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까지 메르세데스-EQ 브랜드의 양산형 전기차들만 놓고 보면, 삼각별이라는 엠블럼 외에 이 차를 선택해야 하는지 이유를 잘 알 수 없었습니다.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턱없이 짧았고 동력 성능은 부족했으며 비율은 어딘가 모르게 어정쩡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선구적인 전기차 브랜드의 양산차대비 비쌌습니다. 전동화 시대에도 메르세데스 벤츠가 메르세데스 벤츠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죠.
그러나 2021년 EQS를 선보이면서, 콘셉트카로만 제시되던 ‘탈 만한 벤츠 전기차’에 대한 이상은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SUV 버전까지 추가됐습니다. 슈투트가르트 현지 시간으로 4월 19일, 메르세데스-EQ는 ‘더 뉴 EQS SUV(The new EQS SUV, 이하 ‘EQS SUV’)’를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습니다. WTLP 기준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 660km, 최고 출력 400kW(543ps)를 발휘하는, 이제야 메르세데스 벤츠의 일원다운 전기차입니다.
이제야 봐줄만한 메르세데스의 전기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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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뉴 EQS SUV는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의 첫 번째 SUV이며 EQS와는 이 아키텍처를 공유합니다. 따라서 휠베이스도 EQS와 동일한 3,210㎜입니다. 전장은 5,125㎜, 전폭은 1,959㎜, 전고는 1,718㎜입니다. 7인승까지 가능한 실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3열 시트는 선택 사양입니다.
외형은 과거 공개한 스케치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근사한 비율을 보여줍니다. EQA, EQC는 비율 면에서 메르세데스의 유려함을 그다지 보여주지 못했는데 EQS는 다릅니다. SUV로서의 스케일감을 보여주면서도 루프에서는 EQS의 원 보우(one bow) 디자인을 장르에 맞게 해석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감성적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자인 수장 고든 와그너는 미래지향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통합된 심리스 디자인이라는점을 강조하며 바야흐로 EQ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면부에는 메르세데스-EQ 브랜드의 패밀리룩 요소인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Black Panel radiator grille)이 적용됐습니다. 여전히 삼각별은 중앙에 있죠. 이 패널 뒤에는 초음파, 카메라, 레이더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다양한 센서가 통합되어 있습니다.
후미를 보면 커브드 3D 헬릭스(3D helix) 디자인이 적용된 LED 리어 램프, 그리고 리어 램프와 하나로 이어진 라이트 밴드가 통합돼 있습니다.
1회 완충 시 660km,
후륜 조향, 오프로드도 가능하다 |
EQS SUV에는 12개의 리튬 이온 배터리 모듈이 탑재됐습니다. 1회 완충 시 660km를 주행할 수 있는데,모터 회전 시의 주파수를 속도 감응형으로 설계해 최적의 효율과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 역시 OTA(오버 디 에어) 방식으로 자동 업데이트됩니다.
또한 최대 200kW까지의 급속 충전을 지원해, 급속 충전 시 단 15분 만에 최대 300km를 주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이 정도 전력의 급속 충전기는 국가 인프라에 따라서 다릅니다.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초급속 충전기와 관련된 기술도 갖고 있고 시제품도 있지만 이를 확산시키는 것은 정부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행 모드 시스템으로는 에코(ECO), 컴포트(COMFORT), 스포츠(SPORTS) 외에도 오프로드(OFFROAD) 등이 포함된 다이내믹 셀렉트(DYNAMIC SELECT)가 적용돼 있습니다. 주행모드에 따라 모터, ESP®,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특성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구동 모터는 기본적으로 후륜에 장착되는데 4륜 구동인 4매틱의 경우에는 전륜에도 모터가 장착됩니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 시 전고가 25㎜ 상승합니다. 또한 ESP®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회전할 가능성이 높은 바퀴의 미끄러짐을 최소화 하거나, 추진력을 위해 충분한 미끄러짐을 허용하면서도차량을 안전하고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도 메르세데스가 과거와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등에 비해 퍼포먼스와 주행 거리를 내세울 만한 양산차가 늦은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걸음이 사실은 호랑이의 시야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 놀랄 수밖에 없겠습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