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의 아버지를 기리다 포르쉐 디자인 5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911의 아버지 F.A. 포르쉐는 차만 만들기에는 재능이 넘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1972, 친형인 한스 페터 포르쉐와 함께 포르쉐 디자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을 만들었죠. F.A. 포르쉐는 911의 정신을 살린 브랜드를 갖고 싶어했고 그걸 살린 게 포르쉐 디자인이었습니다. 정직한 디자인, 좋은 재료를 강조한 포르쉐 디자인은 엘란(Elan), KEF, 라씨(LaCie), 모리타(Morita) 및 파나소닉(Panasonic)과 협업해 가전 및 산업 분야의 프리미엄 제품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포르쉐에 소속된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에게 F.A. 포르쉐라는 이름은 영감이 되는 존재라고 합니다. 참고로 포르쉐 디자인의 제품들은 2000년대 초반에 국내에 론칭하기도 했죠.

그런 포르쉐 디자인의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911의 특별 에디션이 나왔습니다. 911 에디션 50주년 포르쉐 디자인(Porsche 911 Edition 50Y Porsche Design)’ ‘1972년식 911 S 2.4 타르가(911 S 2.4 Targa)’가 그것입니다. 이 두 차는 강렬한 블랙 컬러가 포인트입니다. F.A. 포르쉐가 디자인한 크로노그래프 1의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블랙이죠. 포르쉐 디자인은 크로노그래프 1-1972 한정판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전세계 500개 한정이고, 물론 충분한 실탄과 순서가 조화된다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F.A. 포르쉐의 디자인은 1945년 이후 미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형태는 디자인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적 가치인데, 전쟁 후 재건이 필요했던 유럽에서 기능적 충실성과 심미적 가치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조였고, 현재도 유럽 산업디자인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포르쉐의 911 아름답고 강력하면서도 다른 럭셔리 스포츠카들과는 다른 고도의 효율성과 실용성도 갖추고 있는 것이죠.


911의 아버지를 기리다
포르쉐 디자인 5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페리 포르쉐(가운데)와 함께 한 포르쉐 가문의 형제들. 오른쪽 두 번째가 F.A. 포르쉐, 맨 왼쪽이 한스 페터 포르쉐.

그에 비하면 이 두 에디션은 오히려 사치스런 느낌이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전세계 750대만 한정 판매된다는데 그 정도야 필요하죠. 베이스 차종은 타르가 4 GTS입니다. 최고 출력 490ps, 0100km/h 3.5초로 흠잡을 데 없는 고성능 머신이죠. 블랙 컬러 외관 외에도 클래식한 체크 무늬 스포츠텍스 시트 센터 패널과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포르쉐 디자인 서브세컨드(Porsche Design Subsecond) 시계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레드컬러의 초침이 레트로한 멋을 더합니다. 가격은 18 5,606 유로(한화 약 2 5,082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한국에는 2022년 중에 출시 예정입니다. 홈페이지 시작 가격은 2 5,040만 원부터라고 돼 있습니다. 물론 시작입니다.

1972년식의 오리지널 911 T 2.4 타르가는 상태가 좋지 않은 차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복원한 것입니다. 까다로운 일이었음이 분명하지만 그런 게 우리 일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포르쉐 클래식의 전문가들이기도 합니다. 포르쉐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재미도 보는 영역이 이 클래식 포르쉐의 소유주들을 위한 복원 프로그램이죠.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엔진과 섀시를 S 버전 사양으로 완전히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최상위 차종에는 배기량 2,341cc의 엔진이 적용됐는데 6,500rpm에서 191ps를 냈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배기량 당 출력이었죠.

인테리어와 외관 모두 고전의 재해석에 충실합니다. 인테리어는 1972년 그가 디자인한 전설적인 크로노그래프 1 시계와 동일한 컬러로 제작됐습니다. 플래티넘 새틴 마감의 클래식한 사이드 스트립과 통합된 포르쉐 디자인 레터링이 측면부를 장식했습니다. 타르가 바는 플래티넘 새틴으로 마감됐는데, 기존 클래식 모델의 브러시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해석한 것입니다. ‘Targa’레터링은 매트한 블랙으로 처리되며 스페셜 에디션 모델과 마찬가지로 리어 엔진 커버 그릴에는 F.A. 포르쉐의 서명을 재현한포르쉐 디자인 50주년 기념(Porsche Design 50th Anniversary)’ 배지가 부착됩니다.

요즘 한국엔 없는 럭셔리카가 없습니다. 아마 이 차도 곧 한국의 거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많은 포르쉐 중에, 이번에도 역시 제 것은 없네요.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