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FCEV(수소연료전지 전기차)는 분명 매력적인 대체에너지 자동차다. 따라서 글로벌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소 에너지시스템의 사회 간접자본화와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FCEV에서도 각 자동차 제조사별로 SUV 기반과 세단 기반으로 그 방향이 나뉘고 있다. 각 자동차 제조사의 FCEV 장르 선택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
유럽 취향의 SUV 지향,
한국과 독일
압축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퓨얼셀 시스템은 부피카 크다. 장착되는 배터리나 여러 파워 시스템 패키징에 있어서도 차원이 다른 내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FCEV의 베이스로는 적어도 중형급 차량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며, SUV는 이에 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세계적인 FCEV, 현대차 넥쏘
FCEV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현대차의 넥쏘다. 넥쏘의 전장은 4,670㎜, 휠베이스는 2,790㎜에 달한다. 전장은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이지만, 휠베이스는 싼타페보다 약간 길다. 이를 기반으로 6.3kg 용량의 수소 탱크와 파워 유닛을 장착했다.
넥쏘의 파워 유닛은 154ps의 최고 출력, 40.3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590km에 달한다. 또한 넥쏘의 수소탱크는 고압, 고온 조건 및 총격과 추락 등 혹독한 테스트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와 같은 효율성과 안전성 덕분에, 현대차 넥쏘는 2019년 초에는 <워즈오토>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넥쏘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자동차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이전, 2세대 투싼(IX)기반의 투싼 퓨얼셀 역시 동시기 양산차의 동력 성능과 비슷한 모습을 발휘했다. 따라서 넥쏘는 하루아침에 판을 바꾸기 위해 등장한 콘셉트카가 아니라 양산 시장에서 더욱 의미 있는 FCEV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달리 평가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넥쏘뿐만 아니라 대형 버스에서도 퓨얼셀 시스템을 적용하고 이를 경찰 업무용 차량으로 제공하는 등 FCEV의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열어가고 있다.
인프라와 함께 성장,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i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4년부터 실제 퓨얼셀 시스템을 적용한 NECAR(New Electric Car)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후 다양한 차종을 기반으로 한 FCEV를 선보였다. 크기도 다양해서 A클래스와 같은 소형의 NECAR5(2000년)를 비롯해 밴인 스프린터(2001), 크로스오버 차종인 B클래스 기반의 F600 하이지니어스(HYGENIUS)도 선보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선보인 GLC F 셀을 통해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FCEV는 SUV임을 보여주었다. 특히 GCL F 셀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FCEV를 결합해 화제를 모았다.
전장은 4,671㎜로 그리 길지 않지만 휠베이스가 2,873㎜, 전폭이 2,096㎜에 달한다. 이 자동차의 압축 수소탱크 용량은 4.4kg이다. 최고 출력은 200ps, 최대 토크는 35.7kg∙m를 발휘한다. 수소의 에너지 효율은 0.34kg/100km, 전기 모드는 13.7kWh/100km에 달한다. 유럽 기준으로 했을 때, 수소만으로의 1회 완충 거리는 약 430km, 여기에 전기 모드를 더하면 최대 51km를 더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차량은 2019년 초부터 개인 고객들에게 인도되기 시작했다. 수소 충전 소요 시간은 대략 3분 정도다.
BMW 역시 2019년 IAA(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인기 SUV인 X5를 기반으로 한 i 하이드로젠 넥스트를 선보였다. FCEV에 관한 BMW의 시계는 경쟁자들보다는 약간 느린 편인데, 고객에게 양도할 수 있을 만큼 양산하는 시점은 2025년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이전인 2022년에는 소형 SUV에도 퓨얼셀 유닛을 장착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물론 BMW 측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조금 더 서두를 수도 있다는 점을 단서로 달았다. 또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에 대한 토요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그 시계를 좀 더 빨리 가게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 두었다.
참고로 독일은 자동차보다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먼저 힘을 쏟고 있다. 다임러 그룹을 포함해 에어리퀴드, OMV, 쉘, 토탈, 린데 그룹(Linde) 등 도합 6개 민간기업이 참여한 H2 모빌리티(H2 Mobility Gmh & Co KG)가 이러한 노력이 주체이며, 정부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이미 지난 2018년 5월, 독일 잉골슈타트에는 45번째 수소충전소가 들어섰고 2023년까지 독일 전역에 400개소의 수소 충전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9년 기준으로 독일의 수소 1kg 충전 비용이 약 11~12유로(한화 1만 4,000~5,000 원)이다.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지만 향후 충전소 확충과 함께 이 비용은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도 2022년까지 310개소, 2040년까지는 1,200개소의 수소충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드라마틱한 페이스 향상이 없다면 녹록지 않은 목표다.
미국 시장용 세단,
일본의 FCEV
일본을 대표하는 FCEV 라인업은 토요타의 미라이와 혼다의 클래리티를 들 수 있다. 두 자동차 모두 세단의 영역에 속해 있다. 동일한 제원에서도 최적의 패키징 기술을 보이는 제조사들인만큼 퓨얼셀 FCEV 시스템의 장르 선택에서도 그러한 자신감이 돋보인다. 그간 매체들이 일본 제조사 소식을 전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적어도 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중점을 두는 분야에서 조우한 막강한 경쟁자들인만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미국 FCEV 시장 강자, 토요타 미라이
현대차 넥쏘의 혜성 같은 등장 이후에도 토요타의 FCEV 미라이는 FCEV 분야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9년 11월까지의 판매량만 봐도 1,400대 정도인데 넥쏘는 11월까지 231대 수준이다. 미국에서의 판매 시작 가격도 5만 7,000 달러 내외로 비슷하다. 아무래도 전동화 파워트레인 영역에서는 토요타가 미국에서 다져둔 입지가 탄탄하고 그 후광효과가 FCEV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미라이는 전장 4,890㎜, 휠베이스 2,779㎜에 달하는 체구를 갖고 있어 공간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소 탱크의 용량은 5kg이다.
특히 지난 10월, 미국에서 공개된 2세대 미라이는 이전 세대와 달리 후륜구동 플랫폼을 적용하고 완벽한 쿠페형 세단의 모습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2020년 하반기 미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될 예정인 2세대 미라이는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가 기존 대비 30%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토요타의 전언이다. 기존 주행 거리는 미국 기준 312마일, 즉 502km 정도이니 수소 1회 완충 시 주행거리는 약 650km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의 재미까지 더한 FCEV는 20세기를 강타했던 애니메이션 <신세기 GPX 사이버포뮬러>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참고로 토요타는 퓨얼셀 시스템을 여러 종류의 다목적 차량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피닉스 마린 서비스(Fenix Marine Service)와의 협업을 통해, 최초의 퓨얼셀 시스템 기반 유틸리티 트랙터인 ‘우노(UNO)’도 선보인 바 있다. 이외에 현대차처럼 수소전기 버스도 개발, 생산 중이다.
1회 완충시 주행거리 579km, 혼다 클래리티 퓨얼셀
혼다 클래리티는 전기차(B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그리고 FCEV까지 총 3종류의 전동화 파워트레인만으로 구성된 세단이다. 전장이 4,915㎜로 미라이보다 조금 길고 휠베이스는 2,750㎜로 약간 짧은 세단인데, 전면은 9세대 어코드의 후기형을 닮았고, 측후면의 실루엣은 10세대 어코드와 같은 패스트백 타입이다. 연료탱크 용량은 5.46kg이며, 시스템 합산 최고 출력은 177ps, 최대 토크는 30.6kg∙m를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으로 360마일 즉 579km에 달한다.
클래리티는 세 가지 파워트레인 합산으로 2019년 11월까지 이미 1만 8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2018년에는 2만 대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중 퓨얼셀의 판매량은 정확하지 않으나 주요 통계 전문 데이터이스에 따르면 토요타 미라이보다 조금 적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토요타 미라이와 함께 미국에서의 FCEV 시장을 양분하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