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했던 인제 뜨거웠던 밤, CJ슈퍼레이스 ‘레이스 투나잇’

개막전부터 관람객 증가 등 흥행에 성공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2019 CJ 슈퍼레이스의 시즌 대표 이벤트, ‘레이스투나잇’이 지난 7월 5~6일 양일간, 인제스피디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지난 해보다 한 달 가량 당긴 시점, 5라운드가 아닌 4라운드에 진행된 슈퍼레이스의 레이스 투나잇은 1만 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하며 여름철 확실한 피서 이벤트로 자리잡았음을 알렸다. 부대행사와 경기 내용 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본 대회를 다시 돌아보았다.

날씨도 도운 레이스 투나잇,
피서 이벤트로 자리잡다

다소 때이른 더위가 한반도의 서쪽 반을 달구는 초여름이지만 지형적 영향으로 강원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선하다. 결선이 있었던 7월 6일 기준 인제군의 한낮 기온은 31℃로 서울보다 5℃ 가까이 낮았고 특히 밤기온이 20℃ 밑으로 내려갔다. 바람도 제법 불어 큰 더위를 느낄 수는 없었다. 관객석은 해를 등지고 있는 형상이어서 2~4시 사이에도 크게 덥지 않았다.
본격적인 여름 행락철이 시작돼 길이 밀린 까닭인지 저녁 시간에도 속속 도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미 각 클래스별 결선이 시작되기 전 입장 관람객이 1만 316명을 넘었는데 지난 해 8,132명이던 관람객 수에 비해 26.9%가 증가한 수치라고 대회 측은 밝혔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통칭 ‘나이트레이스’로 불릴만큼 해당 이벤트가 나름의 존재감을 갖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인제 스피디움에서 CJ 슈퍼레이스의 야간 경기를 개최해 온 4년간, 해당 시기 인근 숙박업소 및 음식점 매출이 크게 늘었을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등 대중 매체 속에서, 맥락에 맞게 슈퍼레이스의 경기 장면을 노출시킨 것도 작게나마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인제 스피디움이 가진 장소성이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을 덜어냈다는 것도 호재다. 수도권에서 강원도 방향으로 향하는 도로가 추가 개통되어 접근 시간은 단축되고, 여기서 타 행락지로 향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이곳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저녁에 동해안 도시의 숙소로 넘어가는 데는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태영건설과 손잡고 연초부터 많은 공을 들여 현대차 유저들을 유치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수도권 각 도시와 인제 스피디움 사이의 심적 거리감도 줄어들었을 수 있다.

열일하는 BMW코리아,
그 다음은?

슈퍼레이스 측은 아마추어 클래스인 BMW M 클래스, 2019년 미니 챌린지를 도입했다. 특히 미니 챌린지는 상당히 많은 차량이 참가했는데, 각 차량마다 개성 있는 래핑이 더해져 주행 중 더욱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경기 참가선수뿐만 아니라 미니 동호회 차원의 차주들이 격려차 관전하는 경우도 있어 관람객 증가에도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BMW는 2018년부터 슈퍼레이스와 3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고 이 두 클래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8년 디젤 엔진 발화 이후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더욱 과감한 투자의 필요성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분위기다. 7월 6일 현장에서는 BMW의 주력 기종 중 하나인 X3M, X4M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차량들은 최고 출력 473hp(480ps, 5,600~7,300rpm)의 최고 출력과 45kg∙m(2,600~5,600rpm)의 3.0리터 직렬 6기통 엔진, 8단 M스텝트로닉을 결합한 파워트레인을 갖고 있으며 2019년 초 상하이 모터쇼에서도 공개된 바 있다. 모두 4륜 구동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두 차량 모두 오는 9월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물론 판매량은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BMW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다. BMW는 적극적인 신모델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의 호감도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BMW의 니즈와, 보다 많은 관람객을 경기장에 불러와야 하는 CJ 슈퍼레이스 측의 니즈는 합이 잘 맞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BMW의 후원이 영속적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슈퍼레이스 측은 한참 분위기가 좋은 지금, BMW가 없을 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노후화 진행,
스톡카 대안 필요

관람객의 증가에는 1990년대 출생으로 모터스포츠 선수 출신 부모를 둔 엘리트 드라이버들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던 인기 드라이버의 국내 무대 복귀를 비롯해, 최근 2년간 부진하다 돌아온 젊은 드라이버들까지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충분했다. 또한 최강자인 아트라스 BX팀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고 또 다른 선수들이 포디움에 선 점은, 슈퍼레이스의 고정 관객층에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 기반의 GT2와 벨로스터 등이 포함된 GT1 혼주 경기 역시 프로페셔널을 지향하는 선수들인만큼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2019년 CJ 슈퍼레이스 레이스 투나잇에서는 2015, 2016년 좋은 성적을 거두다 그 후 상당 기간 부진했던 제일제당 레이싱의 김동은 선수가 37개월만에 폴 투 피니쉬(42분 16초 815)를 그리고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팀메이트 서주원 선수(42분 23초 664)가 3위를 기록했다. 또한 국내 모터스포츠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전체적 수준 향상 등에도 기여해 온 엑스타 레이싱팀의 일본인 드라이버 이데 유지가 2위(42분 18초 677)를 차지했다.

ASA6000 클래스에서 37개월만에 폴 투 피니쉬로 우승을 구현한 김동은(가운데), 2위를 차지한 이데 유지(왼쪽), 3위를 차지한 서주원(오른쪽)

기록보다 돋보인 것은 김동은, 서주원 선수의 경기후 기자회견이었다. 모터스포츠 엘리트로 자랐고 엄한 교육을 받은 이들답게 언변에는 조리와 절제가 있었다. 특히 외인 드라이버들이 득세했던 수년간의 상황에 대해 한국 드라이버로서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 “외인 드라이버들의 경기 데이터 표본은 매우 적은데다, 이미 우수한 선수가 잘 준비된 팀에 용병으로 와서 거둔 결과인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슈퍼레이스 스톡카 부문은 매 해 발전을 거듭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대회로, 지금 우승하는 국내 선수들은 달리 평가받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주원 선수는 지속적인 차량 트러블에 대한 보다 대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해까지 쏠라이트 인디고 레이싱팀에서 해외 대회에 참가하며 몰았던 경험과 국내 대회를 비교하는 질문에 “오히려 국내에서 스톡카를 운전하는 것이 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많은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해외 대회의 GT 차량과 달리, 스톡카는 오로지 타이어와 구동계통이 노면과 부딪치는 것을 직접 통제해야 하는 ‘퓨어’ 스포츠카”고 전제한 그는 “이렇게 재미있는 차량임에도, 사실 부품은 온로드용 차량이 아닌 부품이 장착되고 그로 인한 세팅의 어려움과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이런 부분만 주최측에서 좀 더 개선해주면 보다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발전적으로 제안했다.

ASA6000 클래스로 운영되는 스톡카는 GM의 6.2리터 자연흡기 V8 엔진과 6단 시퀀셜 트랜스미션이 적용되어 있다. 스톡카의 외형은 말 그대로 강화플라스틱의 ‘껍데기’일뿐이므로 일반 자동차의 바디패널처럼 외력을 견뎌내주는 장치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섀시 각 부분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기 부품의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동일 제조사 혹은 범 협력 관계에 있는 타 제조사 차량의 부품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여기에는 SUV 차량의 부품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아쉬움은 공공연한 것이었으나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슈퍼레이스가 그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모터스포츠 불모지라는 한국이라지만 CJ 슈퍼레이스는 외연을 조금씩 확장하며 매년 업그레이드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레이스 투나잇은 대박이라고 해도 좋을 프로그램이 됐다. 남은 경기와 내년에도 꾸준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가능성은 이어가고 노출된 문제는 해결하기를 모터스포츠 마니아들은 바라고 있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