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그룹(구 PSA 그룹)의 선두 브랜드 DS가 브랜드 독립 이후 비로소 전 라인업의 완벽한 세대 교체를 이뤄냈다. 한국 시간으로 2월 3일 10시, 글로벌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공개된 DS4가 그 첫 장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시트로엥 시절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DS4는 현재 DS 시리즈에 적용된 첨단의 디자인 언어를 크로스오버적으로 재해석하고 독보적 인테리어와 미래지향적 인포테인먼트를 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에어로스포츠 라운지 콘셉트,
이 차가 되려고
DS의 에어로 스포츠 라운지 콘셉트카는 COVID-19만 아니었다면 개최됐을 2020년 제네바모터쇼 그리고 거기서 만났을 차였다. 왜건과 해치백, SUV의 성격을 아우른 외형과 현재 DS의 디자인을 극단까지 가져간 디자인 언어는 과연 어떤 차의 태몽일지 기대를 모았다. 물론 현재 라인업 상 DS4가 될 확률이 높았지만 신차 전략에도 힘을 싣는 브랜드 전략 상 다른 차종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프리미엄 C 세그먼트로 재탄생한 DS4다. 곡선을 중심으로 한 1세대 대비 직선과 각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는 현행 DS의 SUV와는 차별화하되 세단 라인업인 DS9과 닮은 요소다. 물론 S윙스로 불리는 입체적인 다이아몬드 패턴의 육각형 그릴, 시동 시 걸면 180도 회전하며 빛을 발하는 헤드램프는 현행 DS의 디자인과 공유된다. 물론 등화류에서도 98개의 LED 모듈로 구성된 주간주행등은 DS 4의 시그니처 요소다.
전장은 4,400㎜, 전폭은 1,830㎜이며 전고는 크로스오버로서는 매우 낮은 1,470㎜다. A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매끈한 실루엣의 패스트백 스타일은 지난해 선보인 DS 에어로 스포츠 라운지 콘셉트의 역동적인 디자인을 계승했다. 높은 벨트 라인과 루프, 날카로운 C 필러 라인과 그로 인해 뒤로 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윈도우 윤곽은 이전 세대와 다른 날렵한 모습을 자랑한다.
콘셉트카의 디자인이 잘 살아 있는 것은 측면이다. 기하학적인 캐릭터라인과 최대 20인치 휠까지 장착할 수 있는 휠하우스가 특징이다. 여기에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이 적용돼 볼륨감과 매끄러움을 함께 살렸다.
명품 그 자체인 인테리어
DS4에서 가장 압도적인 면모는 역시 인테리어다. DS는 브랜드 초기부터 동급 최고의 고급스러움을 지향했지만 이 차는 플래그십 세단 DS9의 가치를 옮겨 놓은 수준이다. 수평성이 강조된 대시보드, 인비저블 타입의 송풍구인 ‘DS 에어(DS AIR)’와 조작 버튼이 놓인 수평형 대시보드가 눈에 띈다. 도어에는 송풍구와 연결되는 도어 핸들 및 윈도우 개폐 버튼이 연결된다. DS7 크로스백, DS3 크로스백의 경우 윈도우 버튼이 센터 콘솔에 있는데 이 차량은 한국 운전자들도 편리하게 느낄 수 있는 형태다.
센터페시아에는 10인치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기능들을 음성 및 동작으로 조작할 수 있는 ‘DS 아이리스 시스템’, 센터콘솔에 위치한 5인치 터치 패드에 명령어를 기입하거나 간단한 손동작을 통해 차량 내 기본 설정을 조작할 수 있는 ‘DS 스마트 터치’, 작은 콘트롤 스위치 모양의 8단 자동 변속기 ‘E-토글’ 등이 탑재됐다. 여기에,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21인치 반사판에 투사하는 ‘DS 익스텐디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보다 편안한 운전 경험을 제공한다. 다만 10인치 디스플레이 시스템의 경우에는 국내 도입 시 전장 인증 기준이 달라 그대로 들어오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파가죽과 알칸타라로 구성된 시트와 실내 공간은 충분히 국내 출시 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사양이다. 정교한 인그레이빙 기법인 끌루드파리 기요쉐 패턴도 이미 국내 출시된 차종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 포칼 (FOCAL)의 690W 일렉트라 사운드 시스템과 14개의 스피커도 장착된다.
EMP2 플랫폼에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등 기존 플랫폼의 70%를 교체하고 새로운 용접기술을 적용했는데 이는 승차감과 NVH 제어까지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DS 측은 밝혔다.
안정화된 터보 PHEV 파워트레인,
E-텐스 먼저
유럽에서는 환경 규제로 인해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한 고성능화가 일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스텔란티스 그룹은 이미 2018년부터 푸조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성능 PHEV 파워트레인을 선보였고 2020년에는 출시 차종에도 적용했다. 또한 DS 브랜드는 포뮬러-E 2년 연속 더블 챔피언(컨스트럭터, 드라이버) 브랜드라는 기술력 후광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DS4 역시 최고 출력 180ps의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인 퓨어텍과 110ps를 발휘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구동 모터가 적용된다. 합산 출력은 225ps에 달하며 e-EAT8(8단 자동변속기)와 결합된다. EV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WLTP 기준 50km다.
물론 130ps의 1.5리터 블루 HDi 디젤 엔진도 있으며 향후 선보일 예정이라고 DS측은 전했다. 참고로 향후 강화되는 유로 규제는, SCR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무해화 시스템을 적용하더라도 2.0리터급 디젤 엔진들이 충족시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DS 4는 동급 모델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첨단기술을 대거 집약했다. 차체를 둘러싼 5개의 센서와 윈드스크린에 탑재된 카메라를 기반으로 반자동 추월과 차로 변경, 코너 진입 전 자동속도조절 및 교통표지 인식 기능으로 한층 더 진화된 2단계 반자율주행 기술 ‘DS 드라이브 어시스트 2.0’이 적용된다.
차량 전방의 노면을 분석해 서스펜션 댐퍼의 감쇠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을 비롯해 적외선 카메라로 야간에 전방 도로상태를 파악하는 DS 나이트 비전도 적용된다. 중앙 3개의 LED 모듈과 15개의 독립적인 LED 모듈이 전방 도로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밝기와 각도를 조절하는 DS 매트릭스 LED 비전의 성능은 이미 국내 출시된 차종들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DS4는 차종 자체의 매력과 가치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는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DS 브랜드 자체의 인지도가 아쉬운 상황이었고, 그 당시 DS의 고급화 전략이 지금처럼은 받쳐 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또 비슷한 세그먼트에 푸조 308이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눈길을 끌 수 있는 차가 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새로운 DS4는 해외에 공개된 사양만으로도 충분한 매력 포인트를 갖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는 2021년 4분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한국에 출시가 결정되려면 적어도 6~7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침 2020년부터는 한국에서도 DS 브랜드의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DS4가 과거와 달리 안정적인 입지에서 새로이 한국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