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볼륨 차종이라면 거의 갖추어야 할 파워트레인이 됐다. 특히 배터리의 강력한 성능을 기반으로 4륜 구동 레이아웃과 결합된 PHEV 차종들은 강력한 견인력과 우수한 가속력으로 레저와 드라이빙의 재미 모두를 선사한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해당 시스템을 갖춘 대표적 기종들을 살펴본다.
포드 익스플로러 PHEV
3.3리터 V6 엔진+10단 셀렉트쉬프트+구동모터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6세대에 오면서 후륜 구동 레이아웃을 적용하는등 많은 변화를 가미했다. 파워트레인에서도 1.5kWh 배터리의 하이브리드 버전과 13.1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 유럽형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추가했다.
이 중 포드 익스플로러 PHEV에 적용되는 엔진은 3.0리터(2,956cc) 에코부스트 V6 엔진이다. 최고 출력 350ps를 자랑하는 이 트윈터보 엔진은 100ps를 발휘하는 13.1kWh 용량의 배터리와 결합되며, 합산 출력 450ps, 최대 토크 85.6kg∙m를 발휘한다. 최대 견인력은 2,500kg에 달한다. 유럽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비슷한 성능의 PHEV SUV 대비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 포인트다.
포드가 하이브리드 SUV를 선보인 것은 익스플로러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5년 준중형 SUV인 이스케이프에도 적용된 바 있으며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차세대 이스케이프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되어 출시될 예정인 만큼 포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여기에 4륜 구동 레이아웃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이 더해진 것이 6세대 익스플로러의 PHEV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과연 그 퍼포먼스가 어떨지 기대해볼 만하다.
포르쉐의 극강 PHEV 라인업들
고성능 트윈터보 엔진+100kWh 모터
포르쉐의 PHEV 시스템은 최고 출력 330ps의 2.9리터(2,894cc), 3,0리터(2,995cc) 트윈 터보 V6 엔진과 550ps를 발휘하는 4.0리터(3,996cc) 트윈 터보 V8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세 엔진과 결합되는 구동 모터는 100 kWh(136ps)의 최고 출력과 40.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14.1kWh에 달한다.
2.9리터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파워 유닛은 합산 출력 462ps를 발휘하며 합산 토크가 71.4kg∙m에 달한다. 최대 토크 발휘 범위가 1,100rpm이라는 낮은 엔진회전수부터 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시판 중인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에 적용되며 해당 차종의 경우 8단 PDK가 적용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4.6초, 200km/h까지는 16.9초이다.
4.0리터 엔진 기반의 PHEV는, 포르쉐가 지난 8월 13일에 공개한 신형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 및 쿠페에 적용된다. 합산 출력은 680ps에 달한다. 91.7kg∙m(1,500~5,000rpm)의 최대 토크를 견뎌내기 위해 3.0리터급 엔진과 달리 자동변속기인 8단 팁트로닉 S를 적용했다. PDK라면 클러치가 남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도 선보일 가능성이 높은 카이엔 터보 S E-하이브리드와 쿠페는 모두 0→100km/h 가속 시간인 3.8초에 불과하다.
참고로 이 차의 유럽 기준 복합 연비는 3.9~3.7L/100km이다. 단순 환산하면 25.6~27km/L에 달한다. 40km까지는 전기로만 달릴 수 있으며,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두 자릿수(85~90g/km)다. 다만 그대로 인증된다고 해도, 국내 PHEV의 보조금 지급 기준인 50g/km는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포르쉐에 따르면 배터리 완충 시간은 230볼트, 10암페어의 가정용 충전기로는 완충까지 6시간이 소요된다.
포르쉐 PHEV 시스템의 차별화된 능력은 엔진도 엔진이지만 저속, 중속, 고속과 배터리 에너지 상황별로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구동 모터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포르쉐의 PHEV 시스템은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파워, 최적의 효율에 따라 모터와 엔진이 구동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하이브리드 오토, 일정 충전 수준을 운전자의 의도대로 설정할 수 있는 E-홀드, 급속 충전에 방점을 둔 E-차지 등 모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드가 4가지나 된다.
다만 PHEV의 인증에 다소 불리한 한국의 기준을 적용했을 때, 새로운 포르쉐의 PHEV 파워트레인이 선보일 연비도 어느 정도 제약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미 PHEV 인증 기준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는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지만, 업계 특성상 누구도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볼보의 플래그십을 책임진다
T8 PHEV AWD
볼보는 T8 트림이 PHEV이다. 국내 시판 중인 차종으로는 S90, XC90 그리고 XC60에 적용된다. 1,969cc의 직렬 4기통 가솔린 트윈차저(싱그 터보, 슈퍼차저)엔진으로 318ps(6,000rpm)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10.4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구동모터는 후륜 차축에 장착되며 최고 출력 87ps(7,000rpm)을 발휘하며 시스템 합산 출력은 405ps에 달한다. 특히 전기 모터의 최대 토크가 24.5kg∙m(~3,000rpm)이고 엔진 최대 토크는 40.8kg∙m(2,250~5,400rpm)에 달한다. 4륜 구동 방식 차량들이지만 모터와 엔진의 조화를 통해 안정적이고도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 시간은 S90의 경우 4.9초, XC90의 경우 5.6초다. 복합 연비는 S90의 경우, 전기 2.9km/kw, 엔진은 10.8km/L이며 XC90은 전기 2.7km/kw, 엔진 기준 9.5km/L 수준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S90이 28km, XC90이 24km다.
XC60 T8은 전기 기준 3.9km/kw, 엔진으로 10.3km/L의 복합 연비를 발휘한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26km 수준이다. 포르쉐 파나메라도 그렇지만 국내 인증 기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EV 모드 주행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제약을 피할 수 없었다. S90, XC90 및 XC60 T8의 각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4g/km, 68g/km, 67g/km 수준이다.
PHEV는 EV시대 가교 될 것 VS
EV에 의해 도태될 것
이와 같은 고성능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동차를 보는 시각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상반된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미국 시장에서의 PHEV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기차 전문 통계조사 사이트인 ‘EV 어답션’에 따르면 2016년 7만 3,146대, 2017년 9만 1,724대 그리고 2019년에 12만 4,493 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당장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PHEV의 역할이 미국 주요 주들의 강력한 환경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PHEV에 아직 힘을 쏟는 제조사들은 PSA 그룹, 폭스바겐∙포르쉐, 포드, 볼보, 혼다 등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2019년 1분기가 4만 3,209대로, 전년도 동일 분기의 4만 5,235대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PHEV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들이 근거로 삼는 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복수의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들은 PHEV를 도태시킬 존재가 EV라고 본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는 점진적 변화의 에너지가 응축되었다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순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터리 생산 기술의 발달과 비용의 하락하고 있으며, EV 구매에 장애물이라 할 수 있던 가격과 충전 시간 문제는 얼마 안 가 걷힐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사들 중 PHEV 라인업에서 손을 떼고 EV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PHEV는 그 제원상 분명한 매력이 있다. 전기차와 엔진 자동차의 가장 강력한 면모만을 결합해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강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트렌드가 PHEV 효용론자의 말과 무용론자의 말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모른다. 하지만 설령 무용론자들의 전망대로 흐른다 해도, 그건 새로운 PHEV를 개발할 필요의 소멸이지 기왕에 구입한 PHEV가 쓸모없어진다는 걸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