시스코 퍼스터는 기하학적인 건물 파사드를 배경으로 한 레인지로버의 이미지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들의 메인 사진은 제품 자체를 부각하기보다는 제품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사진 예술에 녹여내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성 중심의 제품 카탈로그 사진과는 성향 차이를 보인다. 가끔 볼보나 유럽 브랜드의 카탈로그를 보며 차가 왜 이렇게 작게 나오는지에 대해 궁금했다면 스포트라이트어워드의 이러한 경향은 하나의 참고가 될 것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