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영역에 우뚝 선 컴팩트 SUV 르노삼성 XM3

르노삼성의 차량 라인업을 살펴보면 각 장르별로 나름의 존재감과 시장 성적을 발휘한 차종이 있었다. 특히 씨가 마른 해치백 시장에서 클리오는 한 체급 위의 해치백인 현대차의 i30를 제쳤고 QM6도 중형 가솔린 SUV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드러냈다. 생산 차질이 있어 계약자가 실제 인도로 이어지기 전에 이탈하는 경향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기종들의 감투는 눈부셨다. 올 봄 등장했던 XM3 역시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등장해 최단기간 1만 대 돌파 등 훌륭한 스코어카드를 작성해가고 있다. 무난하기보다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갈리는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정체성이 확실하고 인기를 모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상세한 매력을 살펴봤다.

고속 주행, 강풍 주의보가 두렵지 않은 쿠페형 SUV

쿠페형 디자인은 세단은 물론 심지어 미니밴에도 가치가 적용된다. 선회 성능으로 대표되는 운동 성능의 강화와 공기 저항 완화에 기인한 배출가스 저감이라는 목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UV의 기본 덕목인 넓은 수납 공간의 장점이 사라지고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된 모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 디자인이 추구하는 운동 성능의 강화라는 것이 얼마나 체감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쿠페형 SUV의 진가는 의외로 고속 주행에서 드러난다. 차량 전고가 높은 SUV는 고속 주행 시 필연적으로 후미 와류(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추월 가속처럼 일정 속력 이상의 고속주행 시 이러한 후미의 마찰력 부족은 위험과도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쿠페형 SUV는 의외의 순간에 제 역량을 발휘한다. 물론 구조상 차량 후미 위쪽의 유속이 빨라져 바퀴가 들뜰 수 있지만 이는 후미 윈드실드 상단의 디플렉터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마찰력이 전륜에 몰려 있는 FF 구조에는 오히려 더 필요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선회 구간 및 강풍 주의보가 자주 발효되는 해상 교량 구간 강원 산간에서 제 역할을 한다. 특히 동해안과 영서 지방의 기온차가 큰 초여름의 강풍을 고속도로에서 맞아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XM3는 쿠페형 SUV의 이러한 이상적 장점을 잘 구현하는 차인가 하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7점 정도는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시장에서 거부감이 많은 후륜 토션 빔 방식의 서스펜션이지만 전장 4,570㎜, 휠베이스 2,720㎜, 공차중량 1,345kg(타이어 단면폭 215㎜, 편평비 55%, 휠 림 직경 18인치 기준) 차량의 것으로 그리 부족한 세팅은 아니다. 공차중량이 가볍다는 것은 불필요한 관성력 작용도 그만큼 적으므로 조향성에 있어서 강점이 된다. 이런 기본기 위에 쿠페형 디자인이 더해진 것이다.
실질적으로 추월이 이루어지는 120~140km/h 정도의 가속 및 조향 시에도 불안함은 크지 않다. 전자식 차속감응 스티어링 휠은 과장되지 않은 단단함으로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다만 최상위 트림인 RE 시그니처 정도에는 편평비 55%보다 50% 정도의 타이어를 출고 제원으로 장착했다면 더 우수한 안정감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차체의 자세 회복 시 반응이 다소 거친 것도 약점이다. 참고로 기아차 셀토스의 경우 18인치 휠에 적용되는 타이어는 단면폭이 235㎜에 편평비가 45%다.

차체가 가벼운 것은 좋지만 차음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다. 엔진 제원상 구동음 유입은 크지 않으나, 고속주행 시 풍절음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윈드 디플렉터와 테일게이트 리드의 조화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이런 한계점은 이 차가 구현할 수 있는 최선 그 너머의 것이다. 충족시키지 못한다 해도 결코 흠은 아니다.

유럽 다운사이징의 기술 보여 주는 TCE 260

유럽의 배기가스 배출규제 정책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의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택들의 대리석 외벽이나 종교 건축물 외벽의 대리석 조형물이 이산화탄소로 인한 산성비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은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다운사이징 엔진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으며 준중형급 차종에서도 1.4리터 미만 배기량의 엔진으로 승부를 내고자 한다. XM3의 TCE 260도 1,332cc의 배기량으로 터보차저를 적용해 동력 성능을 뽑아내는 유형이다.

물론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운전자들도 많지만 XM3를 몰다 보면 대중적 차량이라는 관점에서 이 이상의 배기량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기존 1.6리터 터보급 엔진에 맞먹는 26kg∙m의 최대 토크는 2,250~3,000rpm에서 발휘되는데 게트락 사의 7단 EDC(DCT)의 토크 활용법이 흥미롭다. 변속 시점은 1,500rpm정도인데, 어차피 차량의 무게가 가벼우니 시내 주행에서는 거동을 확보할 만한 정도의 토크만 사용하도록 하고, 고속도로 진입에서의 가속과 같은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최대 토크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은 방식이다. 실제 도심과 간선도로 주행을 반반 정도의 비율로 60km 정도를 주행한 후 측정한 연비가 14~15km/L를 기록한 것도 이러한 변속기 세팅 덕분으로 보인다.

불리한 전장 피한 포지셔닝은 성공적

XM3의 제원은 아무리 봐도 소형이 아니다. 전장과 제원은 현대차 기준으로 보면 투싼(전장 4,480㎜, 휠베이스 2,670㎜)보다도 크다. 그런데도 르노삼성 측은 경쟁 기종을 제원상 분명한 소형 차종인 기아차 셀토스 등으로 매칭시키려 하고 있다. 통상 한 단계 위급의 차를 겨냥해 자사 차량의 ‘급’을 올리려 하는 것과는 대조적 전략이다.
이 같은 체급 하향엔 몇 가지 ‘실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대적으로 대중적 브랜드에서 보기 드문 ‘쿠페형 SUV’라는 존재감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낼 수 있다. 또한 편의 사양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어필할 만하다. 물론 그들이 경쟁차로 잡은 기아차 셀토스의 최고 사양보다 편의 면에서 부족할 수는 있지만 큰 열세는 아니라는 전략이다.

또 한가지 실익은 제원상 비슷한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와의 부담스러운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차종은 국산 준중형 SUV 시장에서 견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투싼은 4세대 차종(NX4)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정면 충돌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그렇다면 소형 SUV라는 그들의 마케팅 포인트를 수긍하고, 그 매력은 어느 정도일까? 시승차로 제공된 최상위 트림 RE 시그니처의 기본 가격은 2,532만 원(개소세 인하)이다. 여기에 유상 옵션은 4가지로 58만 원의 선루프, 럼버 서포트와 2열 열선 시트를 포함한 72만 원의 블랙 가죽시트 패키지 72만 원, 보스 프리미엄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과 실내 자동탈취기능의 결합 패키지가 58만 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스탑 앤 고)와 오토매틱 하이빔 패키지가 48만 원이다. 도합 236만 원이 더해지는데 다 최종 2,768만 원이다.
물론 시승차량에는 이 유가 옵션이 적용돼 있지만, 기본만으로도 후방 교차충돌 경보시스템, 주차조향 보조시스템 및 360° 주차보조시스템, 컬러 가변형 앰비언트 라이트가 적용된다. 다만 오토홀드라든지 드라이빙 통합 제어 모드가 TCE260의 최상위 트림에만 기본 적용되는 것은 다소 아쉬운 구성이다.

시인성, 촉감 우수한 터치스크린

XM3를 탔을 때, 인테리어 면에서는 오히려 기아차 셀토스보다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가 경쟁 선택지로 떠올랐다. 둘의 성향이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두 차 모두 실내 구성은 플라스틱 금형들이 기반이다. 이 금형들의 디자인을 통해 심플하지만 감각적인 그만의 인테리어적 가치를 전한다. 터치스크린 좌우로 약간의 비대칭을 이루는 중앙 송풍구의 디자인은 철저히 기능 위주로 공간을 구성하는 유럽 디자인의 현주소를 말한다. 다소 단단한 느낌의 스크린 표면 촉감도 생각 이상으로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세로형 디스플레이의 장점이 가지는 정보의 체계적 표시도 매력적이다.

사실 플라스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며, 질이 좋지 않은 접착제를 쓴 가죽 혹은 인조 가죽보다 오히려 신차 인수 시 냄새가 덜하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죽 시트와 이질적이지 않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 XM3의 매력이다. 합리적 가격을 중심으로 하는 차종들에 적용된 가죽 시트는 때로 플라스틱 트림들과 묘한 부조화를 이루는데 XM3에는 이런 단점이 적다.

최근 차량들은 편의 기능 중의 하나로 실내 공기 청정 기능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TCE 260의 RE 시그니처 역시 이 기능을 적용하는데, 그 효과는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런 기능이 있더라도 캐빈 필터를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실내 세차를 게을리한다면 소용이 없다.

사실 XM3는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도 반신반의했을 차종이다. 고급 차종도 아닌데, 주로 독일 고가 차량을 중심으로 라인업에 들어가는 쿠페형 SUV를 선택하는 것은 모험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XM3의 성공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선택과 포지셔닝이 거둔 결과라 할 수 있다. 최상위 트림에 유가옵션을 모두 적용해도 2,8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가격 정책을 포함해 배기량에 따른 세금 조건 등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하반기, 현대차의 신형 투싼이 발휘할 흡인력으로부터 유망 고객군을 어느 정도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르노삼성으로선 현재 판매량에 안주하기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유망 고객에게 이 차만의 경험을 전달할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글·사진
한명륜 기자