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예테보리 시간으로 10월 12일(한국 시간 10월 13일 새벽), 폴스타가 자사 두 번째 양산 차종이자 첫 SUV인 폴스타 3를 공식 공개했습니다. 전날부터 공개 행사장을 꾸미는 모습, 행사장으로 옮겨지는 차량의 일부 모습 등을 SNS 채널로 간간이 노출하면서 분주히 ‘떡밥’을 던진 폴스타는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끈 폴스타 2에 이어 다시 한 번 시장을 장악할 만한 차를 내놨다고 자부합니다. 그 면모를 살펴보시겠습니다.
퍼포먼스성과 효율 가치의 통합
폴스타 3의 디자인
향후 공개될 폴스타 5가 SUV의 플래그십이 되겠지만 폴스타 3도 ‘한 덩치’ 합니다. 전장 4,950㎜, 휠베이스 2,985㎜에 전폭이 무려 2,120㎜에 달합니다. 전고가 1,627㎜(유럽형 1,614㎜)로 전폭 대비 전고가 낮은 편입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보다 넓고 낮습니다. 이러한 수치 덕분에 필연적으로 전면윈드실드가 바짝 누워 있으며, 공기저항 계수가 0.296cd에 불과합니다.
폴스타 3의 디자인은 볼보와 이별한 폴스타의 첫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르의 망치와 비슷했던 폴스타 2와는 달리 프리셉트→오투→폴스타 6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듀얼블레이드 헤드램프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양쪽을 합치면 폴스타 엠블럼이 되죠. ‘불빛을 낮추세요, 별빛이 도착했습니다’는 폴스타의 공식 SNS에 적힌 표현인데, 적합한 것 같습니다. 보기만 해도 차가운 바닷가 위 박스 속에 들어가 있는 폴스타 3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설치미술 작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면 범퍼를 보면 고성능 레이더 센서 통합 시스템인 스마트존 및 프론트 에어로존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등장할 폴스타 라인업에 공유될 시그니처 디자인입니다.
측면의 경우 퍼포먼스 팩 전용 사양인 22인치 휠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기본형의 휠도 21인치에 달합니다. 후미는 매끈한 윈드실드 그리고 특유의 리어램프 디자인이 폴스타 2에 비해 훨씬 샤프한 모습으로 적용됐습니다. 해변에 설치된 박스 위에 선 폴스타의 모습은 자연의 질서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하고 그 결과를 차에 잘 적용했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인테리어는 동물복지가 인증된 가죽 제품, 추적가능한(traceable) 울 소재의 커버를 적용했습니다. 소재추적 가능성이란 고객과 정부 및 환경 단체들이 책임있는 소재 조달 방식을 요구함에 따라, 이에 부응하는 명확한 유통 시스템 및 체계를 약속한다는 의미죠. 볼보가 그랬던 것처럼 보다 친정한 친환경차로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큰 곳이죠.
파워와 재미의 폴스타
압도적 출력과 핸들링 성능
폴스타 3의 동력 성능은, 볼보와의 지향점 차이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시작이 볼보의 고성능, 레이싱 브랜드였으니까요. 폴스타 3의 배터리 용량은111kW(공장출하기준)에 달하며, 204개 프리즈마틱 셀, 17개 모듈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차 중량은 배터리 무게가 있는 만큼 2,584~2,670kg에 달합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WLTP 기준 610km인데 한국 기준으로는 80~85%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어 모터의 디커플링 기능은 특정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프론트 전기 모터로만 주행할 수도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 전력 소모 효율은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후륜 구동모터의 최고 출력은 360kW(489ps), 380kW(517ps, 퍼포먼스팩)에 달합니다. 최대 토크의 경우 기본 모델은 840Nm, 퍼포먼스팩이 910Nm입니다. 다만 공차 중량이 무겁다 보니 출력이나 토크 대비 0→100km/h 가속력은 조금 평범한 수준으로, 일반형이 5초, 퍼포먼스 팩 적용 시 4.7초 정도입니다. 최고 속력은 210km/h에 달합니다.
2/1000초 단위로 댐퍼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는 듀얼 챔버의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됐는데, 섀시 및 서스펜션 세팅은 컴포트함과 스포티함의 중간을 지향한다는 것이 폴스타의 메시지입니다. 아무래도 SUV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토크 벡터링은 듀얼 클러치 방식으로 날렵한 코너링을 지향하도록 설계됐는데 후륜모터에만 적용됩니다. 폴스타의 수석 섀시 엔지니어인 요아킴 뤼드홀름(Joakim Rydholm)은 “우리의 목표는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폴스타 특유의 정교하고 날카로운 주행 성능 즉 폴스타 필링(Polestar Feeling)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엔비디아 고성능 자동차 플랫폼 탑재
인포테인먼트는 퀄컴 차세대 스냅드래곤
자동차가 첨단 스마트카를 지향하면서, 자동차의 컴퓨팅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이 시장을 통해 성장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 영역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죠. 폴스타 3는 엔비디아 드라이브(NVIDIA DRIVE) 코어 컴퓨터로 중앙 집중식 컴퓨팅을 적용한 폴스타 최초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AI 브레인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자동차 플랫폼은 폴스타 3에 탑재된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로부터 받은 데이터를 처리해 첨단 운전자 보조 안전 기능과 운전자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는 퀄컴 테크놀로지(Qualcomm Technologies, Inc.)의 차세대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Snapdragon Cockpit Platform)’이 적용됐습니다. 해당 플랫폼은 개방적이고 확장성이 뛰어난 클라우드 기반의 자동차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Snapdragon Digital Chassis)’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뛰어난 성능을 통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프리미엄급 품질의 서라운드 사운드, 그리고 차량 전체 기능에 있어 원활한 연결성을 제공합니다.
ADAS 시스템도 젠스액트(Zenseact)와 루미나르(Luminar), 스마트 아이(Smart Eye) 와의 협력을 통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젠스액트는 볼보의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이며, 루미나르 역시 볼보가 오는 11월 선보일 EX90의 라이다 시스템을 공급할 기업입니다. 스마트 아이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기업으로, 아이트래킹 자동차 어플리케이션 및 시선추적 시스템 개발사입니다. 특히 2개 카메라 기반의 운전자 시선 추적 기술은 운전자 주의나 졸음 방지, 비상 정지 기능 등 운전자 안전을 위한 기능으로 폴스타 3에 최초로 적용됩니다.
이처럼 독립을 지향하면서도 볼보와의 인연은 발전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폴스타 3는 5개의 레이더 모듈과 외부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기반으로 한 감지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의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능동 기술은 ADAS의 편리함과 안전성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ndroid Automotive OS)는 폴스타와 구글이 공동 개발한 운영체제입니다 전면의 14.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 가능합니다. 구글이 내장된 세계 최초의 자동차 폴스타 2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으로,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대형 SUV 운전자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OTA(Over-the-Air) 업데이트 기능은 당연히 포함됩니다. 한국 판매 모델에서는 TMAP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폴스타는 우선 폴스타 2를 통해 대중적 전기차 시장에서 어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목적은 여전히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입니다. 전기차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빠른 시기 내에 성숙기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어정쩡한 가격 대비 만족도를 주기보다는 확실한 프리미엄으로 가는 것이 정석적인 전략일 것이고, 그것이 폴스타의 궁극적 지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객 인도는 2023년 2분기부터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8만 9,900유로, 한화로는 약 1억 2,500만 원부터 시작입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유로 약세가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는 승부를 걸어볼 만한 가격으로 보입니다. 다만 고금리와 고환율로 인해 한국 경제가 침체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구매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가 관건입니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