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이 메리트라네, 뉴 푸조 508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2세대 508이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1.5리터와 2.0리터 디젤 엔진만 들어온 점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 푸조의 유망 고객들은 여전히 WLTP 인증을 여유롭게 통과한 블루 HDI 엔진을 신뢰하고 있으므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지난 121, 청담동에 위치한 푸조 강남전시장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서 만나본 뉴 푸조 508의 특징과 매력을 그 디테일 속에서 찾아보았다.

외관 곳곳에 구현된
쿠페적 디자인의 매력

최근 세단들이 쿠페 혹은 패스트백의 측면 실루엣을 구현하고 있는 것은 공기저항계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WLTP(국제표준 배기가스 시험방법) 등 배기가스 규제와 대중적 차종에서 프리미엄적인 가치를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2세대 508은 이러한 트렌드에 충실한 디자인을 보이고 있다.

늘씬하고 스포티한 측면 비례감

2세대 508은 우선 늘씬하면서도 스포티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전장은 4,750㎜인데, 휠베이스가 2,800㎜에 달한다. 전장이 100㎜ 가까이 긴 국산 중형 세단 대비 휠베이스는 불과 5㎜ 짧다. 여기에 GT와 라 프리미어의 경우 단면폭 235, 편평비 40%19인치 휠 & 타이어를 장착해 보다 스포티한 모습을 강조했다. GT 라인에는 18인치 휠, 알뤼르에는 17인치 휠이 적용되었다. 

측면에서도 윗부분을 보면 또다른 비례감이 보인다. 가로배치 엔진의 FF(프론트쉽 전륜 구동) 레이아웃을 택했음에도 대시보드의 위치와 타이어 중심까지의 거리가 길게 구현되어 있다. 같은 배기량에도 엔진의 부피 및 무게를 줄이고, 서스펜션의 부품의 구조를 최대한 심플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 저력이 뒷받침된 비례감이다. 그리고 후미 윈드실드부터 트렁크 리드까지는 거의 단차가 느껴지지 않는 패스트백 타입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롱 노즈 숏 데크의 쿠페적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504 쿠페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던 푸조 디자인의 수장 질 비달의 철학이 담겨 있다. 1,420㎜의 낮은 전고도 이러한 이미지에 기여한다. 참고로 세그먼트, 디자인, 파워트레인 심지어 디자인 면에서도 경쟁차종이라 할 수 있는 폭스바겐 아테온은 1,450㎜이다.

날과 각을 세운 디테일

2세대 508은 전체적으로 선이나 면 처리 모두 날카로움을 강조했다. 각 면의 경계 부분에서 둥글둥글한 맛을 강조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보닛과 측면 캐릭터라인, 등화류의 윤곽선, 각 기능 부품 간 경계부에서의 각과 날이 강조되어 있다. 상하폭이 좁은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 끝단의 모습 등은 1세대 푸조의 조형미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이 위에 적용된 ‘508’ 엠블럼이 포인트가 된다. 504 쿠페의 전통을 상기시키기 위한 디자인 요소이다. 물론 한국 소비자에게 와닿는 설명은 아니겠지만 시각적으로 포인트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특히 전후면 등화류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헤드램프 좌우측의 수직형 LED DRL(주간주행등)은 이미 모터쇼 관련 기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후미등은 최근 푸조 SUV에서 볼 수 있는 세로 등화를 보다 디지털적인 감각으로 다듬었다. 베젤 자체가 어두운 컬러를 띠고 있으며 점등 시 그래픽 타입의 움직임으로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구현한다.

프렌치 디자인에
편리함까지 더한 실내

흔히 푸조를 비롯해 PSA 그룹의 자동차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 사이에믿고 거르는 프렌치 감성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디자인과 실용성은 우수하지만 국산차 제조사들처럼 편의 사양을 다양하게 갖추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2세대 508은 디자인적 완성도에 더해 편의 사양도 대거 확충했다. 참고로 각 사양은 엔진 등급 및 트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1.5리터 블루 HDI 등급은 알뤼르 단일 트림으로, 2.0리터 블루HDI 엔진 등급은 알뤼르, GT라인, GT 그리고 사전 출시 트림이었던 라 프리미어로 구성된다. 

감각적으로 진화한 i-콕핏

운전석에 앉으면 밀착감이 높고 콤팩트한 더블 플랫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를 반긴다. 푸조의 주요 차종에 적용된 i-콕핏의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눈높이와 비슷해 자연스럽게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효과가 있다. 여기에 8인치 디스플레이에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모두 지원된다. 모바일 디바이스 없이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LET 카블릿은 전 트림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이다.

중형 시장의 경쟁력, 고급화로 갖추었다

508은 이러한 기존 i-콕핏의 구조를 기본으로 보다 인테리어 트림에서 고급화를 구현했다. 대시보드는 우레탄 소재 원피스로 매우 넓어 보인다. 대시보드 하단의 인테리어 트림은 알뤼르와 GT라인의 경우 카본 패턴, GT는 독특한 패턴의 우드 트림인 제브라노를 사용했다.

시트는 GT의 경우 부드러운 촉감의 나파 가죽을 적용했다. 독특한 패턴의 스티치가 돋보이는데, 이는 자연스런 볼륨감과 쿠션감을 형성하고 통기성을 높이는 가죽 시트 세공 기법이다. 알뤼르에는 직물 시트와 가죽이 혼합 적용된다.

부가적인 편의기능으로는 8포켓 마사지 시트를 꼽을 수 있다. 마사지 시트 자체는  푸조의 3008GT와 DS의 DS의 DS5 등에도 적용된 바 있다. 2.0 블루 HDI 엔진 등급의 GT 라인부터 적용된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구현된
디자인적 집념

자동차는 비싼 재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단숨에 이를 바꿔 구매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자동차가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매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 차주로서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웻카본인 줄! C필러와 윈도우의 조화

GT 라인과 GT의 경우 C 필러 쪽에 트림명이 표기되어 있다. 언뜻 보면 C 필러 안쪽에 웻 카본(광택처리가 된 카본 파이버 강화플라스틱)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약간의 트릭이다. 도어를 열면 카본 패턴의 플라스틱 트림인데, 문을 닫으면 그 위에 유리가 덮여 웻 카본과 같은 느낌을 구현한다.  

주유구∙요소수 주입구에도 디자인이?

주유구는 우측에 있다. 요소수 기반의 SCR(선택 환원촉매, 질소산화물 무해화장치)이 적용되어 있으므로, 요소수 주입구도 함께 적용되어 있다. 주유구는 캡리스이고 요소수 주입구에만 애드블루표시가 된 마개가 있다. 각각의 주입구 주위로도 홈을 통해 디자인이 구현되어 있다. 요소수 주입구 주변으로는 방울이 모양의 홈이 구현되어 있다. 요소수 주입기나 용기의 활용을 보다 편리하게 하려는 기능적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유구 커버 안쪽에는 친절하게 저속 주유기(노즐 직경이 좁은 것) 사용을 권하고 있다. 직경이 큰 고속 주유기는 삽입이 어렵다. 심지어 주유 노즐의 바르지 못한 삽입 각도와 바른 삽입 각도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트렁크 개폐 버튼은 왼쪽에

테일게이트는 후면 윈드실드도 함께 열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세단보다 트렁크에 물건을 수납할 때의 동작이 훨씬 편하다. GT라인과 GT에는 핸즈 프리 테일게이트가 적용되어 있다. 도어 개폐버튼은 테일게이트 하단 안쪽으로 들어가 있으며 깔끔한 마감이 돋보인다. 이 버튼은 왼쪽에 있다. 명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실제 현장에서 이 버튼을 사용해보니, 물건을 수납한 후 운전석으로 이동하면서 오른손으로 이 버튼을 눌러 닫는 것이 동선 상 머리를 부딪힐 확률이 낮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푸조의 각 차종은 실제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부에서 발견하게 되는 디테일한 매력을 꼽는다. 2세대 푸조 508은 드러나 있는 편의 사양을 더욱 보강한 가운데, 디테일에서의 매력 역시 한 차원 보강했다. 트림을 늘려 보다 선택의 폭도 높인 이번 5083008 SUV의 성공에 이어 푸조의 활기를 2019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