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자사의 새로운 GT인 로마의 브랜드 필름 ‘라 누오바 돌체 비타(La Nuova Dolce Vita)’의 올해 마지막 시리즈로서 서울에서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주인공은 배우 정해인이다. 여러 드라마를 통해 깨끗하지만 때로 강인한 모습을 함께 보여 준 그는 2년 전 볼보의 얼굴이었는데 가히 수직 상승한 셈이다. 그만큼 어필할 수 있는 젊은 재력가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브랜드 영상의 타이틀인 ‘라 누오바 돌체 비타’는 ‘새로운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탈리아어 문구로, 페라리의 새로운GT인 로마의 개발 철학이기도 하다. 해당 영상은 주요 도시에서 실현되는 새로운 달콤한 인생을 그린 글로벌 영상 캠페인의 일환으로, 각 나라마다 선정된 인플루언서가 페라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자국의 도시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장소를 소개한다.
해당 캠페인 영상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오기 직전까지 총 6개국의 각 도시를 각국 대표 인물들이 소개해오며 진행됐다. 페라리의 고향 이탈리아 모데나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 스위스 바젤의 미슐랭 3스타 셰프 피터 크놀(Peter Knogl), 일본의 도쿄와 교토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배우이자 감독 야마다 타카유키, 중국 상하이의 배우 장한(Zhang Hans), 미국 락 밴드 마룬5의 프론트맨인 애덤 리바인(Adam Levine), 독일 베를린의 유명 셰프 팀 라우에(Tim Raue)를 이번 캠페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7번째인 서울의 소개는 배우 정해인이 맡았다.
페라리 로마의 우아한 자태는 광화문과 남산, 아치가 멋진 두무개다리의 터널,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DDP(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 전통과 현대, 고요함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서울을 배경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배우 정해인은 달콤한 인생은 지금 이 순간이며, 언제나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라 누오바 돌체 비타’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순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함으로써 모든 순간을 설렘과 영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 자체라는 것이 이번 캠페인 영상의 핵심 메시지다.
페라리 로마는 3.9리터(3,855cc) V8 엔진을 1950~60년대의 프론트-미드 십 방식으로 탑재하고 이 레이아웃에 따라 유려하고 긴 노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전장은 4,656㎜, 휠베이스 2,670㎜, 전폭은 1,974㎜, 전고는 1,301㎜이나 페라리의 디자인은 이런 제원의 한계를 넘어선다. 수석 디자이너 플라비오 만조니가 이끄는 페라리의 디자인 팀은 고전적 GT의 선을 아름답게 잘 살려 2020년 이탈리아의 ‘카 디자인 어워드(Car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트윈 터보 방식인 페라리 로마의 최고 출력은 620ps(5,750~7,500rpm), 최대 토크는 77.5kg·m(3,000~5,750rpm)에 달한다. 8단 DCT가 결합되며 0→100km/h는 3.4초, 최고 속력은 320ps에 달한다. 여기에 정교한 섀시 컨트롤 시스템인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F1-TCS, E-Diff3 등 포함) 등이 적용되어 페라리다운 역동적 주행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GT답게 안락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감성의 실내 공간으로도 유명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모두 조종석과 같은 인상을 주는 듀얼 콕핏 콘셉트로 디자인됐으며 최상급의 가죽 및 알칸타라, 카본 파이버 등 다양한 고급 소재도 적용됐다. 분명 누군가의 새롭고도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워서 새로운 인생에 잘 어울릴 것이다.
한편으로, 아름다움과 새로운 삶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조금 미안하고 죄스럽다. 그러나 지난 세기의 세계대전 중에도 유럽 각 오케스트라들은 녹음을 했고, 가브리엘 샤넬은 옷을 만들었다. 이탈리아는 COVID-19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로, 그 규모는 한국과 비할 수조차 없다. 당장 페라리의 피해도 막심했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새로운 인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페라리가 가진 모종의 의무감일지도 모른다. 근현대 중국의 대문호 션충원은 무지개와 바다를 가리키며아름다움이 꼭 현실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혹한과 통제 속에 저물어 가는 2020년, 모두가 페라리 로마를 살 순 없어도 부디 아름답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길, 강퍅한 마음이지 않기를 기원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