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마지막 D세그먼트 V8 자연흡기, 렉서스 RC F

2019 6 12, 렉서스가 뉴 RC를 출시했다. 참고로 뉴 RC 3세대로, 2018 10월 파리모터쇼에서 최초 공개된 바 있다. 이 날 렉서스는 RC 300 F SPORT RC 350 F SPORT, RC F의 판매를 개시했다. 또한 잠실 커넥트 투에서는 뉴 RC 미디어 행사와 더불어 3대의 RC F의 전시도 시작했다. 이 중 RC F를 직접 살펴보고 왔다.

맨 인 블랙 속 그 차,
렉서스의 블루 컬러를 입다

공교롭게도 12일은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세단인 K7 프리미어가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시간대는 달랐지만 K7 프리미어 행사장인 비트360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 반면, RC의 행사장은 일반적인 출시 행사에 비해 한산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강렬한 히트 블루 컬러를 입은 뉴 RC F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이번에 출시된 뉴 RC는 기존 RC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으로, 일부 디자인 변경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은 헤드램프다. 기존 RC F는 헤드램프와 DRL이 상·하로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뉴 RC F는 헤드램프와 DRL을 하나로 통일했다. 헤드램프의 좌측에는 DRL, 우측에는 렉서스 최초 수직 형태의 트리플 빔 LED 램프가 위치하는 형태다. 덕분에 헤드램프와의 일체감이 형성되었고, 기존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이와 함께 프론트 범퍼의 이미지도 과격해졌다. 유선형의 대형 에어 인테이크 홀은 직선적인 디자인으로 변경되었고, 범퍼 하단부는 에어로 다이내믹을 고려해 날카롭게 바뀌었다. 특히 측면에서 볼 때 프론트 범퍼가 길에 튀어나와 있어, 마치 애프터마켓 에어로 파츠를 장착한 느낌을 준다.

한편 후면부는 보다 안정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렉서스를 상징하는 ‘L’ LED 리어램프는 기존 여러 개의 점 형태에서 면발광 LED로 바뀌었다.

물론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부분도 많다. 거대한 엔진의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해줄 보닛 덕트와 상하 대각선 형태로 구성되는 렉서스 F시리즈만의 독특한 트윈 듀얼 머플러, 팝업식 리어 스포일러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말이 필요한가, V8 5.0리터 자연흡기 엔진

이와 같은 과격한 디자인과 파츠가 적용된 데는 바로 파워트레인에 있다. RC F의 엔진은 V8 5.0리터(4,969cc) 자연흡기 방식으로, 최고 출력 479ps(7,100rpm), 최대 토크 54.6kg·m(4,800rpm)를 발휘한다. 이러한 힘은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오로지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4초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RC F는 런치 컨트롤 기능까지 탑재했다고 하니, 가속성능 수치가 기대된다. 참고로 엔진 출력은 기존보다 6ps, 최대 토크는 0.9kg·m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RC F의 진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고성능 자동차 시장을 잠식한 지금, V8 자연흡기 엔진이 장착되는 차량은 많지 않다.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 중에서도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 정도가 전부다. 특히 렉서스 RC F의 경쟁상대인 D세그먼트 고성능 디비전 차량들은 이미 터보차저로 돌아선지 오래다. M이 그랬고, AMG RS가 뒤를 따랐다. 하지만 렉서스의 고성능 버전은 여전히 V8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하고 있다. LC500 GS F가 좋은 예다.

물론 자연흡기 엔진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에 비해 토크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가속성능 부분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기존대비 35kg를 감량했다고는 하나, 무게 역시 경쟁 기종대비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력한 가속력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RC F에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흡기 엔진만의 매력은 분명하다. 빠른 응답성과 대배기량 엔진 특유의 여유로운 토크감각, 터보 엔진이 흉내 낼 수 없는 두텁고 중후한 배기음이 그것이다. 동시에 이는 RC F만의 무기이기도 하다. 더욱이 RC F트랙에서 태어나다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되고, 세밀한 서스펜션 튜닝이 이뤄진 만큼, 코너링 성능도 경쟁 기종 대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뉴 RC 개발자들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왼): 에코 모드 / (우): 노멀 모드
(왼): 스포츠 모드 / (우): 스포츠+ 모드

동일 체급 유일의 9,000만원 대


이러한 디자인과 감성, 퍼포먼스를 얻기 위한 대가는 얼마일까? 사실 이전 RC F의 가격은 경악스러웠다. 1 2,130만원이라는 가격은 당시 BMW M4 쿠페보다 630만원, 메르세데스 AMG C63 세단보다도 400만원 가량 비쌌다. 국내에서 렉서스의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는 충분히 높지만, 전통 있는 독일의 고성능 디비전보다도 비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렉서스에게도 명분은 있었다. 당시 판매되던 RC F는 일반 버전이 아니라 카본 패키지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RC F는 보닛 전체가 카본이었고, 리어 스포일러, 대시보드, 도어트림 등에도 카본이 적용됐다. 그럼에도 시작 가격 자체가 높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뉴 RC F는 카본을 덜어내고, 기존의 전자식 토크 벡터링 시스템 대신 토르센 사의 LSD를 탑재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가격을 조정했다. 그 결과 렉서스가 제시한 뉴 RC F의 권장소비자가격은 바로 9,710만원이다. BMW M4 쿠페 컴페티션이 1 1,660만원, 메르세데스 AMG C63 1 2,000만원을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기종보다 2,000만 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