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의 양상은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이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기아차 니로 EV, 쉐보레 볼트 EV가 뒤쫓는 형국이다. 여기에 BMW의 i3와 테슬라의 모델S 및 모델X, 닛산 리프가 곁들여졌다. 즉 국내 및 북미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럽 브랜드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유럽 브랜드들이 자사의 전기차를 앞다퉈 선보이면서 프리미엄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될 예정이다. 국내 시장을 지배할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전기차에 대해 살펴본다.
EQC,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전기차는 이런 모습?
그간 메르세데스 벤츠(이하 벤츠)는 C클래스와 E클래스, S클래스, GLC 클래스 등 내연기관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기술을 선도하고 시장을 장악해왔다. 친환경 라인업은 하이브리드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불과했고, A클래스, SLS 기반의 E-cell 등의 전기차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다.
벤츠가 제대로 된 전기차를 선보인 시기는 2016 파리모터쇼로,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당시 벤츠는 친환경 브랜드인 제너레이션 EQ(이하 EQ)를 소개하고, 동시에 전기 콘셉트카 한 대를 선보였다. 이 콘셉트카는 2개의 전기모터로 시스템 출력 300kW, 주행가능거리가 500km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초 이내를 목표로 했다.
콘셉트카는 다소 늦었지만 현실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벤츠는 불과 2년 후인 2018 파리모터쇼에서 콘셉트카의 양산형이 EQC를 공개했다. 양산형의 제원은 콘셉트카의 목표치에 근접했다. EQC는 2개의 전기 모터로 시스템 출력 408ps, 최대 토크 77.5kg·m를 발휘했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목표보다 딱 0.1초 부족한 5.1초로 측정되었다. 80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NEDC 기준 445~471km, WLTP 기준 417km를 주행할 수 있다. EQC가 EQC 400으로 불리는 것도 E400, CLS400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름의 가장 뒤편에 붙는 알파벳이 차체 크기를 나타내는 벤츠의 명명법에서 알 수 있듯, EQC의 크기는 현재의 GLC와 비슷하다. 실제로 EQC는 전장 4,761㎜, 전폭 1,884㎜, 전고 1,623㎜, 휠베이스 2,873㎜의 크기를 갖고 있는데, GLC와 비교해 전장만 100㎜ 가량 길뿐 전폭, 전고, 휠베이스 차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전장은 C클래스의 4,725㎜와 비슷하다. 1~2인이 타기에도, 2열에 성인을 태우기에도 모자람 없는 크기다.
실내는 메르세데스 벤츠 오너라면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유사하다.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분리되어 있는 타 C 라인업과 달리, E 혹은 S클래스처럼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는 EV 스타트 버튼이 센터페시아 에어벤트에 디자인적으로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 에어벤트 내부 디자인에 기교적인 면을 더했다는 점 정도가 있다.
이러한 EQC는 올해 3분기나 4분기 정도에 한국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관건은 국내 기준 가격과 국내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의 가격과 주행가능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독일 기준 EQC의 가격은 7만 1,281유로~8만 1,128유로다. 이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9,517만원~1억 8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판매마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국산 전기차가 3,000~5,00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차량은 대당 가격이 1억 원대인 테슬라처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노리고 있기에 수긍할만하다.
주행가능거리도 살펴봐야 한다. 국내 자동차 효율 측정 방식은 국제 표준 자동차 인증 제도인 WLTP보다 까다롭다. 실례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WLTP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49km에 달하지만, 국내 측정 기준 적용 시에는 406km까지 감소한다. WLTP 대비 9.5%나 떨어지는 셈이다. 즉 EQC의 WLTP 기준이 417km이므로, 국내 인증 통과 시에는 약 300km대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정도도 장거리 주행이 아니고서야 일반적인 운용 환경에서는 충분하다.
e-트론, 전기차 콘셉트카 11년의 끝을 보다
아우디는 2000년도 후반부터 e-트론 콘셉트, A1 e-트론 콘셉트, e-트론 스파이더 콘셉트, Q4 e-트론 콘셉트 등 여러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에 더해 2014년 포뮬러 E가 개막했을 때에는 누구보다 먼저 참가해 3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전동화를 향한 아우디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후에도 아우디는 선두권을 놓치지 않으며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e-트론이다. 그간의 콘셉트카와 달리 e-트론은 아우디의 본격적인 첫 전기차라 할 수 있다. 초창기 e-트론 콘셉트카는 쿠페 형태였으나, 양산형 e-트론은 전세계적으로 인기인 SUV로 제작됐다.
e-트론은 전장 4,901㎜, 전폭 1,935㎜, 전고 1,629㎜, 휠베이스 2,928㎜로, 크기가 Q5보다 Q7에 가깝다. 그러나 전장이 5,063㎜에 달하는 Q7과 달리 4,900㎜대이기 때문에 E세그먼트에 속한다.
외관은 2015년에 등장한 e-트론 콰트로 콘셉트의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A필러부터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를 적극 반영했다. 다만 아우디의 최신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 램프 내부의 디테일이 조정되었다.
체급에 맞게 실내는 Q5가 아닌 Q7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닮아 있다.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모니터, 공조장치까지 모든 것이 대형 디스플레이 형태로 구성되었다. 버튼 구성도 유사하다. 다만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답게 독특한 전자식 레버가 적용되었다.
e-트론은 55 콰트로라 불린다. 즉, 아우디의 새로운 명명법에 따라 중력가속도 1G를 100으로 놓고 볼 때 55만큼의 가속 성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참고로 아우디의 라인업 중 ‘55’가 붙으려면 A6기준 최고 출력 340ps, 최대 토크 51kg·m,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1초의 가속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e-트론의 제원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e-트론 역시 2개의 전기모터를 기반으로 한다. 최고 출력은 408ps, 최대 토크는 67.7kg·m에 이른다. 이를 기반으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5.7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 속력은 200km/h에서 제한된다. 배터리 용량은 95kWh로 경쟁기종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WLTP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11km로 결코 긴 편이 아닌데, 이는 큰 차체와 2,490kg에 달하는 무거운 중량의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까다로운 국내 자동차 효율 측정 방식이 적용될 경우, 주행가능거리는 300km 초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