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피아트 500은 한국에도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비록 비싼 판매가격과 잘못된 운영으로 지금은 철수했지만 여전히 패션카 분야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며, 주요 무대인 유럽에서는 연간 15만대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500이 남다른 것은 피아트의 고성능 디비전인 아바쓰(Abarth) 덕분이기도 한데, 아바쓰의 500만 해도 연간 2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최근 이 아바쓰가 70주년을 맞아 아바쓰 695 70주년 에디션을 발표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아바쓰를 알아보려한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70주년 에디션

미니 보다 2년 선배,
첫번째 피아트의 작고 독한 전갈

피아트 500은 미니, 비틀과 함께 대표적인 레트로 감성 자동차다. 그러나 처음 본연의 콘셉트를 잃고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미니와 이제는 단종되어버린 비틀과는 달리 유일하게 예전 콘셉트 그대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피아트 누오바 500

1957년에 출시된 초기형 누오바 500은 유적과 좁은 골목이 많은 이탈리아 도심에서 잘 달릴 수 있도록 작은 차체와 2기통 엔진을 뒤에 얹은 후륜구동 자동차였다. 참고로 이 시기는 미니가 처음 데뷔하기 2년 전이었다. 이 자동차가 얼마나 골목을 요리조리 잘 달렸던지 당시의 별명은 ‘4바퀴 달린 베스파’였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피아트 누오바 500

레이서 출신이자 1949년, 튜너이자 레이싱 팀 ‘아바쓰’를 설립한 카를로 아바쓰는 500에서 경량 스포츠카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일반 500에 들어가던 479cc 엔진은 그대로 유지하고 499kg이던 무게를 약 30kg 덜어 470kg으로 만들었다. 경량화의 효과 덕에 최고 속력은 105km/h에서 111km/h로 빨라졌다. 이 후 아바쓰의 무모한 도전은 멈추지 않고 1963, 595 아바쓰를 선보였다. 595 아바쓰는 4단 수동 변속기에 이름과 동일한 595cc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ps에 최대토크는 4.3kg·m를 발휘했다. 공차중량은 570kg이었고 최고 속력은 120km/h를 발휘했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595

1년 후에는 최고출력을 32ps까지 끌어올려 130km/h로 달릴 수 있는 595 SS와, 배기량을 690cc로 늘리고 최고출력 38ps, 최대토크 5.8kg·m를 발휘해 최고속도가 무려 140km/h에 달하는 695 SS를 선보였다. 당시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이 퍼포먼스가 아바쓰가 낼 수 있는 최고 성능이라고 생각했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SS

하지만 1965, 카를로 아바쓰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500의 끝을 보겠다고 작정했다. 그는 695의 무게를 485kg으로 줄이고 최고출력은 47ps으로 높여 최고속도가 170km/h 695 SS 아세토코르사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 차는 레이스 전용 차량이긴 했지만 그 역동성은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36년만에 다시 가기 시작한
아바쓰의 시계

그 후 1971년에 피아트 500이 단종되고 500 아바쓰 시리즈도 같이 막을 내렸다. 이 시기 자금난을 겪던 아바쓰는 피아트의 고성능 디비전으로 편입되며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면서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500 500 아바쓰의 시간은, 36년의 세월이 흐른 2007, 누오바 500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피아트 500을 통해 다시 시작됐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500

신형 피아트 500 아바쓰는 그로부터 1년 뒤인 2008년에 나왔다. 기본형 500 아바쓰의 엔진은 1.4리터 4기통 T-JET로 최고출력 135ps, 최대토크는18.4kg.m을 발휘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9초였으며 최고 속도는 205km/h. 세월이 흘렀음에도 소형차로서의 디자인 정체성을 버리지 않았으며 아바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무시무시한 성능을 자랑했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1.4 T-JET 엔진

이를 시작으로 2011년에는 최고출력 160ps의 첫 번째 신형 595가 나왔다. 그리고 최고출력을 180ps까지 끌어올린 695 등 다양한 아바쓰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디자이너 브랜드와 슈퍼카 회사들과 합작을 많이 하는데 그 중 페라리 430을 모티브로 만든 695 페라리 트리뷰토와 마세라티 고유의 디자인과 배기음을 잘 녹여낸 695 마세라티 에디션이 가장 유명하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비포스토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페라리

또한 2014년 아바쓰가 최고출력이 무려 190ps인 궁극의 500, 695 비포스를 선보였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한 1.4리터 엔진을 손본 것이 전부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고작 5.9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가속이 가능한 이유는 내부에 불필요한 것은 전부 버리고 도그 레그 변속기를 체택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최고속도는 230km/h로 아주 빠른 성능은 아니지만 기아자동차의 모닝 보다 작은 자동차가 190ps을 내고 제로백이 5초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시무시한 성능이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마세라티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아세토코르사

참고로 경쟁 차종인 미니 쿠퍼 JCW가 최고출력 230ps 2.0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6.1, 최고속도가 246km/h. 이 외에도 레이스 출전하기 위해 205ps까지 끌어올린 695 아세토 코르사도 있다.

작고 독한 전갈의 혈통은 계속 이어진다

이탈리안 잡이라는 영화에서 미니가 주인공급으로 등장하며 특유의 작고 민첩함을 영화 내내 어필한다.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영화 후반의 미니 3대가 경찰들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이 역대 자동차 액션 순위에 들어갈 정도다.


리얼 이탈리안의 톡 쏘는 맛, 아바쓰
아바쓰 695 피스타

하지만 최근 미니의 모습을 보면 영화 속 작고 야무진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덩치를 키우기에 신경 쓰더니 지금은 미니라고 부르기 애매한 크기까지 커졌다. 게다가 5도어 모델까지 나와 미니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됐다. 물론 피아트 500 역시 구형 모델과 비교하면 커진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경쟁 차량들 보다 작은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 500 아바쓰의 매서움도 헤리티지를 잊지 않았다. 이런 전갈 뱃지의 톡 쏘는 매력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니아들이 한국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