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예의나 규율을 무시하고 윗사람을 꺾고 오르는 행동을 하극상이라 부른다. 자동차 세계에서도 간혹 하위 모델의 성능 개선이나 영역 확장 등으로 상위 모델을 이기는 모양새가 된 자동차들이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그런 자동차들을 알아보고 소개하려 한다.
전례 없는 미드십 해치백?!
르노 클리오 V6
르노는 우리나라에서는 클리오, 트위지, 마스터 등 실용적이고 약간 심심한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르노는 F1, 랠리 등 유명 자동차 경주에서 여러 번 우승하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지만 르노에는 기술력을 앞세운 멋진 자동차들이 있다.
클리오는 르노 라인업에서 메간 바로 밑에 있는 B세그먼트 해치백이다. 그런데 과거 출시된 르노 클리오 트림들을 살펴보면 B세그먼트 해치백임에도 슈퍼카 영역에 근접하는 고성능 차종도 있다. 바로 르노 클리오 V6다. 2001년 출시되어 2005년 단종된 이 자동차는 같은 해 출시된 상위급 모델인 메간 RS 보다 월등히 높은 출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해치백으로서는 특이하게 미드십 구동방식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간단히 제원을 살펴보면 당시 출시된 르노 메간 RS가 2.0리터 엔진으로 225ps의 최고출력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르노 클리오 V6는 3.0리터 V6엔진을 중앙에 탑재해 최고출력이 255ps 이었다. 참고로 이 엔진은 PSA 그룹과 르노의 합작으로 탄생한 엔진으로 현재는 르노–닛산의 VQ엔진으로 대체됐다. 물론 2019 메간 RS가 1.8리터 엔진으로 280ps를 내며 뉘르부르크링 FF 차량 랩타임 기록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동력 성능이지만, 당시에는 해치백이 이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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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르노 클리오 V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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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르노 메간 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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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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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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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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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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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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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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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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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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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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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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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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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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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이탈리안!
알파로메오 147 GTA
알파로메오 역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조사들 중 하나이지만 모터스포츠 쪽에서는 페라리보다 더 역사가 깊은 제조사다. 현재 알파로메오의 라인업은 B세그먼트 미토, C세그먼트 줄리에타, D세그먼트 줄리아 그리고 콤팩트 SUV 스텔비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이야기할 하극상 자동차는 C세그먼트 줄리에타의 전신인 147 GTA다.
147 GTA의 GTA는 흔히들 아는 그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다. 그란 투리스모 알레게리타(Gran Turismo Alleggerita)의 약자로 해석하자면 경량 GT라는 의미다. 또한 당시 알파로메오의 고성능 차량 표기법이다. 현재는 네잎클로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콰드리폴리오(Quadrifoglio)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147 GTA는 C세그먼트면서 무려 최고출력 250ps의 3.2리터 V6엔진을 넣었다. 심지어 앞서 언급한 클리오 V6처럼 미드십도 아니었고 오로지 앞바퀴로 모든 동력이 전달되는 형태였으며 당시 147의 상위 모델인 159 GTA 보다 더욱 빨랐다.
같은 3.2리터 V6엔진을 사용했어도 상위급인 159 GTA가 최고출력이 260ps로 147 GTA보다 10ps 더 높다. 하지만 약 300kg 더 가벼운 차체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147 GTA의 100km/h까지 가속 시간이 6.3초로 159 GTA 보다 0.7초 더 빨랐으며 최고속도도 2km/h 더 빠른 246km/h였다.
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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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알파로메오 147 G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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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알파로메오 159 G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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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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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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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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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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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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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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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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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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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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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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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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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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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날레 이탈리안 잡!
피아트 아바쓰 695 비포스토
피아트 500도 하극상을 제대로 했다. 그것도 한 단계가 아니라 2단계위의 상위 차종을 했다. 군대로 따지면 이등병이 상병에게 하극상을 한 수준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형재 피아트의 라인업 구조 때문인데 A세그먼트인 500와 C세그먼트인 티포 사이인 B세그먼트 차량이 마땅치 않다. 500보다 살짝 큰 피아트 판다도 엄밀히 따지면 A세그먼트로 분류된다. 그래서 피아트 500의 고성능 버전인 아바쓰 695 비포스토가 피아트 티포를 직접 형님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아바쓰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AMG, BMW의 M처럼 피아트 전문 튜닝 업체다. 하지만 과거에는 단독으로 차량을 출시하고 모터스포츠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바쓰 695 비포스토야 말로 순수한 고성능차라 할 수 있다. 상위 차량인 티포가 1.4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하고 있지만 최고출력이 120ps에 불과한데다, 티포는 아바쓰 버전도 없다.
반면 같은 1.4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장착한 비포스토는 아바쓰의 손을 거쳐 최고출력 190ps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실내에 불필요한 것들은 전부 버리고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했다. 물론 최근에 티포의 아바쓰 버전이 나온다는 설이 있으나 아직까지는 루머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티포가 500에게 하극상을 당하고 있어도 현재로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
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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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피아트 아바쓰 659 비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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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피아트 티포
스포츠 |
최고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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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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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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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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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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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k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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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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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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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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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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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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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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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차의 숨겨진 성깔?
폭스바겐 골프 R
폭스바겐의 국민차 골프도 얌전해 보이지만 상위급인 파사트를 제친 하극상 라인업이 있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중고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골프 R이 그 주인공이다. 골프는 폭스바겐이 비틀의 성공에 힘입어 1974년 새로운 국민차 개념으로 내놓은 이래, 전세계 C세그먼트 해치백을 상징하는 차종이 됐다.
현재 출시 중인 7세대 골프의 최상위 트림인 R의 제원은 최초출력 300ps, 최고속도는 250km/h로 제한되어 있다. 4륜구동으로 0→100km/h 가속력도 4.9초로 웬만한 슈퍼카 만큼 빠르다.
골프의 상위 차량인 파사트는 골프보다 더 역사가 깊은 세단이다. 물론 골프의 형님인 파사트에게도 G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