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E클래스는 무려 4,000여대가 판매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BMW 5시리즈가 2,000여대, S클래스가 약 800대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차종의 독무대가 펼쳐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다양한 차종들이 고루 판매되어 균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과연 10년 전 국내 수입차 시장의 모습은 어땠을까? 2009년 수입차 단일 트림 판매량 1~10위를 통해 알아본다.
[TOP 10] 혼다 CR-V,
뭐하나 빼어난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SUV
2년 전의 녹 사태 및 경쟁 기종들의 저가 정책, 현재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인해 CR-V의 명성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혼다와 CR-V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많다. 이는 10~15년 전 3세대 CR-V가 보여준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R-V는 2005년 수입차 전체 판매량(단일 트림) 2위로 시작해 2006년 2위, 2007년 1위, 2008년 3위에 등극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다. 덕분에 2008년에는 약 1만 2,000대를 판매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혼다 점유율이 20%에 달한 적도 있다.
비록 2009년에는 환율로 인한 잦은 가격 변동, 모델 노후화로 인해 전체 판매량 1,358대로 10위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명성만큼은 확실히 굳혔다. 당시 CR-V의 장점은 무난함과 수입차임에도 3,000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있었다. 여기에 잔고장조차 없다는 유저들간의 입소문이 더해지며 오랜기간 베스트셀링 기종에 이름을 올렸다.
[TOP 9] 폭스바겐 골프 2.0 TDI,
유일한 디젤 베스트셀러
공교롭게도 9위 역시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있는 자동차가 뽑혔다. 그 주인공은 바로 폭스바겐의 골프다. 당시 골프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TSI 엔진, 고효율 중심의 TDI 버전, 성능과 효율을 모두 갖춘 GTD, 가난한자의 포르쉐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 GTI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이는 모두 골프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중 2009년 본격적으로 베스트셀링카로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2.0 TDI다. 당시 국내에 판매된 골프 2.0 TDI는 6세대로, 2009년 9월 21일 출시되어 매월 3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연비는 무려 복합 17.9km/L에 달했음에도 가격은 3,339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2009년 9월 중순에 출시되었음에도 2009년 판매량 1,361대로 9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참고로 골프 2.0 TDI는 이듬해 전체 판매량 4위까지 올랐다.
[TOP 8] BMW 740i,
7시리즈가 S클래스보다 잘 나가던 시절
일명 ‘독 3사’는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기함으로 S클래스, 7시리즈, A8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든 아는 사람이든, 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다수가 S클래스를 꼽을 것이다. 그만큼 S클래스는 다방면에서 라이벌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7시리즈가 항상 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5세대 7시리즈(코드네임 F01, F02)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 20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유럽에서 최초로 공개된 지 불과 5개월만의 일이자, 이례적으로 아시아 지역 중 최초 공개이기도 했다. 당시 수입된 기종은 740Li와 750Li였다.
이어 BMW는 신차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2009년 3월에는 740i를 추가로 투입했다. 740i의 무기는 Li대비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1억 2,580만원이라는 가격,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이와 같은 BMW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억대 플래그십 세단임에도 740i는 매월 100대 이상이 꾸준하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740i의 2009년 마감 성적은 1,378대로, 2009년 수입차 판매량 TOP 1~10위 중 유일한 대형 세단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TOP 7] 벤츠 C200,
합리적인 고급감과 삼각별 프리미엄
국내에서 ‘삼각별’이 가진 능력은 특별하다. 같은 수입차 중에서도 부의 상징, 풍요로움, 성공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주행성능을 떠나(그렇다고 주행성능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상 많은 유저들의 선택 받아왔다.
이 중 C클래스의 위치는 특별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급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합리적인 이유에서다. 당시 국내에 판매되던 C클래스는 2007년 11월에 출시된 3세대(코드네임 W204)였고, 이 중 C200의 고급 트림인 C200K 아방가르드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 트림만 5개에 달했지만 C200K 아방가르드의 선택 비중만 30%에 달할 정도였다. 이러한 이유 덕분에 C200은 2009년 총 판매량 1,405대로 7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TOP 6] 인피니티 G37,
4천만원대로 즐기는 330ps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사이트이자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는 대대로 가성비 좋은 고성능차 계보가 전해져 왔다. 크루즈 2.0 디젤, 엑센트 디젤 수동, 시로코 R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오랜 기간 유저들의 입에 오르내린 건 인피니티의 G37이었다. 그만큼 자동차를 좋아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G37은 최고 인기의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했다.
실제로 G37의 가격대비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이었다. 명품이라 불리는 VQ 엔진은 V6 3.7리터(3,696cc) 자연흡기 방식으로 최고 출력 330ps, 최대 토크 36.8kg·m를 발휘했다. 여기에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시간이 5초 중반에 불과했고, 엔진회전수의 한계는 7,600rpm에 달했다. 또한 국내에는 후륜 구동 레이아웃만 수입되는 등 스포츠 드라이빙 요소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4,990~5,160만원으로 합리적이었다. 덕분에 G37은 2009년 1,522대가 판매되며 6위로 자리했다.
[TOP 5] 혼다 어코드 3.5,
경쟁 기종에 밀려도 5위?
어코드는 CR-V와 더불어 2008년 혼다의 총 판매량 1만 2,000여대를 이끈 주인공이다. 특히 어코드는 2008년 수입차 판매량 단일 트림 부분에서 1위(4,948대)를 차지했을 정도로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당시 판매되던 기종은 8세대로 2008년 1월 14일에 출시됐다.
유저들이 높게 평가한 어코드의 장점은 CR-V와 비슷했다. 차체 크기는 당시 그랜저(TG 더 력서리)보다 소폭 길었으며,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도 조금씩 높았다. 또한 수입차라는 메리트, 잔고장이 없다는 점, A/S 1위라는 발표 등이 더해져 국산 준대형보다 우수한 상품성을 보였다. 특히 가격부분에서는 그랜저 TG의 최상위 트림과의 차이가 100~200만원 남짓에 불과해 많은 유저들의 선택을 받았다.
비록 경쟁 기종인 닛산의 알티마와 토요타의 캠리가 저가공세를 펼치며 어코드의 독주를 저지하긴 했으나, 어코드는 2009년을 1,591대 5위로 마감했다.
[TOP 4] 벤츠 E300,
이때도 잘 팔렸던 E클래스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는 본격적인 ‘고급 벤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E클래스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4개의 헤드램프가 적용되고, 엔진과 크기, 사양들이 넉넉해진다. 사회적 인식 또한 C클래스와는 차이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까지만 해도 V6 3.0리터 엔진이 탑재되는 E클래스는 시작 가격만 9,000만원에 달했고, 2008년 들어서야 7,600만원 수준으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