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내 등록된 전기차가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연간 등록 대수가 10만 대를 넘는 국가는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그리고 한국을 포함해 7개 국가가 됐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전기차 시장은 계속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활용한 생산 단가 저감으로 가격 경쟁력은 개선되고, 충전 인프라 역시 확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가 주는 긍정적인 경험도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시장이 확대될수록 자동차 제조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집니다. 결국 어떻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오는 2월에 출시될 볼보의 두 전기차 C40 리차지와 XC40리차지는 이런 변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답안 중 하나입니다.
강력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없이
살아남을 차는 없다 |
지난 2020년 1월, SKT는 CES에서 티맵(TMAP)과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인 플로(FLO),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기본 탑재 형태로 제공하는 IVI(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데모 차량은 볼보였죠. 그리고 그 해 5월에 볼보와 SKT는 차량용 IVI 시스템 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2022년 이후부터 국내 출시 신차 전체에 티맵과 한국어 기반 음성 인식 및 제어 등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었죠. 총 비용은 3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참고로 SKT는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볼보 XC60 전시차를 통해 해당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과는 2021년 10월에 출시된 XC60 페이스리프트부터 적용됐습니다. ‘아리아’를 부르는 시승기가 우후죽순 쏟아졌죠. 사실 이를 구축하기 위한 300억 원의 비용은 수입차 브랜드로서 과한 투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시대적 맥락 상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음성인식으로 더 편해지는 전기차생활
C40∙XC40 리차지 전용 티맵 인포테인먼트 |
현재 그리고 근 수 년 내 수입차 시장으로 유입될 젊은 세대들은 수입차에 대해 낭만적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차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운전면허도 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수입차라고 별반 다를 바 없죠. 물론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의 슈퍼카에는 열광하지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소득 감소 등 다중고로 인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흔들리는 지금 젊은이들에겐 그냥 그림일 뿐입니다. 대신 탈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의 차에 다양한 기능이 들어가는 것을 원하게 됐죠. 기왕이면 친숙한 네트워크 상의 세계와 잘 연결되는 기능이면 좋고요. 최근 국산차가 그런 니즈를 채워주고 있는데, 이를 안이하게 생각하면 수입차엔 설자리가 없습니다. ‘한국 패치’를 위한 볼보의 결정은 이런 조건 때문일 겁니다.
전기차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차라고 광고하면서 당장 누릴 수 있는 기능이 스마트폰보다 못해서야 말이 안 되죠. 지난해 출시된 XC60 페이스리프트에는 SKT가 개발한 자동차 전용 AI 플랫폼인 누구 오토(NUGU Auto)가 적용돼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동차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방식이죠. 사실 수입차도 해당 국적이나 권역에 있는 통신사나 IT 기업을 통해 이런 솔루션을 발휘하지만 표준 문제로 다른 권역에서 해당 기능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첨단화된 사양의 차에서 이 기능들을 못 쓴다면 반쪽짜리가 되는 거죠.
특히 아직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전기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그런 불편을 보완해 주는 수단입니다. 충전 스케줄을 놓쳤을 때, 남은 전력량으로 목적지까지 갈수 있을지 또는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가까운 충전소는 어디이며 다른 차가 충전 중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필요합니다. 운전 중에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더욱 최적이겠죠.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에 적용한 전기차 전용 티맵 인포테인먼트가 바로 이런 요구에 부응합니다. 이는 티맵 모빌리티의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 AI 플랫폼 누구 오토의 볼보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에 특화된 기능 외에도 SKT 계열의 AI 기반 음악 추천 서비스 플로, 공조 기능과 열선 제어, 문자 및 전화 송수신, 차량 내 볼륨 제어 등이 가능합니다.
이런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시작을 연 차종이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에 들어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영역은 통상 수입차에서 엔트리였고, 아무리 브랜드들이 전략을 짜도 가격 전략 상 사양의 열세를 극복하기 힘들었죠. 국산차 브랜드들은 이 영역의 차량들을 겨눈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쳤습니다. ‘여러분들이 그 브랜드에서 좋아하는 기능이나 브랜드 가치는 상위급에만 있고 그 차엔 없으니, 가성비 좋은 국산차를 사라’는 논리였죠. 그런데 이처럼 한국에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적용한 C40 리차지와 XC40 리차지는 전략적 입지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아리아’는 할머니?
차량 특화 제어 기능 외에, 해당 인포테인먼트는 뉴스나 날씨 검색 심지어 ‘감성 대화’ 등 기존 ‘누구’의 기능도 가능합니다. XC60의 경우, ‘아리아’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봤더니 ‘오늘 밤 하늘에 뜬 별을 세어 보라’고 하더군요. 생일을 물었더니 ‘9월 1일이고 가을에 태어난 가을 여자’라고 합니다. 별의 숫자가 엄청나니까 가을 할머니쯤일까요? 참고로 기능 웨이크업 메시지가 “아리아”인지 “’아리’야”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SKT 측은 ‘아리아’가 맞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OTA 무상 업데이트∙차량
원격제어 더 돋보이는 차량 본연의 성능 |
또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는 OTA(Over The Air)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무상 업데이트됩니다. 애플와치 등 다양한 IT 디바이스와 마찬가지죠. 여기에 볼보 카스 앱(Volvo Cars App) 활용을 통해 도어 개폐와 공조에 어, 충전 상태 확인도 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스마트 디바이스로 기능하는 것이죠.
이런 기능의 편리함은 시간이 갈수록 차량의 성능과 디자인 등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습니다. 디자인과 성능에 혹해서 샀다가 실제 그걸 이용하는 데 있어서의 불편감이 커지며 다른 장점에 대한 호감이 같이 떨어지는 건 곤란하겠죠.
전기차 충전 스케줄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면 퍼포먼스에 눈을 뜰 수 있습니다. C40과 XC40 리차지는 78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전륜과 후륜 차축에 각기 모터를 적용한 상시 4륜 구동 전기차입니다. 두 차 공히 최고 출력은 300kW(408ps), 최대 토크는 660Nm(67.3kg∙m)에 달합니다. 유럽 기준으로, 쿠페형 SUV인 C40 리차지의 0→100km/h 도달 시간은 4.7초, XC40 리차지는 4.9초입니다. 3.0리터급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 세단과 비슷한 퍼포먼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