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DS오토모빌이 대치동에 브랜드 단독 전시장 DS스토어에서 자사의 플래그십 SUV DS7 크로스백을 공개했다. DS오토모빌 코리아 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 차량이라는 점 및 PSA 전체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 국내에 수입되던 PSA 차량과 차별화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시트로엥의 이미지를 벗고 분리되어 한국시장에서 고급차로의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려는 DS, 그 가능성과 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플래그십은 크기 순이 아니다!
DS7크로스백
DS7 크로스백은 2017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PSA 그룹의 전륜 구동용 플랫폼인 EMP2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2017년 2월 이미지를 공개한 이후 당해 4월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실물을 공개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5월 14일, 마크롱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순회 행사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며 유럽에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부터 DS7 크로스백은 프랑스 대통령의 의전차량이라는 상징성이 붙게 되었다.
DS는 유럽에서 2013년부터 시트로엥과 차별되는 고급 브랜드로 독립했다. 그리고 유럽과 타 지역에서는 나름의 존재감을 확보해가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의 크기나 배기량, 수치로 드러나는 동력성능보다는 프랑스만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을 살린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기이다. 특히 파라메트릭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그리고 전시장의 프리미엄화 등도 핵심 전략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F1이라고 불리는 FIA의 포뮬러 E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전동 파워트레인으로의 이행에서도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려 한다.
DS7 크로스백의 전장은 4,595㎜, 휠베이스는 2,740㎜이다. 푸조의 3008보다는 휠베이스가 길고 5008보다는 짧다. PSA의 EMP2 플랫폼은 차량의 사이즈 면에서 유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전폭은 1,895㎜, 전고는 1,630㎜으로 5008보다도 50㎜ 넓고 전고는 20㎜ 낮다. SUV임에도 수평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차량의 크기만 따지면 플래그십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겠으나, 디자인 면에서는 첨단의 가치가 적용되어 있다. ‘빛’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DS 윙스(DS Wings)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 패턴의 반복으로 이우러진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풀 LED 헤드램프 및 보닛 위의 DS 엠블럼이 예리하게 빛을 반사해낸다. 또한 시동을 걸 때 보랏빛 계열의 빛을 발산하며 회전하는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 수직형 DRL 및 레이저 인그레이빙 리어램프 등이 고급스럽다.
실제 신차발표회에 공개한 영상 역시 ‘감히 어둠을 말하지 말라’라는 테마로, DS7 크로스백이 지나가며 어두워졌던 파리가 다시 불빛으로 환해지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었다. 이는 프랑스 현지 광고에서도 볼 수 있는 영상이다.
인테리어의 승부수,
우아하거나 스포티하거나
DS7 크로스백은 차체 크기 상 C 세그먼트, 국내에서는 준중형으로 분류된다. 크기보다는 실용적인 차량을 선호하는 프랑스와 유럽의 자동차 문화를 반영한 것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경쟁 상대가 애매하다. 준중형에서는 국산 볼륨 차종들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고, 가격대에서는 독일 제조사들이 큰 할인폭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경로가 해당 세그먼트인 까닭이다. DS오토모빌 측은 이러한 한계를 외관 못지 않은 인테리어와 편의 기능의 고급화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물론 DS7 크로스백의 인테리어 완성도는 높다. 디자인 테마는 리볼리와 퍼포먼스 라인 두 가지로 나뉜다. 리볼리는 튈르리 정원 등 관광 명소와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샵이 위치한 거리를 가리킨다. 리볼리 테마의 실내는 과거 선보였던 DS E-텐스 전기차의 실내를 연상케 한다. 다이아몬드형의 스티치와 고급 가죽으로 구현된 인테리어 트림이 안락감을 더한다.
퍼포먼스 라인은 알칸타라 중심으로 세련되고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밀착감이 높은 소재인만큼 보다 스포티한 드라이빙에서 운전자의 신체를 지지해주는 능력이 우수하다. 이는 PSA 그룹 차종의 전반적 장점인 우수한 조향성과도 시너지를 이루는 특징이다. 이러한 인테리어적 특징을 기반으로 2018년 1월에는 국제 자동차 페스티벌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자동차의 세그먼트에 따라 인테리어의 격이 바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내 사양만 놓고 보면 DS7크로스백의 가치는 나름대로 독보적이다. 금전적인 여유는 있지만 현대 싼타페 등 중형 이상 SUV가 주는 차체는 부담스럽고 그 이하 준중형 차종에서는 인테리어가 아쉬워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첨단화된 서스펜션 명가의 전통
국내에 출시된 DS7크로스백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177hp(3,750rpm), 최대 토크 40.8kg∙m(2,000rpm~)의 2.0리터 디젤 엔진과 EAT8로 구성되었다. 사양은 다소 평범해 보인다. 물론 푸조를 포함해 PSA 그룹은 각종 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했으며, 까다로운 WLTP 기준도 모두 통과했다. 특히 요소수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무해화하는 SCR(선택 환원촉매) 시스템을 어느 제조사보다도 빠르게 실용화한 만큼 따라서 시스템 안정성 역시 우수하다. 아이들링 스탑과 재출발 시의 부드러움은 PSA 차량의 오너들이 직접 증언하는 장점이다.
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이 이런 이력을 일일이 따져가며 DS7크로스백의 가치를 먼저 고려해주지는 않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DS7크로스백은 DS 전방 노면 상태에 대응해 감쇠력을 조절하는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C세그먼트 SUV에 이러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이 적용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DS 측은 1955년, 유체를 활용한 유압식 서스펜션을 개발한 전설적 엔지니어 폴 마기 이후 이어져 온 서스펜션의 전통을 첨단의 방식으로 계승한 것이라고 전한다. 실제 PSA 그룹의 서스펜션 관련 특허는 20세기 주요 자동차 기술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서스펜션 연구에 대한 그들의 전통을 첨단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스펜션 세팅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의 구조다. 사실 PSA 그룹이 멀티 링크 대신 토션 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경량화를 위함이다. 또한 수많은 랠리에서의 우승을 통해 그 능력은 입증했다. 그러나 보다 안락감을 구현하기 위해 멀티 링크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 스토리텔링과
고급화 전략 디테일 필요해
DS7크로스백을 출시한 DS 오토모빌은 국내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적어도 DS7크로스백은 그에 부합하는 자동차다. 그러나 한국 시장 소비자들은 엄연히 럭셔리의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이 프랑스와는 다르다. 따라서 브랜드 가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더욱 정교하게,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스티어링휠 위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가 운전자의 불규칙한 눈깜박임, 얼굴과 머리의 움직임, 차량의 불안정한 움직임 등을 감지, 분석하고, 피로에 따른 알람을 주는 DS 운전자 주의 모니터링은 PSA 그룹의 앞선 기술이다. 콘셉트 단계에서 이를 선보이는 기업들은 있었지만 이를 양산 차종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조사는 아직 많지 않다.
DS 측은 2019년 내, 국내 4 군데의 전시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상당히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여기에 DS가 프랑스에서 진행해 온 것과 같은 다양한 문화 전시 등을 연관시켜 진행할 수 있다면 보다 DS라는 브랜드를 친근하게 여기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1월 10일부터 13일까지 코엑스에서는 프랑스에서 시작해 세계를 순회하는 초콜릿 전문 전시 ‘살롱 뒤 쇼콜라’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시트로엥이 협찬했으며 C4 칵투스가 현장에 전시되기도 했다. 시기만 잘 맞았다면 DS7크로스백이 자리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실제 프랑스에서는 DS의 전시장에서 초콜릿 장인들의 시연 등이 진행된 바 있다. DS의 강점은 자동차 자체와 더불어 풍부한 브랜드 스토리다. 그것을 얼마나 연결시켜낼 수 있는지도 DS7크로스백의 성공 및 DS 브랜드의 안착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