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토로 로쏘, 빗속에서 함께 웃었다! 2019 F1 독일 GP

현지 시간으로 7 28(), 독일 호켄하임링 서킷(4.574km)에서 벌어진 2019 F1 시즌 11번째 경기인 독일 GP에서 애스턴마틴 레드불레이싱의 막스 페르스타펜(#33)1시간 44 31.275의 기록으로 시즌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페르스타펜은 커리어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위는 페라리의 제바스티안 페텔(#5), 3위는 토로 로쏘의 다닐 크비얏(#26)이 차지했다. 이번 경기는 극강이었던 메르세데스 AMG의 드라이버가 한 명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경기이자, 혼다 엔진을 사용하는 두 팀이 1, 3위에 포진하는 한편 줄곧 하위권에 있던 선수들이 도약하는 등 변수가 많아 더욱 흥미진진했다.

비와 세이프티카,
공평했던 기회와 위기

결승전이 열린 28, 호켄하임링 서킷의 날씨는 궂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였지만 한 번 내릴때마다 장대비였고 노면은 거의 내내 젖어있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사고도 잦았고 이로 인한 순위 변동도 예상 외로 빈번하게 일어났다. 특히 사고 이후 세이프티카의 진입으로 차량 간격이 좁혀지며 역전과 재역전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막스 페르스타펜도 2위로 출발했다가 3위로 밀린 후 혼전 상황 속에서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가 우승했다.

그만큼 리타이어도 많았다. 그 중 가장 아쉬웠던 리타이어는 초중반부 페라리의 샤를 르클레어(#16)의 경우였. 10번 그리드에서 출발해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무서운 드라이빙을 보여주었던 그는 27랩에서 슬립을 피하지 못하고 라인을 벗어나 방호벽에 충돌했다. 르클레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경기장을 걸어서 빠져나가야 했다. 참고로 1년 전, 현재 팀 동료인 제바스티안 페텔도 독일 GP에서 탈락한 바 있어 팀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했다.

3번 그리드에서 출발했다가 2위로 달리던 발테리 보타스(#77)는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으나, 막판 혼전을 견디지 못하고 56랩에서 리타이어했다. 정상적인 도로 컨디션에서 격차를 벌려가며 달릴 때는 난공불락으로 보였지만 혼전 상황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못했다. 막판에는 15위권 언저리에서 맴돌던 레이싱 포인트의 랜스 스트롤(#18)에게조차 거센 추격을 받았다. 부친에게 급전을 당겨 팀을 인수하고 시트를 차지한 스트롤은 올 시즌 비교적 발전된 기량을 보여 주며 포디움에 근접했다.

타이어와 드라이버의 판단,
레이스의 기본 보여 준 독일 GP

결국 타이어가 변수였다. 물론 대부분의 팀과 드라이버들은 기상과 노면 상황에 맞춰 발수 패턴이 있는 인터미디어트(그린, In) 타이어를 선택했다.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로 가장 많은 25랩을 소화한 드라이버는 메르세데스 AMG의 루이스 해밀튼(#44)과 토로 로쏘의 알렉산더 알본(#23)이었다. 알본은 6위로 선전했지만 해밀튼은 12위로 근래 최악의 순위를 기록했다.

페르스타펜은 미디움(옐로) 컴파운드의 타이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25랩에 두 번째로 피트인한 그는 미디움 컴파운드의 유즈드 타이어(C3u) 4랩을 달렸다. 발테리 보타스는 26랩에 피트인하여 미디움 컴파운드의 유즈드 타이어를 장착했고, 오랜 시간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 반면 샤를 르클레어는 비슷한 시점에 너무 호기롭게 소프트 컴파운드(레드, C4)를 선택했고,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샤를 르클레어는 최근 거의 모든 경기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메르세데스 AMG를 압박하고 있다. 페르스타펜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함께 메르세데스 AMG를 압박할 수 있는 르클레어의 분전도 있다.

경기 후반에 가서는 비가 확실히 잦아들었다. 페르스타펜은 46랩에서야 소프트 컴파운드 타이어를 장착했다. 사실 페르스타펜은 경기 초반 보타스를 쫓아가다가 슬립이 날 뻔한 상황이 있었는데 연석을 이용한 기적적 임기응변으로 슬립을 피하고 선두 경쟁을 이어나갔다. 모나코 GP에서도 막판 해밀튼을 추격하다가 놓친 상황과도 비슷했는데, 오히려 이게 약이 됐다. 그는 중반부 내내 도로의 마른 자리를 잘 찾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기했고, 46랩 이후에는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사고와 세이프티카 개입으로 혼전이 치러지는 사이 스트롤도 44랩에서 타이어를 소프트 컴파운드로 교체하며 한 때 3위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동료의 이른 탈락에 독이 바짝 오른 제바스티안 페텔이 역주했다. 특히 마지막에 2위로 올라설 때의 역주는 언더독들에게 포디움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자존심이 돋보였다. 결국 그는 선두에 7 333 뒤진 2위로 체커기를 받았다.

혼다 엔진 사용한 두 팀의 성과

특히 이번 독일 GP에서는 다닐 크비얏이 1위에 8.305초 차로 3위를 기록하며 포디움에 올랐다. 다닐 크비얏으로서는 2016년 중국 GP 이후 두 번째 포디움이다.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오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토로 로쏘에서 부활에 성공한 셈이다. 물론 중국 GP에서 1라운드 사고를 일으키는 등 시즌 초엔 시련을 겪었으나,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린 그는 행운까지 겹쳐 드디어 포디움에 올라섰다.

지난 해까지 맥라렌과 계속 엇박자가 나며 F1에서 혼다의 명성은 다소 실추된 바 있었다. 그러나 그 고통의 시간 동안 축적한 데이터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혼다는 오스트리아 GP에서 2년여만에 우승한 감격 이래 이번에는 1위와 3위를 동시에 차지했다. 현재 혼다의 컨스트럭터 순위는 3(217포인트), 2위 페라리(261포인트) 44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게 됐다.

인기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F1은 여전히 지구 최대의 자본 가치를 자랑하는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금 시청자와 관중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수 년간 이어진 메르세데스 AMG의 독주 체제에 조금이나마 균열이 간 것도 장기적 흥행에서는 호재다. 물론 메르세데스 AMG는 컨스트럭터 포인트 면에서 아직 넘사벽저편에 있지만 아직 절반 정도가 남은 2019 시즌 후반기 판도는 분명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명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