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또 하나의 답안, IAA에 나온 전동화 상용차들

현지 시간 19일, 미디어 데이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IAA 상용차 박람회에서 주요 상용차 브랜드 및 디비전들이 전동화를 내세웠습니다. 특히 FCEV(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BEV가 주 화두입니다. 새삼스럽다기보다, 이 플랫폼들이 상용차라는 큰 규모의 영역에 어떤 식으로 최적화될 지 고민이 길었던 결과입니다. FCEV 플랫폼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현대차와 협력한 이베코, 다임러 트럭을 비롯해 만, 볼보 등 주요 트럭 브랜드들이 전동화 트럭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삼성 SDI를 비롯한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대형 상용차의 전동화에 발맞춘 배터리 시스템도 선보였습니다. 

현대차와 협력 및 니콜라 BEV 트럭의 현실화
이베코

베코는 행사 첫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지속가능성 로드맵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전동화 모델 2, 경상용차 e데일리(eDAILY)’와 대형트럭 니콜라 트레 BEV(Nikola Tre Battery Electric Vehicle) 유럽향 4×2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경상용 트레일러인 데일리의 FCEV 버전인 e데일리 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 대형트럭 니콜라 트레 FCEV 유럽향 6×2’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BEV버전의 e데일리는 37kWh급의 배터리를 통해 1 충전으로 도심에서  40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1kWh 당 10km 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경량이 전기차의 두 배 수준입니다. , 섀시 , 미니밴   중량 3.5톤부터 7.2톤에 이르는 차체 범위 선택에서의 유연성이 돋보입니다. 15kW 출력의 PTO(외부 출력 인출) 시스템도 적용해 다양한 영역에서 탄소 배출 없는 역량 발휘가 가능한 것이 장점입니다. 

현대자동차 함께 공개한 이베코 e데일리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은 현대차의 90kW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이베코그룹 산하 파워트레인 브랜드 FPT 인더스트리얼 140kW 전기모터를 장착했습니다.  중량 7.2톤의 프로토타입 모델은 유럽에서의 시험운행을 통해 1 충전  최대 주행가능 거리 350km를 달성했다고 이베코 측은 전했는데요. 충전 시간은 15분, 최대 적재 중량은 3톤입니다. 

수 년 전부터 ‘떡밥’이 무수히 돌았던 니콜라는 드디어 이베코의 손을 잡고 9월 20일부터 유럽시장을 위한 4×2 아틱(Artic) 제품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1회 충전 시 5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이 행사에서 1회 완충 시 800km 주행이 가능한 FCEV도 공개됐습니다. 

순수 전기트럭 먼저 선보인 다임러트럭
메르세데스 벤츠 트랙터 e악트로스

메르세데스 벤츠도 초창기에는 현대차만큼이나 승용 FCEV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범 독일 차원의 수소 소사이어티 등 기업과 정부 부처 간 협력도 이끌 정도였죠. 하지만 현대의 승용 FCEV 약진에 비해 다소 추진 속도가 느려지더니 이제 승용에서는 큰 존재감이 없습니다. 대신 그 역량은 모두 다임러 그룹의 상용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트럭 브랜드는 우선 BEV 트럭을 선보였습니다. 자사 인기 트랙터 시리즈인 악트로스를 기반으로 한 첫번째 양산 전기 트럭인 e악트로스(e-Actross) 입니다. 112kWh 용량으로 220km를 주행할 수 있는 e악트로스 300과 600kWh의 배터리 용량의 롱 하울(Long Haul)로 구분됩니다. 롱 하울의 경우 개선된 모터 시스템의 e-액슬(e-Axle)을 통해 최고 출력 400kW, 순간 최고 출력 600kW를 발휘합니다. 다임러 트럭 최대 생산 기지인 뵈르트 암 라인에서 양산될 계획입니다. 

TGX 기반 전기 e트럭
만 트럭 & 버스

폭스바겐AG 산하의 만 트럭 & 버스도 자사 주력 트랙터인 TGX 기반의 전기 트럭인 e트럭(eTruck)을 공개했습니다.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한 양산 목표형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1회 충전 시 600~800km 주행이 가능한 트럭을 목표로 하고 있고 향후 1,000km까지 주행 가능 거리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만트럭 측은 단지 전기 트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 운송 사업자들이 전기 트럭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의 디젤 트럭을 넘어서는 경제성과 효율이 있어야 운송수단의 탈 탄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따라서 만은 이번 IAA를 통해 e모빌리티 컨설팅을 선보입니다. 소비자인 운송, 운수사업자들의 차량 운용 방식, 그들이 원하는 효율성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포함하는 내용입니다. 

이와 함께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오버 디 에어(Over The Air) 업데이트를 포함해, 허브 투 허브(Hub to Hub) 자율주행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솔루션도 제시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프로젝트인 아틀라스 L4(Atlas L4)는 승용차에 비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휴먼 에러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의 검증 등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만이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 트럭 & 버스의 경우는 완전히 엔진 차종을 없앤 것은 아닙니다. 연비를 4% 이상 개선하고 최대 토크를 5kg·m, 최고 출력을 10ps 개선한 D26 엔진(12.6리터 배기량 직렬 6기통) 엔진의 트랙터도 선보였습니다. 

확장된 라인업의 볼보 전기 트럭

승용과 마찬가지로 볼보 트럭 부문은 전동화에서 빠른 속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번 IAA에서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후륜 차축의 통합형 액슬과 함께 6종의 양산형 전기 트럭을 선보였습니다. 이 통합형 액슬은 더 큰 용량의 배터리 시스템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다 확장된 주행 거리를 의미한다고 볼보 트럭 측은 밝혔습니다. 

또한 볼보 측은 2026년 이후, 볼보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기반 전기 트럭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시카 샌드스트룀 볼보 트럭 프로덕션 책임자는 “근미래에 대형 트럭들의 공공 급속 충전 시스템 요구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있다”고 전제하고 FCEV는 이에 대한 일종의 돌파구라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상당한 리튬 매장량을 자랑하는 국가들이 이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더 이상 BEV만이 답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야말로 오히려 대형 운송수단의 전동화에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산 가스 리스크 직격
전동화는 문제 없나

다만 유럽의 불안한 정정이 이러한 전동화 비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공장을 돌리는 동력뿐만 아니라 많은 소재 부품들이 가스를 원료롤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수소조차 가스의 메탄을 통해 분리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각 브랜드들이 FCEV를 BEV의 보완재로 보는 이유는 속시원히 알기 어렵습니다. 아마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끝날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 낙관론 덕분일까요?

이런 가운데 9월 21일부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핵무기 사용이 불가능하고, 우군이던 중국조차 전쟁 지속에는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자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고육책인데 이게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지 불투명합니다. 혹자들은 푸틴 몰락의 원인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전쟁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고 보지만, 의외의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전쟁 중에도 스포츠 대회나 박람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은 전쟁을 통해 진보했기 때문에 전쟁 전후의 모터쇼나 박람회가 더욱 성했습니다. 과연 IAA 상용차 박람회에서 나온 각 제조사들의 비전이 전쟁과 어떤 함수 관계를 구현할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세계 교역국 중 막대한 규모를 차지하는 한국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일입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