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시장에서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그만큼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스포츠카를 갖고 싶은 유저들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따르는 가운데, 비싼 가격에 따른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것은 없다. 세상은 넓고 멋진 스포츠카도 많은 법,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에도 순수한 슈퍼카의 모습으로 등장 한 멋진 스포츠카도 많다.
6만달러 아래로 살 수 있는 쉐보레 콜벳 C8
쉐보레 콜벳은 1953년 데뷔 이래 현재까지 프론트 엔진 후륜 구동(FR)을 고수한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쉐보레 콜벳의 풀 체인지 모델 C8은 미드십 후륜구동(MR)으로 변모하며, 디자인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여느 슈퍼카 못지 않게 업그레이드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모델의 시작가격은 약 6만달러(한화로 약 7,000만원)에 불과하다.
우선 콜벳 C8의 성능을 살펴보면 MR 방식을 적용하며, 약 40:60에 가까운 비율로 뒷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안정적인 트랙션을 확보했다. 또한 새롭게 제작한 6.2L 자연흡기 V8 LT2엔진은 최고출력 495hp, 최대토크 64.9kg⋅m를 발휘한다. 또한 상황에 따라 4개의 실린더를 멈출 수 있어 데일리 슈퍼카로 활용할 만큼 연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FR 방식에서 MR로 변화하며 디자인의 변화 폭이 매우 커졌다. 기존의 극단적 롱 노즈 지향이던콜벳의 실루엣에서 보닛이 짧아졌고 대신 엔진이 탑재된 후미가 길어졌다. 마치 페라리 488 GTB의 전면과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후면 모습을 합쳐놓은 듯 하다. 이들은 모두 MR 방식의 슈퍼카다. 전 세계적으로 ‘보급형 페라리’로 불리며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콜벳 C8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는 않지만 이미 ‘직수’를 고민하고 있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8천만원 아래로 살 수 있는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알파로메오는 페라리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참고로 엔초 페라리 역시 원래 알파로메오의 레이서였다. 현재도 유럽 과 일본 등에서는 독특한 재미를 주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인지도가 대단히 높은데, 대표적인 차종은 줄리아와 4C 스파이더 등이 있다.
그 중 4C 스파이더는 흡사 디자인은 슈퍼카의 실루엣과 비슷하지만, 경쾌한 주행감과 선회력을 무기로 삼는 경량 스포츠카다. 4C 스파이더는 850kg에 불과한 공차중량에 2L 4기통 터보 엔진과 6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적용해 4.5초만에 0-100km/h에 도달한다. 물론 해당 가속력은 페라리, 람보르기니의 수치에 비하면 느리다고도 평가 받을 수 있을 테지만, 클로즈드 서킷의 헤어핀 구간(급커브 구간)에서 드라이버에게 주는 안정감은 여느 슈퍼카 부럽지 않다.
2015년형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의 기본 가격은 63,900달러로, 한화로 약 7,400만 원대. 물론 국내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수입하는 과정은 까다롭고 비용은 더욱 크게 발생할 테지만, 적어도 람보르기니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보다도 눈에 띄는 스포츠카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로터스 엘리스 S
위 두 차종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모델이라면 2018년형 로터스 엘리스 S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모델. 가격은 8,350만 원으로 1.8L 가솔린 엔진에 슈퍼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217마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배기량과 최고출력만 따진다면 최근 출시되는 스포티한 성향의 펀카와 비슷한 정도지만, 로터스의 진정한 가치는 가벼운 공차중량(엘리스 S의 경우 914kg)과 완벽한 무게배분을 통한 선회능력이다.
로터스 엘리스는 많은 부분에서 앞서 이야기 한 알파로메오 4C 스파이더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식 수입되는 만큼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이다. 물론, 요즘 출시되는 차량과 비교해 전자적인 편의사양은 턱없이 적으며, 기어 변속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는 말도 된다.
또한 로터스 엘리스는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는 차종이기 때문에 중고시장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차량의 경우 중고가액이 약 3,000만원 중반 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최신 모델과 별 차이가 없는 디자인과 편의사양(워낙 편의사양과 거리가 먼 차량이다)임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인 정비를 거친 후 서킷 레이싱을 위한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슈퍼카를 구입하는 심리 중에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가치를 구매한다는 점이 클 것이다. 때문에 위 차량들과 소위 슈퍼카라 불리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오롯이 스포츠 주행에만 초점을 맞춘 순수한 ‘스포츠카’라는 점에서는 슈퍼카 뺨치는 가치를 갖고 있지 않을까?
글
양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