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엔 코스트코에서 자동차를 살 수 있을까?

자동차 산업 분야의 시계는 최소 다른 분야보다 반 년이 빠르다. 그것도 미시적인 몇몇 트렌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이미 2017년 자동차 산업계를 달굴 만한 이슈들이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외의 유수 자동차 전문매체들은, 1년 뒤 시점의 자동차 산업계를 향해 민감하고도 예리한 질문을 쏘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입지는 과연 위험할 것인가?

<카 앤 드라이버> 매거진이 꼽은 ‘2017년의 자동차 산업에 던지는 20가지의 어려운 질문이라는 컬럼을 발표했다. 이는 문제 제기를 넘어 2017년 자동차 산업계에 있어 키(key)가 될 수 있는 화두이다.
 
사실 2016년 초 미국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의 자율 주행 관련 이슈나, 알파고, 애플카 등의 이슈는 공통적으로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의 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리 멀지 않은 2017년 자동차 제조사들의 안위는 어떠할 것인가? 과연 변화하는 산업의 트렌드 속에서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벤더(납품 업체)로 전락하는 길에 들어설 것인가?
 
조심스럽지만 이와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자동차 제조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다. 애플은 2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아이폰을 내놓을 뿐이지만, 자동차 회사가 발표하는 신기술의 주기는 그보다 훨씬 잦다. 자동차 기술의 변화가 IT 기업의 이슈에 비해 느리다면 그것은 한 가지 이유다. 바로 그렇게 느끼는 이가 자동차 산업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의미다.

자동차의 대형 할인매장 구매, 잘 하는 걸까?

최근 한국의 소셜 커머스 업체에서 자동차의 판매를 놓고 일대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이는 애초에 의사를 타진했던 한 대기업 중고차 관리 사이트가 을 보려 하다가 발을 뺀 모양새로 정리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또한 소셜 커머스 업체만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사 및 딜러사들 사이에서 집중 비난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심리고, 그런 심리에 기댄 다양한 판매 방법은 계속 개발될 것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코스트코와 같은 365일 대형 할인 매장에서의 판매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가능하게 될 경우, 이런 곳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게 과연 현명한 소비일까? 세계 4대 기업 컨설팅 회사인 에른스트 & 영에 의하면 이는 최악의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제품 유통의 투명성, 딜러와 소비자 사이의 신뢰도가 우선이어야 하는 자동차 유통에 있어 대형 할인 매장은 결코 좋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한국 속담을 그들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동차가 가격에 집착해서 될 재화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자동차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올까?

부동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즉 부실한 담보로 주택 대출을 허용한 결과가,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오바마 정부는 재선 포함 8년의 임기 동안 이로 인한 실업 구제와 재정 건전화 등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미국은 공적 의료보험 체계를 구축하려는 등 경제적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곳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그것도 부동산과 비슷한 경우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산업에 이러한 위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암암리에 돌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달리 감가 상각이 빠른 자동차의 경우, 가격의 20%가 넘는 대출이 있다면 그것을 부실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미국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는데 있어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역점으로 삼은 까닭이기도 하다. 이런 정책이 역설적이게도 주택 시장에서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전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자동차 세일즈의 버블이 2017년에 터진다는 예측은 없으나, 갑자기 이 문제가 발생한다면 거시적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복잡하게 될 것이다. 과연 2017년을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 던져진 또 한가지의 까다로운 물음이다.

테슬라 모델3, 내년에 살 수 있을까?

천하의 엘론 머스크라지만 그도 2009년에 거의 무일푼 신세가 된 적이 있다. 원래도 일 중독인데 이 상황을 타개하느라 그 중독의 수위가 열 배는 높아져 결국 아내와도 이혼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재산은 분할을 통해 아내에게 넘기느라 알거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된 원인은 당시 테슬라 로드스터의 발매 연기였다. 엘론 머스크의 완벽성애자기질이 낳은 비극이었는데, 어찌 보면 초기 창업자이자 공동 CEO였다가 토사구팽 당한 마틴 에버하드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었다.
 
물론 테슬라는 그 때의 악몽을 지워내고 보다 현실화된 미래차들을 현장에 내놓을 준비가 거의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완벽주의 기질이 어떤 변수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예약자를 끌어모은 양산형 전기차 모델 3만 해도 그렇다. 물론 기술 자체가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시기가 문제다. 엘론 머스크는 적어도 주문자들이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현재의 양산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일정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생산은 결함으로 인한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예약자들은 2017년 말이라도, 모델3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인가?

하루 8만 원으로 BMW M4를 탈 수 있을까?

공유 경제의 영역은 그간 생활에 필수적인 영역을, 최저의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유 경제의 지상 가치가 검소함에 머무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특히 자동차 공유와 관련된 플랫폼들은 프리미엄 제조사의 고성능 기종들을 활용한 서비스로도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그러한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24시간 기준으로 BMW M4를 렌트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약 70달러, 포르쉐 911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약 212달러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고급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은 소비자들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고급 기종들을 보유한 소유주들 역시 한 달에 약 600달러 정도의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해당 비즈니스 관계자의 전언이다.
 
과연 이러한 형태의 서비스는 2017년을 뒤흔들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이를 자신한다. 먼저 소유주들에게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는 데다, 서비스 플랫폼을 유지하는 데 있어 아주 적은 비용만이 든다는 점이다. 이런 트렌드는 현재 한국에서도 비교적 활성화된 카 쉐어링 플랫폼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