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는 지난 8월 26일에는 픽업트럭인 콜로라도(Colorado), 9월 3일에는 SUV인 트래버스(Traverse)를 연이어 선보였다. 일주일 간격으로 신차를 두 대나 선보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쉐보레가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로도 비추어진다. 과연 쉐보레의 이번 도전이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 그들이 뽑은 신차의 칼날을 살펴본다.
쉐보레 군산 공장 매각, 어느덧 6개월
2018년 5월, 쉐보레(Chevrolet)의 생산 공장 거점 중 한 곳이었던 군산공장이 폐쇄되었다. 군산공장은 지금의 쉐보레가 대우자동차였던 시절인 1996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도맡아 왔던 곳으로 문을 연지 약 22년만에 결국 모든 기계의 움직임이 멈추게 되었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한순간에 자신들의 직장을 잃고 거리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들은 목소리를 높여 군산공장의 재가동을 촉구하며 첨예하게 대립했으나, 10개월 후 결국 최종적으로 한국GM은 군산공장을 매각하게 된다.
군산 공장의 폐쇄로부터 매각까지, 기나긴 10개월의 시간동안 쉐보레 철수설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동안 다양한 쉐보레 관련 행사 및 기자회견에서 쉐보레 관계자 측은 ‘철수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이 말을 신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돌아선 믿음을 되돌리기 위해 쉐보레는 중형 SUV 이쿼녹스, 신형 스파크 등을 발표해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군산공장 매각으로부터 약 6개월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쉐보레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때 한국 자동차 산업을 지탱하던 3대 자동차 회사라는 명성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러한 쉐보레가 최근 신차 출시 소식을 전했다. 심지어 두 대의 차량을 연이어 선보였다. 바로 픽업트럭인 콜로라도(Colorado)와 대형 SUV 트래버스(Traverse)이다. 각각 한국에서는 낯선 픽업 트럭 시장과 격렬한 경쟁의 장인 대형 SUV 시장의 차량들임을 보았을 때 쉐보레가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두 차종 모두 이미 미국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는 차종들이기에 그 기대는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픽업트럭 평정 예고,
쉐보레 콜로라도(Colorado)
콜로라도(Colorado)는 한단계 윗급의 픽업트럭인 실버라도와 함께 미국에서 맹활약 중인 차종이다. 쉐보레는 이러한 콜로라도를 지난 8월 26일 정식으로 공개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알렸다. 풀박스 프레임 바디, 동급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와 견인 능력, 다양한 편의, 안전,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워 도심을 비롯해 자연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콜로라도의 크기는 전장 5,415㎜, 전폭 1,885㎜, 전고 1,830㎜, 휠베이스 3,258㎜이다. 또한 3.6리터(3,649cc)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12ps(6,800rpm), 최대토크 38.0㎏·m(4,000rpm)의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 능동형 연료 관리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를 통해 8.3㎞/L의 복합연비를 보여준다.(2WD기준)
다재다능한 적재능력이 강점인 픽업트럭답게 동급 최장 수준의 휠베이스로 넉넉한 실내 공간 및 1,170리터에 이르는 화물적재 능력을 갖추었다. 무거운 짐을 다수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해도 콜로라도의 풀 박스 프레임 바디가 믿음직스럽다. 이 밖에도 스웨이 콘트롤 기능이 포함된 스테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StabiliTrak Stability Control), 히치 어시스트 가이드라인(Hitch Assist Guideline) 기능의 리어 뷰 카메라(Rear View Camera), 힐 스타트 어시스트(Hill Start Assist), 통합 트레일러 브레이크 등의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콜로라도의 트림은 총 3가지이다. 먼저 후륜 구동 기반의 기본에 집중한 익스트림(EXTREAM) 트림이 있다. 디퍼런셜 잠금장치, 17인치 올 터레인 타이어를 갖추고 있으며 카고 램프, 미끄럼 및 부식을 방지하는 스프레이온 베드 라이너 등의 편의 사양이 기본으로 포함된다.
보다 오프로드에 적합한 콜로라도를 원한다면 익스트림 4WD를 추천한다. 첨단 오토트랙 액티브 4×4(Autotrac Active 4×4)는 운전자 선택에 따라 2륜 혹은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노면 상황에 따라 차량 스스로 구동 방식을 변경한다. 또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헤드업 LED 시스템 등의 세이프티 패키지가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EXTREAM-X 모델은 EXTREAM 4WD 모델에 스타일리쉬함을 더했다. LED 블랙 보타이 엠플럼이 중심에서 시선을 훔친다. 여기에 오프로드 사이트 스텝, 보타이가 새겨진 스테인레스 머플러 팁 등이 추가되며 세척이 용이한 프리미엄 플로어 라이너가 1·2열 모두에 장착된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갖춘 콜로라도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대형 SUV계 지각변동,
쉐보레 트래버스(Traverse)
올해 하반기를 가장 격렬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시장은 바로 대형 SUV이다. 이미 시장의 챔피언을 군림하고 있는 팰리세이드를 비롯해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 여기에 하반기 포드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제네시스 GV80까지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쉐보레는 9월 3일, 강원도 양양에서 트래버스(Traverse)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정통 아메리칸 SUV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트래버스는 1935년부터 SUV를 생산해온 쉐보레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슈퍼 SUV임을 표방하고 있다. 먼저 사이즈에서부터 압도적이다. 트래버스는 전장 5,200㎜, 전폭 2,000㎜, 전고 1,785㎜, 휠베이스 3,073㎜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트래버스에는 3.6리터(3,564cc) V6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며 이를 통해 최고출력 314ps(6,800rpm), 최대토크 36.8㎏·m(2,800rpm)의 성능을 보여준다.
편의 및 안전 사양도 대폭 추가되어 있다. 스마트 원격 시동 시스템과 연동되어 운전자가 설정한 온도, 시트, 스티어링 등을 조작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운전환경을 제공하는 오토 캐빈 클라이밋 최적 제어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밖에도 뒷좌석 승객 유무를 알려주는 뒷좌석 승객 리마인더 기능, 동급 유일의 2열 플랫 플로어, 동급 유일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최첨단 전방위 지능형 안전 시스템 등이 포함되었다.
트래버스의 트림은 3가지의 기본 트림을 비롯해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한 RS, 레드라인 등 총 5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가장 엔트림 트림인 LT Leather트림부터 통합 트랙션 모드 셀렉트 다이얼로 조작 가능한 스위처블 AWD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젯 블랙 천연가죽시트를 사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이 밖에도 다양한 편의·안전사양을 기본화 하였으며 가격은 LT Leather 트림이 4,520만원이다. 최고가인 레드라인 트림의 경우 5,522만원이다.
쉐보레(Chevrolet)가 재도약의 카드로 선보이는 콜로라도(Colorado)와 트래버스(Traverse)는 이미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모델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미국 시장에서 한국 시장으로 들여오는 결정을 내린 쉐보레는 최근 수입차 협회에 가입하며 수입차로서의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의 역사도 그렇고 판매되는 차량 등이 대다수 수입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입차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쉐보레가 국산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탈피와 함께 브랜드의 역량을 다시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쉐보레의 노력과 이에 대한 평가는 시간과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글
김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