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접어들면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7월 판매실적을 공개했다. 7월에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신차 출시와 일부 차종의 유효한 신차 효과 덕분에 흥미로운 판매량을 보였다. 이 중 주목할만한 5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1] 포터2는 위대했다
북미 자동차 시장에 포드 F-150이 있다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포터2가 있다. 두 차종의 공통점은 해당 국가를 대표하는 픽업트럭이자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쉽게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터2는 최근 몇 년간 신차 출시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월 국산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해왔다. 출시된지 무려 15년이나 지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판매량이다.
그렇다면 포터2의 판매량은 어떨까? 포터2는 지난 5월 9,254대로 2위, 6월에는 9,180대로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7월에는 무려 1만 355대로 판매량 톱을 이어갔다. 현대차가 7월 한달 판매량이 6만 286대인 점을 감안하면, 포터2의 비중이 20%에 살짝 못 미치는 셈이다. 참고로 포터2의 판매량은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쉐보레의 각 7월 총 판매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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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국내 판매량(단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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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터2 (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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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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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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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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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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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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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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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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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아차의 성공적인 신차 투입
기아차는 지난 6월 24일에 K7 프리미어를, 7월 18일에는 셀토스를 출시했다. 두 차종 모두 7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량이 집계되고 있다.
먼저 기아차가 발표한 K7 프리미어의 판매량은 8,173대다. 페이스리프트 전 K7의 판매량이 2,000~3,000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많게는 3.5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7월 K7 프리미어의 판매량은 6,135대가 판매된 그랜저 IG를 2,000대 가량 넘어섰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물론 그랜저 IG 역시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있는 데다, 신차 효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데뷔 첫 달은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셀토스는 지난 6월 26일 사전계약을 시작해 7월 18일에 정식 출시되었다. 정식 출시가 된지는 2주에 불과하지만, 셀토스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바로 치열한 소형 SUV 시장 속에서도 3,335대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티볼리 판매량 대비 불과 100여대 부족한 수준이다. 인터넷상으로 가격이 비싸다며 공격받은 것을 생각하면 양호한 판매량이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팔릴 차는 팔린다는 부분을 알게해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셀토스 1.6T 가솔린 풀옵션의 가격은 3,000만원을 조금 넘어 소형 SUV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차체 크기가 준중형 SUV를 넘볼 정도로 큰 데다가, HUD, 고속도로 주행보조,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중형 SUV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편의 사양을 갖추고 있다. 큰 차는 부담스럽지만 기존 소형 SUV의 사양이 불만족이었던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셈이다.
이 결과 기아차의 7월 국내 총 판매량은 4만 7,080대로, 지난 6월 판매량인 4만 2,405대 대비 10%가량 상승했다.
#3] 셀토스는 3,335대, 먼저 출시된 베뉴는?
이처럼 셀토스는 정식 출시 2주만에 3,335대라는 높은 판매고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7월 신차였던 베뉴는 어떨까? 참고로 베뉴의 사전계약은 6월 19일, 정식 출시는 7월 11일로 셀토스보다 약 7일 먼저 선보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베뉴의 판매량은 1,753대다. 더 늦게 출시된 셀토스 판매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성공 여부를 확정짓기는 이르다. 특히 소형 SUV 중에서도 가장 작고 저렴한 차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판매량이 많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7년 7월 중순 출시된 스토닉도 7월 판매량이 1,342대, 8월에는 1,655대에 불과했다.
다만 베뉴는 코나와의 판매량 간섭도 고려해야 한다. 기존 현대차의 소형 SUV로는 코나가 유일했기 때문에, 현대차를 선택해야만 하는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이보다도 작고 저렴한 베뉴가 출시되면서, 작은 차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은 코나대신 베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코나의 판매량(코나 일렉트릭 제외)은 베뉴의 출시, 쌍용 베리 뉴 티볼리의 출시와 맞물려 6월 2,309대, 7월 1,659대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8월 소형 SUV 시장의 판매량이 기대되는 이유다.
#4] 100개월 vs 120개월, 경차 할부 전쟁 승자는?
지난 7월, 소형 SUV 시장만큼이나 뜨거웠던 장르가 있다. 바로 경차 시장이다.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차의 모닝과 쉐보레의 스파크가 양분하고 있다. 매번 모닝이 근소하게 앞서가는 형국이나, 그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연말에 이어, 쉐보레가 7월에도 120개월 초장기 할부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자를 포함해 월 납입금이 10만원 정도이니, 사회초년생 혹은 목돈은 없지만 자동차가 필요한 이들에게 혹할만한 제안이다. 이에 질세라 기아차는 100개월 할부로 응수했다. 과연 두 초장기할부의 승자는 누구일까?
두 차종의 7월 판매량 차이는 1,318대로, 승자는 모닝이었다. 모닝은 무려 4,622대가 판매되며 기아차 스테디 셀러인 K3와 쏘렌토를 넘어섰다. 반면 스파크의 판매량은 3,304대였다.
결과적으로는 모닝의 판매량이 높았지만, 두 차종 모두 승자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초장기 할부 덕분에 두 차종 모두 판매량이 약 20~30% 가량 상승했기 때문이다.
#5] *경* 르노삼성의 순위권 진입 *축*
사실 지금까지 국산차 판매량 톱 1~10위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잔치였다. 타 제조사의 최다 판매 기종인 쉐보레 스파크,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6로는 순위권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벽을 르노삼성의 더 뉴 QM6가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지난 6월 18일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된 이후 한달만에 4,493대라는 계약건수를 올린 데 이어, 7월 한달간 4,262대가 판매된 것이다. 이는 현대차가 발표한 그랜저 IG의 판매량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더하면 10위, 하이브리드 버전을 별도로 본다면 9위에 달하는 성적이다.
이처럼 더 뉴 QM6가 많은 판매량을 이어가는 데는 가솔린 중형 SUV 시장을 휩쓸고 있는 덕분이다. 더 뉴 QM6는 페이스리프트 시 LPG와 가솔린 엔진 라인업만 공개함으로써 지향하는 바를 철저히 드러냈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2.0 GDe의 가격은 최저 트림 2,445만원, 최고 트림 3,289만원으로, 싼타페 2.0 가솔린 터보의 2,695만원~3,659만원, 2.0 디젤의 2,950만원~3,932만원대비 250~650만원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가솔린 중형 SUV치고는 좋은 수준인 11.6km/L~12.0km/L의 복합 연비도 갖췄다. 가솔린 엔진만의 정숙성은 덤이다. 더 뉴 QM6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입지를 넓혀줄 효자상품인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은 7월에도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K7 프리미어가 수십개월만에 그랜저 IG를 넘어섰고, 초장기 할부 전쟁에서 모닝이 스파크를 앞질렀다. 또한 비슷한 시기 출시된 소형 SUV임에도 베뉴 대비 셀토스의 활약이 눈부시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계속 지켜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동시에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동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글 ·사진
이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