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렉서스답게! LF-Z 콘셉트카와 렉서스 전동화 비전

토요타와 렉서스의 완전 전동화 전략은 기업의 역량과 존재감에 비해 다소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 30일, 렉서스 브랜드가 발표한 전동화 비전 중심의 차세대 브랜드 전략의 시계는 훨씬 앞당겨졌다. 2025년까지 전동화 파워트레인 자동차를 과반 이상으로 판매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스포츠카, 쇼퍼드리븐 세단은 물론 기존에 없었던 장르의 차종까지 전동화 차종으로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또한 세계 각 시장의 니즈에 따라 10종 이상의 BEV, PHEV, HEV 등의 전동차를 포함,  20 종의 신형 및 부분 변경 모델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LF-Z 일렉트리파이드 콘셉트카,
BEV 전용 플랫폼의 예고

이번에 발표한 콘셉트카인 LF-Z 일렉트리파이드(Electrified) 브랜드의 변혁을 상징한다. 우선 전동화 차량 기본 성능의 대폭적인 진화를 위해 BEV 전용 플랫폼을 채용하였다. 핵심은 운동 성능이다. 모터 구동력의 뛰어난 응답성을 활용하여 4륜을 자유자재로 제어해 고도의 운동 성능을 실현하는 4륜 구동력 제어 기술 ‘DIRECT4’가 적용됐다. 

외관에서도 이러한 운동성 중심의 설계가 눈에 띈다. 기존 렉서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는 한편 고출력 모터를 탑재한 리어 부분에는 역동성을 더했다. 언뜻 RX를 미래형의 쿠페로 재해석한 것 같은 형상인데, 실제로 전장도 RX보다 10㎜ 짧은 4,880㎜이다. 그러나 기존 렉서스 차량과 달리, BEV답게 차체 대비 긴 2,950㎜의 휠베이스를 적용해 오버행을 줄이고 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구현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치는 차량 아래다. 배터리 용량은 90kWh이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600km라고 밝혔다. 공차 중량은 2,100kg으로 현재의 RX450h와 비슷한 무게다. 전고가 1,600㎜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게 중심을 낮춘 것이 포인트다. 이미 현재의 차종에서도 렉서스는 차량의 무게 중심을 낮춰 운전의 재미를 강조한 구조를 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전기차의 구조와 만나 한층 고도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4륜 구동 시스템인 ‘DIRECT4’는 FF(프론트쉽 전륜 구동), FR(프론트쉽 후륜 구동), AWD(4륜 구동) 어떤 레이아웃과도 결합될 수 있는 설계 자유도를 갖고 있다고 렉서스 측은 전했다. 특히 전기 신호로 조향을 제어하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 4륜 구동 시스템인 ‘DIRECT4’는 FF(프론트쉽 전륜 구동), FR(프론트쉽 후륜 구동), AWD(4륜 구동) 어떤 레이아웃과도 결합될 수 있는 설계 자유도를 갖고 있다고 렉서스 측은 전했다. 특히 전기 신호로 조향을 제어하는 스티어 바이 와이어(steer-by-wire)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71.3kg·m(700Nm)에 달하는 강력한 토크를 보다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렉서스의 설명이다. 최고 출력은 543ps(400kW)에 달한다. 

개방감 그리고 차와의 유대감,
‘타즈나’ 콘셉트 인테리어

LF-Z 일렉트리파이드 콘셉트카 인테리어의 주제는 ‘타즈나(tazuna, 手綱)’다. 이는 말고삐를 의미한다. 한 줄의 고삐로 말과 사람이 소통하듯 사람과 차량의 직관적 연결을 구현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조향 장치의 스위치와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각적 연계성을 고도화해 번잡한 시선 이동과 스위치 조작 없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운전 중에도 위험이나 방해 없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등, 각종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런 한편 현재 렉서스 차량에도 적용되고 있는 환대의 키워드인 오모테나시도 고도화해 적용했다. 계기반은 사람보다 낮게 설치돼 있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이 들어가 있다. 

개방감과 심리스(seamless)함은 인테리어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이다. 천정의 파노라마 루프에는 개방감을 주는 롱 글래스를 채용했고 시트와 레그룸 공간 등의 안락감과 여유는 더욱 강조됐다. 파노라마 루프는 조광 글래스(Dimmable glass, 조도조절 유리)를 채용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함은 물론 밤하늘을 비추는 일루미네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탑재하였다. 또 루프 센터에는 프런트 시트와 리어 시트를 연결하는 터치 패널을 배치해, 차량 내에서의 탑승자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 시트는, 리클라이닝, 릴랙세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동 시에 모든 탑승자에게 편안한 시간을 제공한다.

전동화 버전의 렉서스에도 오디오는 마크 레빈슨의 시스템이 적용된다. 전기차의 NVH 특성을 고려해 차내의 스피커를 치밀하게 제어하고 운전자와 탑승자 각각에게 이상적인 청음 환경을 전달한다. 렉서스와 마크 레빈슨의 협업은 정교하게 지속되어 온 만큼 전동화 시대에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운전자 학습 AI, 디지털 키 등
첨단 기능 채용

LF-Z 일렉트리파이드 역시 최근 주요 전동화 콘셉트카처럼 AI 기능에 기반한 운전자 학습 능력을 탑재했다. 음성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운전 중의 조작이 더 편리하도록 돕고, 또한 운전자와 대화를 통해 취향이나 기분에 맞춘 운전 경로나 레스토랑의 예약 등을 제안하여 라이프 스타일 컨시어지로서 고객의 라이프에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이러한 기능은 2017년 CES에서 토요타의 콘셉트 i(Concept i)를 통해 제시됐다. 참고로 해당 콘셉트카의 음성 비서에는 ‘유이(Yui)’라는, 누가 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존재감이 부여됐다. 

또한 디지털 키를 채용함으로써, 스마트폰에 의한 도어록 개폐 등의 차량 조작뿐만 아니라, 기존 형태의 키가 없어도 가족이나 친구가 차량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E-래치(E-Latch) 시스템 덕분에 도어를 더욱 부드럽고 안전하게 여닫을 수 있다. 승차 시에 키를 소지한 탑승자가 다가가면 자동적으로 슬라이드 도어가 열리며, 핸들 내부의 센서에 손이 닿으면 도어의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 

하차 시 도어 개방은 차내의 도어 오픈 스위치를 통해 가능하며, 차량에 탑재된 센서가 주변 상황을 감시하여, 접근하는 차량이나 자전거를 감지했을 경우에는, 탑승자에게 경고를 주어, 하차 시의 사고 저감에도 기여한다. 기능 자체의 완숙도를 높인 것은 장점이지만 이미 후발주자인 현대차도 해당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기술의 완숙도와 제작 완성도라는 렉서스의 장점으로 시간차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사토 코지 최고 브랜딩 경영자(CBO)는 “탄소 중립 사회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사명을 다하면서도,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 기쁨을 앞으로도 제공함으로써, 고객과 LEXUS에 종사하는 모든 여러분의 행복과 미소를 위해 공헌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올해 출시되는 2종의 새로운 모델을 시작으로 하여, 다양화되는 라이프 스타일에 다채로움을 더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사회의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렉서스의 강한 의지에 주목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한편 렉서스는 2024년 3월, TTCS(Toyota Technical Center Shimoyama)에 브랜드의 개발, 디자인, 생산기술, 기획에 종사하는 멤버가 한곳에 모여 ‘좋은 차 만들기’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사업 거점을 개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해당 시설은 개발의 중심이 되는 LEXUS 동과 사외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위한 시범동으로 구성된다. 다소 경직돼 있고 보수적이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관행을 벗고 독일 브랜드의 연구원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렉서스는 이미 지금도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좋은 차’라는 한계에 갇혀 시간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렉서스의 본격적인 행보에 속도가 붙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