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Z4, 84년 로드스터의 역사를 잇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8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코스에서 열린 콩쿠르 델리강스에서 BMW Z43세대 차종이 데뷔했다. 지난 해 콘셉트카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이 자동차는 1년 가까이 뜸을 들였다. 이로 인해 2세대 Z4 오너들로 하여금 차량 매각 시기를 고민케 했으나 연말 글로벌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많은 로드스터 마니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온 Z4의 불꽃 같은 연대기를 살펴본다.

‘Z’ 라인업 탄생,
Z1

Z4 자체만의 역사만으로 놓고 보면 3세대 16년이다. BMW의 차종만으로 놓고 보면 상당히 어린(?) 차종이다. 그러나 BMW의 소형 로드스터 라인업은 1934년에 등장한 315/1 로드스터부터 시작된다. 315/1 로드스터는 당시로서 우수한 성능을 뽐냈고, 알파인 랠리에 참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BMW 소형 로드스터 라인업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319/1 328 로드스터로 소형 로드스터 라인업의 계보를 이어갔다.

1956년에 등장한 507 로드스터는 BMW의 과거 로드스터 라인업 중에서도 역사적인 기종으로 꼽힌다. 현재의 관점으로 봐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200여대에 불과한 생산대수로 인한 희소가치가 조화를 이뤄 명차 반열에 올라 있는 이 자동차는 맥스 호프만, 엘비스 프레슬리, 버니 에클레스톤 등 셀러브리티들이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연히 발견된 엘비스 프레슬리의 5072년 전 콩쿠르 델리강스에 리스토어링을 거쳐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와는 달리, 507 로드스터는 당시 막대한 개발비용으로 BMW의 재정을 악화시킨 차종이었다. 그 타격으로 BMW 507 로드스터 이후 수십 년간 소형 로드스터의 개발을 중단했다. 

507’ BMW가 다시금 소형 로드스터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 바로 198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출품했던 Z1 이다. Z1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생산량은 약 8,000대로 제한되었다. 그러한데다 대부분의 Z1이 독일 내에서만 판매되었기 때문에 명칭도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정도다. 애초에 제한된 물량만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Z1은 출시 1년여 만에 판매량이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투기 목적의 Z1 수요가 한계에 달한 까닭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Z1‘Z’라인업의 시작을 세계적으로 알렸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BMW의 기술 발전사에서도 선구적인 존재다. 도어가 차체 하단으로 수납되는 방식으로 열리는 독특한 구조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또한 부드러운 구동음을 자랑하는 2.5리터(2,494cc)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최고 출력 180hp(5,800rpm), 최대 토크 22.2kgm(4,300rpm)를 발휘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다.  

서스펜션은 Z 액슬이라 불리는 Z1 전용의 멀티 링크 시스템이 전후륜에 적용되었다. 이는 BMW 멀티 링크 서스펜션의 시초 격으로, 이후 1990년대 BMW의 주요 차종에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형 로드스터의 한계를 넘은
‘본드카’ Z3

사실 로드스터라는 장르는 작은 차체에 기반한 운전의 재미와 오픈에어링이라는 감성을 즐기는 차종이다. 여기서 운전의 재미란 동력성능이라기 보다 짧은 휠베이스와 전후 오버행, 경량화에 기반한 코너링 성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BMW Z1의 후속이라 할 수 있는 Z3(코드네임 로드스터 E36/7 / 쿠페 E36/8)를 통해 다양한 변신을 꾀했다. Z3 1991 Z1의 단종 이후 4년의 공백을 깨고 등장했는데, 소형 로드스터 이외에도 슈팅브레이크 형태의 쿠페, 고성능 버전인 M, V12 엔진을 장착한 프로토 타입 등으로도 제작됐다. 플랫폼은 3시리즈(코드네임 E36)와 공유했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Z3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영화 <007:골든아이>에 본드카로 등장하면서부터다. 007의 본드카는 본래 영국의 스포츠카인 애스턴마틴 DB5가 사용되었으나, 1995Z3가 영화 내에서 4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이 탑승해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BMW도 이를 놓치지 않고 제임스 본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이외에도 4기통 1.8리터 엔진부터 직렬 6기통 3.2리터 엔진으로 325hp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는 M버전 등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덕분에 Z3는 한때 차량이 완판된 바 있고, 쿠페와 로드스터를 더해 약 30만대 가까이 생산되는 등 소형 로드스터로서 성공을 거두고 2002년 단종됐다.

Z시리즈의 새출발,
Z4의 등장

BMW는 성공적으로 활약했던 Z3를 단종시키고 후속 기종을 선보임으로써 소형 로드스터 라인업을 이어가고자 했다. 명칭은 Z3에서 Z4(코드네임 로드스터 E85 / 쿠페 E86)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전장 역시 4,090㎜로, Z3 4,025㎜대비 소폭 길어졌다. 무엇보다 1세대 Z4 BMW의 유명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과 앤더스 워밍이 디자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 직선 위주의 Z3 디자인을 유려한 곡선으로 탈바꿈시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디자인과는 별개로 라인업이나 성능 부분에서는 Z3의 특징을 이어갔다. 직렬 4기통 2.0리터 엔진부터 343hp의 최고 출력을 내는 직렬 6기통 3.2리터 엔진까지 파워트레인의 라인업이 다양했고, 고성능의 M 버전도 제작됐다. 외형 구조로는  로드스터와 쿠페 두 가지를 유지했다. 디자인 면에서는 기존 Z3 쿠페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되 곡선적 미를 더했다.

1세대 Z4는 고성능 디비전인 M의 손길을 거친 Z4M 쿠페를 기반으로 레이스카를 제작해 실버스톤 서킷 24시 내구레이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2006년과 2007년 우승 당시 Z4M에 탑재된 엔진은 무려 약 600, 3,000km를 완주하고도 이상이 없을 정도의 내구성을 자랑했다.1세대 Z4는 이러한 영광을 누리며 2008년까지 약 6년간 생산되었다.

소형 로드스터의 정체성을 되찾다

2008BMW Z3에서 Z4로 명칭을 변경했던 것과 달리, 1세대 Z4의 후속 기종은 Z4라는 명칭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1세대와 다른 점은 E89의 단일 코드네임으로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Z4의 정체성을 쿠페가 아닌 소형 로드스터로 확정한다는 의미였다. 로드스터 대비 미미했던 쿠페의 판매량도 이러한 결정에 기여했다. Z3만 해도 로드스터 대비 쿠페의 판매량이 1/8, 많아야 1/3 정도의 불과했고, 1세대 Z4 역시 로드스터가 18만대 판매될 때 쿠페는 1/10 팔리는 데 그쳤다.

대신 BMW는 로드스터와 쿠페의 장점을 살려 기존의 소프트톱 재질대신 하드톱을 적용했다. 이는 BMW 소형 로드스터 역사상 최초이기도 하다. 하드톱은 소프트톱보다 무게가 무겁지만, 관리가 용이하고 강성이 비교적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2세대 Z4.
 
하지만 2세대 Z4는 디자인적으로 그리 호평을 받지 못했다. Z시리즈와 달리 두 명의 여성 디자이너가 디자인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러나 견고한 섀시와 BMW의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의 출력의 조화로 완성된 운동성능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 출시된 Z4 sDrive28i만 해도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245hp, 최대 토크 35.7kgm를 내며, 고성능 버전인 sDrive35is는 직렬 6기통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으로 최고 출력 340hp, 최대 토크 45.9kgm를 발휘한다. 참고로 이 엔진은 BMW 고성능 디비전 기종인 1M에도 탑재된 바 있는 유닛이다. 2세대 Z4 역시 FIA 슈퍼GT 24시 내구레이스 등에 출전해 우승하는 등 모터스포츠 DNA를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