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역대급 재해도 그렇게 잊히는 것을 보면 다소 씁쓸합니다.
태풍의 경우는 특히 심한데, 아무리 심한 피해를 남긴 경우라도, 그 해가 채 가기 전에 이름이 잊혀지기도 합니다. 수도권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이슈 지속성은 더 떨어지죠. 2022년 8월 포항을 포함한 경북 지역에 큰 피해를 남긴 힌남노도 마찬가지입니다.
힌남노가 경상 내륙 지역에 쉴새없이 물폭탄을 퍼부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알려져있다시피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의 인명참사입니다. 그 다음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포항지역 케이카(K Car) 전시장의 침수 피해인데요. 침수차량에 대한 검색어가 크게 올라가기도 했고, 매년 장마, 태풍이 지나가면 이에 대한 관심도 급증합니다. 당시 K카 측은 침수차량이 유통되지 않도록 전량 폐기했는데 물량은 약 200대 정도였습니다. 적지 않은 피해였죠.
사실 중고차 플랫폼 중에서, 침수차의 검증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케이카와 엔카 등은 비교적 믿을 만하다는 것이 기존의 인식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침수차 여부에 대한 검증을 소비자가 해야 하고,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구분할 방법이 없는 등 맹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자율적으로 보상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는 평판이 있었죠. 영세 자영업자들이 포진한 업종에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지만 유독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업체가 들어오는 것을 반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침수 피해를 겪은 포항의 K카 직영점이 10월 28일 복구 후 영업을 재개한다고 케이카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9월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재고 차량 전량 폐차와 업무시설 보수 공사 등을 진행한지 약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입니다. 정인국 K카 사장은 “케이카 포항직영점을 믿고 기다려주신 고객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품질과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어려움을 딛고 빠른 정상화를 이룬 구성원들과 함께 고객만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전했는데요.
케이카는 침수차 구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침수차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추가 연장해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객이 차량 구매 후 90일 이내에 케이카 차량 진단 결과와 달리 침수 이력이 있는 차로 확인될 경우, 차량 가격과 이전 비용 등 전액 환불은 물론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으로, 추가 보상금 액수 역시 기존 100만원에서 지난 8월부터 500만원으로 상향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