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최근에는 중고차 유통과 거래도 그 시스템이 정교화하면서 과거와 같은 허위매물사고 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때론 교묘하고 달콤한 매물 소개 그리고 정보의 행간에 숨어 있는 함정으로 인해 구입한 중고차에 대해 실망하거나 차량 상태 불량 등으로 낭패를 겪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아야 중고차 관련 키워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진짜 ‘출퇴근용’이라니까요

중고차 구매에 있어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주행 거리다.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운전자들이 보유한 차량의 연평균 누적 주행거리는 대략 1만 2~3,000km라고 한다. 이 거리는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여서, 사실 중고차 매물 역시 연식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면 주행 거리가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는 차량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출퇴근용’은 거리가 더욱 짧을 확률이 높다. 수도권으로 한정했을 때, 수도권 근로자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는 대략 편도 20k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매일 차량을 운전하더라도 한 달에 1,000km 수준이고 앞서 살펴본 연평균 주행 거리 내에 들어간다. 그런데 과연 이게 좋을까?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심각한 정체 구간을 지나야 한다. 따라서 평균 속력이 20km/h에도 미달할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파워트레인의 스트레스가 심하다. 특히 DCT 계열의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들은 저단 기어 쪽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유럽 제조사들은 최대 토크 25kg∙m 미만 차량에는 건식 DCT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변속기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으며 짧은 주행거리에 비해 고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DCT가 적용된 폭스바겐의 폴로(위)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CLA

또한 디젤 엔진 차량의 경우 DPF(디젤 미립자 포집 필터)나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선택적 환원촉매) 시스템 등에도 부하가 걸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러한 부품들이 당장 교체를 필요로 할 정도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피로의 누적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지나치게 짧은 주행거리,
‘민트급’ 아니다?

앞선 내용과도 관련되는데,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차량은 또 다른 여러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연료 계통의 문제다. 특히 습한 환경의 지하 주차장에 오래 세워 둔 차량의 경우 연료 라인에 습기가 찰 수 있고 이는 주요 부품의 부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 고압의 연료분사장치인 CRDI 계통을 비롯해 다양한 부분에 걸쳐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주행거리가 짧은 중고 디젤 차량을 구입했는데 연비가 스포츠카 수준이라든지,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도, 단지 주행거리가 짧기만 했던 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 장기간 방치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인증중고차 전시장(이미지제공 BMW, 기사 내용과는 무관)

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기아자동차 모하비 중고차(이미지제공 SK엔카, 기사 내용과는 무관)

연료 라인만이 아니다. 시동을 자주 걸지 않으면 차량 방전이 일어나거나 전력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방전이 한 번 생길 때마다 자동차 전장 부품의 회로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것이 차량 파워트레인 제어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안전 문제와도 크게 직결된다. 자동차는 달리라고 만들어진 물건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혹사가 아니라면 주행을 하는 것이 차량의 상태에 이롭다.

단순교환 인정되는 도어,
컨버터블에서도 괜찮을까?

통상 도어 교환은 사고 이력이 아니라 단순 교환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차량의 섀시 등 강성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의 섀시 제작 기술과 철강 소재에 있어서의 강성 확보 기술이 대략적으로 평준화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어를 단순교환으로 보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 카브리올레

중고차 매물 소개,
달콤하지만 조심해야 할 키워드?
포르쉐 박스터 GTS

하지만 컨버터블 차량의 경우도 이러할지는 다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조사마다 카브리올레나 로드스터 등으로 불리는 컨버터블 차종들은 B 필러와 루프가 없다. 따라서 부족할 수 있는 차체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어로 하여금 구조적 지지 기능을 하도록 설계한다. 따라서 컨버터블 차종이 도어를 교환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 섀시 부분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컨버터블에 있어서는 도어 교환 이력을 조금 더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름은 중고차 성수기다. 본격적인 행락철, 주머니가 가벼운데 차량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이나, ‘기변’ 생각이 나는데 신차로 구매하기에는 감가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중고차는 언제나 좋은 선택지다. 그러나 선택이 후회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중고차 상태를 설명하는 많은 요소들 중 제도적 의무가 비껴나가는 행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고차를 찾는 이들은 상기 내용을 조금 더 마음에 담아두고 부디 좋은 매물을 만나 즐거운 자동차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