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탱을 포드의 명차라고 부르는 것은 미키 맨틀을 그저 뉴욕 양키스의 스타 정도로 좁혀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64년 탄생 이후 반 세기 넘는 시간 동안, 스포츠 쿠페로서는 유일하게 1,000만 대 이상의 누적 생산량을 기록한 머스탱은 훗날 엔진 기반 자동차의 시대가 끝나도 기억될 자동차임이 분명하다. 4월 17일은 그런 머스탱의 생일이다. 만으로 56세, 사람이라면 공경심으로 대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히려 생일 선물로 ‘돌직구’ 같은 질문을 준비했다.
머스탱 1,000만 대의 기록,
‘싸서’ 잘 팔린 것 아니었나?
먼저 56세 생일을 축하한다. 머스탱이라는 이름으로 반 세기 이상을 살았고, 동양의 기준으로 ‘환갑’이라는 60세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 세월을 간단히 돌아본다면.
머스탱 : 이런, 첫 질문부터 틀렸다. 어떻게 그 세월을 간단하게 돌아볼 수 이단 말인가? 1964년 4월 17일은 잊을 수 없는 영광이었고, 1979년의 생일은 앞바퀴굴림으로 다시 태어날 뻔한 치욕적인 생일이기도 했다. 뒷다리를 저는 채 앞발로 하릴없이 땅만 파대는 늙은 당나귀 꼴이 될 뻔했는데 그 때는 끔찍했다.
그래도 그 3세대의 몸이 제일 오래 갔다.
머스탱 : 흠. 먼저 나는 나 자체로만 의미 있는 차가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포드를 상징한다. 포드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흔히들 나를 머슬카로만 아는데, 나는 미국 스포츠카의 열정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한 차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되는 차가 아니라 그야말로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운명으로 태어났다. 나의 몸값이 스포츠 쿠페임에도, 비싸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나를 한 대 갖는 것은 금전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과 개성의 차원이지 않은가?
맞다. 한국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당신이 딱 서른 살 되던 해 한국에 공식 데뷔했다.
머스탱 : 공식적으론 그렇지. 한국에서 1세대의 나를 타고 대통령 의전 차량을 앞질렀던 사람도 있다고 들었지만.
사실 그 4세대부터가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와 아이들도 뮤직비디오에 타고 등장했고.
머스탱 :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젊은이들과 호흡했다는 것은 어느 한 시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내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짐 모리슨이 있었고, 가장 최근엔 한국에서 유아인이 내 5세대의 몸을 타고 영화에 나왔다. 지금의 나를 보라고. 머슬카의 투박함이 있나? 오히려 유럽의 잘나간다는 스포츠 쿠페 녀석들과 견줘봐도 몸매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포드의 강력하고 다양한 파워트레인,
그런데 머스탱엔 왜 아끼나?
지금 당신은 6세대의 후기형이고, 심장은 2.3리터 에코부스트와 5.0리터 코요테 두 가지다. 원래 있던 3.7리터 엔진은 빠졌다. 엔진 라인업이 너무 단순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히려 머스탱 역사의 초창기에 엔진 라인업이 무척 다양했던 것에 비해서 말이다.
머스탱 : 나는 포드를 대표하기도 하지만 지구의 스포츠 쿠페를 대표하는 차이기도 하다. 환경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5.0리터 코요테 엔진은 머스탱의 정신을 상징하기에 포기할 수 없고, 2.3리터 에코부스트는 파워와 효율을 동시에 갖췄기에 필수적이다. 포드도, 나도 선택이 필요했다. 당신 지적대로 나의 첫 시기에는 심장의 종류가 2.8, 4.2, 4.9리터 등으로 꽤 다양했다. 그러나 그 역시 이후 시기에는 시대 상황에 맞춰서 정리와 재편을 거듭했다.
좀 더 세게 질문하겠다. 당신의 현재 두 심장은 현재 스포츠 쿠페의 트렌드에 조금 뒤처진다. 그렇다고 포드에 강력한 엔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익스플로러 ST와 링컨 컨티넨탈에 적용되는 최고 출력 400ps의 3.0리터 트윈터보 엔진도 있다. 그런 엔진을 심어 주지 않는 것이 의아하지 않나.
머스탱 :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이 나, 머스탱을 이해하는 폭이 그 정도라고 알겠다. 지금 언급한 3.0리터, 최고 출력 400ps, 최대 토크 55kg‧m대의 엔진을 장착한다면 더 빠른 가속력, 더 나은 연비를 기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장착되어 있는 10단 자동변속기는 그런 강한 토크를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 차대 역시 5.0리터 엔진을 장착하고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가진 나를 생각해보라. BMW,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나오는 고만고만한 쿠페와 다를 게 뭔가? 그 친구들이 나보다 감속 후 재가속이 빠르고, 코너에서 더 영악한 건 안다. 하지만 난 머스탱이다. 나는 공도를 달리면서 여기가 트랙이라는 환상에 빠진 이들이 타는 차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좀 더 넓혀 주고, 어떤 이의 여행을 좀 더 스릴 있게 만들어주는 게 목적인 차다. 400ps의 쿠페가 필요하면 BMW나 메르세데스를 사라. 인피니티 같은 차도 있겠지. 하지만 분명 알아야 할 것은, 그 차는 머스탱이 아니다.
이 돈이면 제네시스 G70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례한 질문의 연장이어서 미안하다. 그러나 머스탱이라는 존재감 자체가 다소 올드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머스탱 : 천천히 다시 설명해주지. 스타일은 아까 설명했듯, 올드한 머슬카와는 다르다. 유럽적인 유선형의 쿠페 디자인과, 미국적인 세단의 감각을 절충한 모습을 갖고 있다. 세로 배치 후륜 구동다운 롱 노즈와 짧지만 확실한 후미의 데크형 디자인은 그야말로 뉴트로 디자인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것 같지만 지금 더 새롭다는 말이다.
기술적으로도 요즘 차들에 뒤질 것이 없다. 오일이나 가스를 이용하는 댐퍼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은, 1/1000초 간격으로 스캔되는 노면 정보를 기반으로 선제 대응한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는 스포츠쿠페의 약점인 연비도 개선하는 한편, 강력한 토크로 인한 트랜스미션 내구성의 문제도 해결했다. 그리고 머스탱은 본질적으로 GT(그란투리스모)다. 부드러운 주행 감각이 필요하지 않겠나? 어때, 이 이상 필요한가?
최근 한국의 자동차도 많이 발전하면서, 한국에서는 이제 머스탱 정도를 타느니 제네시스 G70과 같은 차를 타겠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머스탱 : 음. 자국 산업을 중시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차를 가리키는지는 알겠다. 최고 출력 370ps 정도의 3.3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한, BMW 3시리즈급 차량을 말하는 거지? 사실 세단과 쿠페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다. 머스탱은 뒷좌석이 넓긴 하지만 그래도 쿠페다. 쿠페의 전통은 공리주의적이지 않다. 적어도 차량 한 대만을 놓고 보자면 그렇다. 개별 차를 타는 사람은 많아도 둘 정도고 그들이 특별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정통적인 의미의 2인승 쿠페다. 나, 머스탱은 그 특별함의 가치를 널리 알렸기 때문에 독보적인 자동차인 것이다. 물론 제네시스를 존중한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나와 같은 정통적 쿠페를 만들지 않는다. 비교하지 말고 그 브랜드의 차가 좋으면 사라. 하지만 거기엔 머스탱이 없다.
머스탱 마하-E, 브랜드화된 러닝 호스
최근 전기 SUV인 마하-E가 러닝 호스 엠블럼을 달고 나왔다. 이름도 ‘머스탱 마하-E’다. 초창기엔기존 머스탱 지지자들의 반감이 컸다.
머스탱 : 사실 마하-E가 공개되기 전에, 나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SUV 스케치가 SNS에 떠돈 적이 있다. 동호회 차원에서의 스케치였지만, 사실상 그 모습은 지금의 머스탱 마하-E와 다르지 않다. 사실 미국에 있는 나의 팬들은 그리 관대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 ‘세상에 머스탱 SUV라니’ 라는 반응이었다. 미국인들 상당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한다. 뉴욕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는 오히려 미국 사회에서 예외다. SUV 중심의 트렌드도 미국인 중에는 마뜩잖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전기차에 SUV인데 ‘머스탱’이라니, 그들의 실망이 컸을 줄로 안다.
그러나 나, 머스탱의 이름은 항상 그 시대와 호흡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머스탱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외형적 형태가 아니라 정신이다. 그래서 5.0리터 엔진의 포효건, 465ps의 최고 출력에도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내는 마하-E건, 모두 나다. 머스탱이 어떻게 브랜드화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왜 그러면 안 되는 것인지 나는 묻고자 한다. 나, 머스탱이 스포츠 쿠페로서 1,000만 대나 팔린 것은, 역설적으로 스포츠쿠페라는 외형을 넘어선 ‘브랜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쨌든 이 무례한 생일 선물 고맙군. 브랜드로서의 나를 증명할 기회를 줬다는 게 더 큰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겠다.
쉰 여섯 개 초의 촛불을 모두 불어 끌 기세의 머스탱의 거센 항변,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머스탱은 멈춘 적이 없다. 언젠가 머스탱 쿠페와 컨버터블도, 우렁찬 배기음 대신 모터의 구동음으로 생일을 맞을 날이 있겠지만, 그 역시 머스탱의 또 다른 본 모습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한다. HBD, 머스탱.
글
한명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