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이 문을 닫는다?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채 덜 닫힌 자동차문을 닫으려 손을 뻗었는데, 작은 위잉소리와 함께 문이 철컥 닫힌다. 밖에는 아무도 없다. 차 안의 당신은 악령의 저주에 갇힌 것일까? ‘고스트의 손길은 맞다. 그러나 당신을 가두려는 악령이 아니라 모터를 이용해 덜 닫힌 문을 마저 닫아주는 자동 잠금 기능의 손길이다.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자동 도어 클로징 기능에 대해 살펴본다.

안전하지만 비싸고 무겁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능은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고급차종에 주로 적용된다. 후측방에서 자동차나 자전거 등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문을 다시 열지 않고도 안전하게 문을 닫을 수 있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안전 기능이다. 그러나 문을 새로 여닫는 동작이 큰 수고는 아니라는 점에서 고급 편의 기능이기도 하다.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차체 측의 고리에 도어의 걸쇠가 걸린 것을 센서가 인지하면, 구동모터가 작동해 이를 끌어당겨 문을 마저 닫는 방식이다. 즉 해당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어 패널 내에 구동 모터 및 센서 등을 장착해야 한다. 따라서 고급차에서도 선택사양인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손이 문을 닫는다?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BMW 5 시리즈(G30)

하지만 모든 고급차라고 해서 해당 기능을 적용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폭스바겐의 S클래스라고도 불렸던 대형 세단 페이톤의 경우에도 이 옵션이 적용되었는데, 공차중량이 2,700kg을 넘었다. 물론 이 옵션이 없었더라도 무거운 차량이었지만,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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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1세대 페이톤

따라서 고급차라 하더라도 경량화와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지향하는 자동차라면 적용되지 않는 옵션이 바로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기능이다. 예컨대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가격이 9,850~1 750만 원에 달하는 CLS의 경우에는 장착되지 않는다. 그러나 BMW 5시리즈의 경우에는 520d M스포츠 패키지 플러스 트림부터 적용된다.

소프트∙파워∙고스트∙이지,
다양한 브랜드별 명칭

해당 기능은 제조사에 따라 각기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데 상당수 그 의미는 유사하다. 지향하는 바나 유닛 등이 모두 간단하고 조작 메커니즘도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것이 좋아

도어가 부드럽게 닫힌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조사들은 ‘소프트 클로징’, ‘소프트 클로저’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포르쉐, BMW 등이 대표적이다. BMW는 앞서 살펴보았듯 5시리즈부터 해당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포르쉐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한숨을 자아내는 나만의 포르쉐 만들기를 통해 이를 추가할 수 있다. 옵션 가격은 100만 원으로, 의외로 포르쉐의 옵션 중에서는 부담이 덜한 가격을 보인다. 카이엔, 파나메라 등에서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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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플라잉 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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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파나메라 4E 하이브리드

파워 강조파

전동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네이밍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에 적용된다. 물론 옵션 용어 등의 현지화 과정에서 본사와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동소이하다. BMW 5 시리즈의 상위트림부터 이를 선택 사양으로라도 적용할 수 있는 데 비해, 참고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는 해당 옵션이 S클래스부터 적용된다. 링컨의 경우 파워 신쉬(power cinch)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신쉬 자체는 무척 쉽다는 말의 미국식 속어인데, 고급 자동차 용어에 속어 표현을 넣는 데서 미국적인 유머 감각이 느껴진다.

링컨의 오토매틱 클로징 도어 기능은 ‘파워 신쉬’로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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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S65

이지∙셀프 강조파

이지나 셀프라는 네이밍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의 기능보다 사용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둔 네이밍이다. 브랜드 특성을 따라가는 부분이기도 한데 역시 렉서스가 해당 옵션을 이지 클로저라 부른다. 국내 판매 사양 중에는 플래그십 세단인 LS에만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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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LS500h

심령파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기능에 고스트 도어 클로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능 자체의 편의성 뿐만 아니라 그것이 신기해 보이도록 해 결국 차종의 가치를 높이려는 네이밍 전략이기도 하다. G80를 비롯해, EQ90을 계승한 G90에 적용되는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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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도어 클로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제네시스의 G80 스포츠

보이지 않는 손이 문을 닫는다?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제네시스 G90의 이미지컷. 비가 오는 날 고스트도어 클로징은 채 닫히지 않은 문을, 비를 더 맞지 않고 닫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애프터마켓 장착도 가능해?

자동차의 발전 속도는 무척 빠르다. 한국은 자동차 교체 주기가 3~5년으로, 각 차종의 풀체인지 시기와 비슷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이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소외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것이 애프터마켓이다.

오토매틱 도어 클로징 장치 역시 애프터마켓을 통해 구입하고 장착할 수 있다. 구조가 간단한 부품이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히 장착할 수 있고 전문 제품 브랜드도 들어와 있다. 다만 해당 유닛의 장착을 위해서는 도어 패널 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므로, 어느 정도 두께가 있는 차량이 유리하다. 평균적으로는 E세그먼트 이상의 차량들이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끔 세상사 손 안대고 코 풀 듯 쉽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어찌 보면 자동차 문이라도 수고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도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치스러운 편의 옵션 같지만 때로 문이 덜 닫힌 채 달리다가 일어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있어서 나쁠 옵션은 아닐 것이다. 함께 차를 타는 가족이나 지인이 유난히 문을 살살 닫는 습관이 있다면 차량 구입 시 옵션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