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술이 첨단화하고 들어가는 부품이 많아지면, 그만큼 제품 개발 기업들에게는 많은 기회가 된다. 대기업인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도 자체개발보다는 외부 조달이 단가 절감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각 분야의 부품을 개발∙생산하는 개별 기업들의 입장에서 완성차 업체로만 납품하는 것은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애프터마켓 시장은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지난 10월 6일 막을 내린 오토살롱위크는 기술 중심의 부품 제조사 및 유통사들의 현실적 고민과 활로 개척 의지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승용차부터 트럭까지,
애프터마켓 ADAS의 가능성
최근 국산차가 동급 수입차 대비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아무래도 안전과 편의 장비의 확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차종에서 핵심 ADAS 기능은 다른 사양과 패키지화로 묶여 고가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차량 구입 비용이 결국 올라가게 되는 점에 불만을 갖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요 완성차 제조사에 ADAS 기능을 납품하고 있는 기업들은 애프터마켓용 제품을 개발해서 내놓고 있다. 사실 이러한 기능들은 원래 완성차 제조사가 아니라 애프터마켓에서 시작돼 완성차 제조사가 흡수하게 된 것인데, 다시 개별 부품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독자 상품으로 선보이게 되는 경우다.
애프터마켓용 ADAS는 블랙박스와 합쳐진 기능으로 나온다. 오토살롱위크에 출품한 한 기업의 제품은 완성차 제조사의 상위 옵션에 있는 경고 기능을 거의 대부분 제공한다. 전방 추돌 경보, 안전거리 알림, 차로이탈 경보, 모터사이클 인식 경보, 선행 차량 출발 알림 등 거의 모든 알림 기능이 있다. 향후 가속페달이나 제동 장치 액추에이터만 연결할 수 있다면, 실제 보조 조작까지 가능한 완성차 수준의 ADAS를 애프터마켓에서도 별도로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애프터마켓 ADAS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완전히 개별 소비자들을 통해서만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ADAS 본격화 이전 차량에 대한 보급 혹은 고령자 차량이나 대형 차량에 대한 의무 보급과 같은 국책 사업을 구현할 수 있다면 또 다른 활로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2019년 현재 대형 차량에 장착되는 ADAS 단말기 비용의 상당액을 지원하는 지워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런 사업의 경우 낙찰받은 특정 기업이 일감을 몰아 가져가는 방식보다는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각자 최적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분담해서, 규모 대비 사업비는 낮추고 각 실제 운전자들의 ㅈ품 선택 폭이 다양해지도록 하는 디테일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 전장, 고성능차용 보조배터리
보조 배터리는 주로 고급차 오너들 사이에서, 상시 전원 블랙박스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 왔다. 그러나 최근 차량의 ADAS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증가하면서 전력 소모가 커졌다.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보조 배터리 제품도 이번 오토살롱위크의 중요한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사실 보조배터리의 경우도 최근 완성차 제조사에서 자체적인 애프터마켓 브랜드를 통한 선택 사양으로 구성하고 있다. 물론 해당 제품들은 외부 기업으로부터 납품받고 있는 것이다.
킨텍스 4홀 중간쯤 자리잡았던 한 보조 배터리 전문 기업의 경우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팩을 선보였다. SNS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친 덕분에 비교적 눈에 띄기 쉽지 않은 자리에 있었음에도 알음알음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보조배터리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운전 시간이다. 차량 운행 시간이 길수록 배터리 충전에 유리하기 때문에 용량이 크지 않아도 된다. 통상 하루 2시간 정도 운전을 하거나 주말이라도 장거리 주행을 정기적으로 해주는지가 기준이 된다. 이번 전시에는 대형차량을 위한 제품들도 전시되었다.
부품 제조기업으로서는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현대성우그룹은 독자적 배터리 브랜드 쏠라이트를 통해, 고성능차량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전장 안정성을 만족시키는 CMF 배터리, AGM 배터리, EFB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현대성우그룹은 1997년에 창단한 레이싱팀인 쏠라이트인디고를 운영 중이며, 2019년에는 고성능차 레이스인 블랑팡 GT 아시아 챌린지에서 메르세데스 AMG GT3 차량 단 1대로 팀 성적 2위를 거머쥐며 관리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대성우그룹은 레이싱팀을 통해 터리 및 다양한 전장 관련 시스템의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데 이는 국내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LPi 엔진용 도넛 봄베,
전통의 퍼포먼스 튜닝 킷까지
연비가 그리 우수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 가격 덕분에 LPi 엔진은 인기가 있다. 덕분에 LPi 엔진으로의 개조 및 LPG 봄베를 생산, 장착하는 국내 기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오토살롱위크에서도 해당 분야의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
전시된 차량은 특이하게도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인 G90, 국내 픽업트럭 마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인기 픽업트럭 포드 F-150의 LPi 엔진 버전이었다. 일정 이상 배기량과 고성능이 필요한 차량에도 충분히 LPi 시스템의 장착이 가능함을 강조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외에 전통적인 퍼포먼스 튜닝 영역의 부품이라 할 수 있는 흡∙배기 튜닝 부품과 서스펜션 등 섀시 관련 부품, 제동 장치, 터보 차저 등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예년처럼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여오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 자동차 부품 제조사의 활로를 돕고 지역 지자체∙기업과의 연결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동차부품연구원의 경우, 다양한 퍼포먼스 튜닝 부품들을 생산하는 기업과 협업하며 350ps로 업그레이드된 벨로스터N을 선보이기도 했다.
보다 큰 공급망 노리는 편의 사양 제조기업
다양한 차량용 편의 사양을 제조하는 기업들의 경우는 비교적 완성차 제조사 납품과 애프터마켓의 멀티 트랙 전략이 잘 진행되고 있다. 이번 오토살롱위크에서는 참신하게 눈에 띄는 아이디어 제품들이 다수 보였다.
차량의 센터콘솔 커버에 딱 맞게 제작된 차량용 공기청정기는 주로 고가 수입차 오너들을 타깃으로 한 애프터마켓 제품이지만 점점 국산차 유저들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품 특성상 완성차 납품에 불리할 것이 없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의 거치대 시스템은 애프터마켓용으로나 납품용 어느 쪽으로든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오토살롱위크는 국내 최대 애프터마켓과 튜닝카 전시회이자 ‘쇼’로 불린다. 산업전의 성격과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체 전시 속에서,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지는 못해도 한국 자동차 산업의 큰 생태계 안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기업들의 모습은 쇼가 끝나도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