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개성파, 미드십 해치백의 역작들

지난 4월 초, 주요 자동차 매체와 커뮤니티 사이트에 현대자동차의 미드십 스포츠카 MR23T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MR23T는 이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미드십 해치백이라는 점에서 해외 주요 매체들이나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통상 엔진이 앞에 있고 앞바퀴를 굴리는 차종 알려진 해치백을 미드십으로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클리셰를 깨부수는 전략이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이런 시도가 돋보이는 기념비적 미드십 해치백들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전통 있는 미친 짓,
르노 클리오 V6

르노 클리오는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과 실용성으로 유럽 B세그먼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려왔다. 그 중 2001년에 해치백임에도 미드십 구동방식 레이아웃의 고성능 클리오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기행은 나름 내력이 있는 것이어서, 1972년에 출시한 클리오의 전신 르노 R5도 미드십 버전으로 선보인 바 있다.

클리오 V61999, 클리오는 경주용 사양인 클리오 V6 트로피에서 시작됐다. 클리오 V6 트로피는 3.0리터 V6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이 289ps였으며 레이스용답게 롤케이지와 시퀀셜 변속기가 적용됐다. 이후 2001년에는 공도에서 주행할 수 있는 르노 클리오 V6를 출시했다. 양산형 클리오 V63.0리터 V6엔진을 중앙에 탑재해 최고출력은 230ps였으며 오직 6단 수동변속기 사양만 존재 했다. 또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능력은 6.2초이며 최고속도는 222km/h에 달했다.

2003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클리오 V6의 외관과 성능이 대폭 개선했다. 엔진은 기존에 사용하던 3.0리터 V6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최고출력이 255ps 25ps 더 향상됐다. 또한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능력도 5.9초로 단축했으며 최고속도 역시 246km/h 24km/h 더 빨라졌다. 클리오 V6는 경주용인 클리오 V6 트로피 보다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다듬었지만 그럼에도 매우 하드코어적인 성향이다 보니 2001년부터 2005년 단종될 때까지 약 2,800대 정도만 생산 및 판매됐다.

폭스바겐 그룹의 종합 선물 세트,
골프 GTI W12

폭스바겐은 2019년 기준으로 전세계 두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사다. 특히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인 골프는 1974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현재는 3,500만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 셀링 해치백이다. 또한 해치백의 정석이라고 불리며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 2007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GTI 페스티벌에서 5세대 골프에 6.0리터 W12을 탑재한 골프 W12-650을 선보이기도 했다.

골프 W12-650은 콘셉트카였으나 다른 콘셉트카들과 달리 패들 쉬프트나 스테레오 시스템, 에어컨 등과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모든 것들이 양산차에 가까웠다. 또한 폭스바겐 그룹의 에센스라할 수 있다. 이는 골프 W12-650의 중앙에 탑재 6.0리터 W12 엔진은 벤틀리 컨티넨탈 GT에서 가져왔으며 리어 브레이크와 리어 엑슬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에서 가져왔다. 또한 프론트 브레이크는 아우디 RS4, 리어 서브프레임은 아우디 R8에 사용된 것을 적용했다.

골프 W12-650은 최고출력이 650ps나 됐으며 최대토크는 73.4kg·m이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는 3.7초면 충분했다. 최고속력도 325km/h에 달했다. 전고 역시 차량 성능에 걸맞게 일반형 5세대 골프 보다 약 70㎜ 더 낮았고 전폭은 160㎜ 더 넓었다. 당시에 반응이 무척 좋아 양산으로 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콘셉트카는 콘셉트카였다.

프라이드가 미드십이라고?
포드 페스티바 쇼군

포드 페스티바는 마쯔다가 설계하고 포드가 판매, 기아자동차가 생산한 월드카다. 포드에서 판매될 때 차명은 페스티바였으며 마쯔다에서는 마쯔다 121, 기아자동차에서는 바로 프라이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그 차다. 전혀 미드십 레이아웃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차량이지만 북미에서는 포드 쇼군이라는 이름의 미드십 해치백을 7대 한정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이 중 한 대는 유명 자동차 수집가 제이 레노가 가지고 있다.

1989 Ford Shogun – Jay Leno’s Garage

참고로 쇼군은 일본어로 장군을 뜻하며 포드에서는 ‘SHOgun’으로 사용했다. 여기서 대문자로 강조한 ‘SHO’‘Super High Output’의 줄임말로 포드 토러스의 고성능 버전인 포드 토러스 SHO에 사용하면서 시작된 명칭이다. 페스티바 쇼군의 엔진도 바로 1세대 토러스 SHO에 장착된 3.0리터 V6엔진이었다. 포드 페스티바 쇼군은 3.0리터 V6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이 228ps나 됐으며 차량의 무게도 867kg으로 매우 가벼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6초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218km/h.

외관은 국내에서도 흔히 보이는 프라이드와 대동소이했지만 뒤에 탑재한 고출력 엔진의 힘을 감당할 수 있도록 오버 휀더를 적용해 차폭을 넓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해 뚫은 에어 덕트도 눈에 들어온다. 참고로 포드 페스티바 쇼군은 당시 42,000달러에 판매 됐으며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미드십 해치백의 부활! 현대 MR23T

현대자동차는 고성능 N 브랜드를 론칭하기 이전인 2012년부터 벨로스터를 기반의 미드십 스포츠카를 개발해왔다. 프로젝트의 1호차, RM14 2014년 부산모터쇼에서 선보였다. 2016년에는 CFRP를 적용해 경량화를 거친 RM16을 공개하는 등 2019 RM19지 꾸준히 선보여왔으나 여전히 현실적이기 보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찍힌 MR23T는 이름부터 구체적이다.

MR23T의 전체적인 외관은 2세대 벨로스터 TCR 머신을 많이 닮았다. 또한 비대칭 3도어도 2도어형태로 변했으며 후면에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한 에어스쿠프도 부착되어 있다. 리어스포일러는 현재 시판중인 벨로스터 N과 큰 차이 없다. 또한 엔진이 뒤로 옮기면서 전면의 불필요한 에어덕트들도 매끈한 형상으로 변했다.

이 밖에도 MR23T 파워트레인도 기존에 공개한 RM19와 살짝 다르다. RM19는 벨로스터 N TCR 머신에 사용되는 2.0리터 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이 350ps을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에 공개된 MR23T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3리터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했다. 여기에 80ps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까지 결합해 합산 최고출력이 390ps에 달한다. 참고로 이 전기모터는 현대자동차는 물론 포르쉐 등 유수 제조사들이 그 기술력을 인정해 투자한 리막과 함께 개발했다. 이외 다른 상세 정보들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출시여부 또한 미정이다. 그러나 콘셉트카의 존재감만으로도 사라져가는 미드십 해치백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드십 해치백은 비효율적이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좋지 않아 9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힘든 차종이다. 하지만 해치백의 짧은 휠베이스가 미드십 레이아웃의 특성과 조화를 이뤄 훌륭한 무게 배분을 이룬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현대차가 MR23T를 통해 미드십 해치백을 부활 시키려 하고 있다. MR23T를 시작으로 다시 전세계에 짜릿한 미드십 해치백의 붐이 찾아올 날이 매우 기대된다.


정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